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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결이 일렁이는 가을들녘 논두렁에는 알알이 영글은 수수가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가을들녘 논두렁에는 알알이 영글은 수수가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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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황금색 물결이 들판을 노랗게 수놓고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부끼는 황금물결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처럼 포근합니다. 보기만 해도 풍성한 들판에는 수확을 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뜨거운 여름엔 햇볕과 싸우며 자식을 돌보듯 쏟은 정성으로 주위가 모두 풍년입니다. 바라만 봐도 넉넉합니다. 논두렁에는 수수가 알알이 영글어 갑니다. 토실토실 알밤도 톡톡 떨어집니다.

추수를 끝낸 자리에는 백로가  벼 이삭을 쪼아 먹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추수를 끝낸 자리에는 백로가 벼 이삭을 쪼아 먹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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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화도는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찾아가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조용히 생각하며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분신처럼 따라 다니는 카메라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여름 내내 뜨겁게 달구었던 대지를 선선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어느새 풍성한 가을이 옵니다. 들판의 넉넉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사의 모든 잡념들을 잊게 해줍니다.

인심 좋은 농부는 새들이 날아와 맘껏 쪼아 먹을 수 있도록 많은 수수를 논두렁에 심었습니다. 새들이 먹고 남은 것들을 수확 합니다. 그래도 농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농부의 넉넉한 마음을 알아차린 듯 고마운 마음에 백로는 벼를 베고 난 자리에 떨어진 이삭만을 부지런히 쪼아 먹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사람과 자연 모두의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강화도에는 인삼으로도 유명하지만 순무가 있고 맛좋은 속노란 고구마도 있습니다. 호박고구마라고도 하지요. 언젠가 강화도 여행 중 우연히 길거리에서 고구마를 사다가 먹어본 이후로 강화도 여행을 갈라치면 잊지 않고 고구마를 사가지고 옵니다. 이맘때쯤 수확을 할 텐데 하는 생각에 고구마 밭을 찾아 두리번 거려봅니다. 저만큼 고구마 수확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갑니다.

강화도 특산물인 속노란 고구마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첫 수확이라 합니다.
 강화도 특산물인 속노란 고구마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첫 수확이라 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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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한 알밤이 무게에 못이겨 톡 하고 떨어졌습니다.
 토실토실한 알밤이 무게에 못이겨 톡 하고 떨어졌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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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알밤과 감이 가을의 풍성함과 넉넉한 인심으로 다가옵니다.
 떨어진 알밤과 감이 가을의 풍성함과 넉넉한 인심으로 다가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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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의 뿌리가 부드러운 흙속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붉은 속살을 드러냅니다. 농촌으로 귀향한 친구 집에 놀러와 농부의 일손을 도와주던 도시 아줌마의 서투른 호미 솜씨에 땅속 깊숙이 숨어 있던 고구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상처를 내고 말았습니다. 고구마의 달콤한 진액이 호미에 찍혀 끈끈하게 흘러내립니다. 실수에도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구마를 좀 사고 싶은데 파실 수 있나요?"
"그럼요."
흔쾌히 대답을 합니다. 올해 첫 수확이라 합니다.
"예년에 비해서 수확량은 어떤가요?"
"올해는 강수량이 적당한데다 일조량이 많아 모든 농작물이 풍년이네요. 땀 흘려 일한 보람이 있어요. 올해만 같으면 농사짓는 것도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어서요. 모든 곡식이 풍년이니 며칠 후면 다가올 추석은 풍성한 추석이 될 것 같네요."

한 박스에 작은 고구마 몇 개를 덤으로 올려줍니다. 넉넉한 인심입니다. 근처 이웃집 담장 너머로 후드득 소리가 납니다. 밤나무의 나뭇가지를 흔들어 밤을 따는 사람이 있습니다. 추석 차례 상에 올리려고 미리 밤을 딴다고 합니다.

"밤 씨알이 작년보다 훨씬 굵어요. 밤나무를 심고 15년째 되는데 올해가 가장 알이 토실토실한 것 같아요. 아직 맛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밤을 수확하고 보니 마음도 넉넉해집니다. 몇 개 드릴 테니 가지고 가서 맛있게 쪄서 드세요."

황금물결과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납니다.
 황금물결과 억새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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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 코스모스 너머로 누렇게 익어 가는 벼가 풍성함을 알립니다.
 한들한들 코스모스 너머로 누렇게 익어 가는 벼가 풍성함을 알립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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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더기 쥐어 줍니다. 훈훈한 시골 인심에 감동을 합니다. 떨어진 감도 함께 덤으로 줍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납니다. 우리 마을에서 밤나무가 가장 많았던 밤 나무집 딸이었던 저는 이맘때쯤이면 꼭 밤 수확을 하시던 부모님 일손을 도와 드렸는데 밤을 따서 알맹이를 꺼내는 것이 어린 저는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삐죽삐죽 솟아나온 밤 가시가 머리위로 떨어지거나 밤을 줍다가 손을 찔리곤 해서 울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바닷가에는 붉은 칠면초가 빨갛게 타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배도 느릿느릿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바닷가에는 붉은 칠면초가 빨갛게 타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배도 느릿느릿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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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후리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배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창후리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배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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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결이 넘실 거리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정겹습니다.
 황금물결이 넘실 거리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정겹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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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돌다보니 마지막 여름을 보내기 위해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도 보입니다. 물이 빠져 나가고 골이 드러난 갯벌 사이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과 파라솔 아래서 한가로운 모습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넓은 갯벌에는 칠면초가 붉게 타고 코스모스가 누렇게 익은 벼를 바라보며 화사한 모습으로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립니다. 논두렁에는 하얗게 빛나는 억새도 반짝거리며 가을의 운치를 더해 줍니다.

황금들녘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타고 자전거탄 사람들이 휙 하니 지나갑니다. 강화도의 가을풍경은 모든 사람들에게 풍성함과 여유로운 마음을 선사하면서 알알이 영글어 갑니다.


태그:#가을들녘, #황금물결, #알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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