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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27일 양동시장,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린 시장안은 을씨년 스럽기까지 하다.

이맘 때면 제수용품과 차례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주부들로 북적 거려야 할 시장이 사상 최악의 경기 침제 여파로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 신종플루 여파까지 겹치면서 명절 특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상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 늘어 났지만 상인들의 손길을 분주하게 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상인들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제, 손님이 없은께 이렇게 수다라도 떨어야 근심걱정을 덜제"라며 옹기종기 모여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한다.

30년간 떡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자식 셋을 대학에 보냈다는 한 상인은 "해도해도 요즘같이 장사 안되는 건 첨이다"며 "그래도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는 손님들이 2∼3배 이상은 많았는데, 요즘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바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아파트 단지나 웬만한 골목에는 떡집들이 있어서 시장에서 대목을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상인들은 "어렵다고 한숨만 짓고 있으면 더 힘든 일만 생긴다"며 "이럴때 일수록 손님을 맞는 얼굴이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물전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남 55)는 "예전엔 대목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북적였지만, 요즘은 손님들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산지 값이 올라 손님들을 대할 때면 미안한 생각이 앞서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상인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한다"고 말했다.

정육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돼지값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쇠고기 값은 많이 올랐다. 이는 소값 폭락 등으로 산지 개체수가 줄어든 탓이다. 한 상인은 "대형마트로 손님이 빠져나가는 추세라 명절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며 "쇠고기는 물론이고 돼지고기 가격도 작년에 비해 2배 가량이 올라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동시장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주 시내 중소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별반 차이가 없다. 대인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을 팔고 있다는 한 상인은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보고도 모르느냐"며 싸늘하게 되물으면서 "오후 1∼2시 정도 되면 손님들이 늘긴 하지만 물건이 팔리는 정도로 보자면 차라리 평소가 더 나을 정도다"고 푸념했다. 상인은 그래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 "싸게 드릴게요, 이것 좀 보고 가세요"를 연신 외쳤다.

이처럼 재래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공격적 마케이팅에 밀린 탓이다. 특히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있는 택배를 통한 농산물 배달 등도 손님들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은 데 한 몫하고 있다.

양동시장 등 대부분의 중소 재래시장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쓰레기와 불쾌한 냄새도 없다. 각 상가마다 잘 정리된 제품들은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해 손색이 없어 보였다. 품질과 가격면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 중 일부는 대목을 앞두고 활기있는 시장 분위기가 점차 사라져 가는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명절이면 꼭 양동시장을 찾는다는 국순자(66) 할머니는 "집이 양동시장과 가깝기도 하지만 마트보다 가격이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아서 평상시에도 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징 물건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며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는 값싸고 좋은 물건을 사기에는 마트보다 시장이 제격이다"고 말했다.

10년째 시장에서 오토바이로 물건 배달을 해오고 있다는 한 배달원은 "10년전만 해도 시장이 북적북적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가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손님을 뺏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추석이 1주일 정도 남아있으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을 많이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은 따뜻한 정이 흐르고 에누리가 통하는 곳이다. 그동안 광주시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소프트웨어적 지원 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지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지원이 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호남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양동시장, #재래시장, #추석대목, #제수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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