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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노조 설립이 허용되자 그동안 저임금과 노동탄압에 고통받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노조를 결성, 물밀듯이 들고 일어났다. 노동자대투쟁이다.

 

80년대 노동자대투쟁의 선봉은 수만 명의 노동자가 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 이들 두 노조는 1987년 노조를 설립하고 이후 수년 간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이끌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22년이 지난 2009년 가을, 이 두 노조가 이명박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두고 극과 극의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나란히 노조 임원 선거를 치른 결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실리노선이 당선됐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허용에 대해 현대차노조는 "결사반대"를 외치며 7~8일 특근 거부 투쟁과 노동자대투쟁 참가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실상 허용"을 공언하며 이에 대비한 조직 축소 등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는 노조 사상 첫 연임에 성공한 오종쇄 노조위원장이 핵심에 섰다. 그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선봉이자 핵심인물이었다는 점에서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종쇄 위원장은 지난 7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 토론회에서 "노조는 자주성이 생명이므로 노조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고 최근 당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않아야 노조자율성이 확보되고 책임 있는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찬성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노조소식지를 통해 "현재의 (현대중공업 노조 기구) 12개 부를 7개 실로 바꾸기 위한 규약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노조 업무의 효율적인 운영과 예산 절감을 통해 곧 시행될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라고 복수노조 등을 기정사실화했다.

 

"노조는 자주성이 생명" vs. "사실상 노조 말살"

 

이에 반해 현대차노조의 경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해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조합원 전반에 깔리면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으로부터 실리노선이라고 평가받았던 이경훈 노조지부장이 7~8일 노동자대투쟁과 이날 특근 거부 선두에 서는 등 보수언론의 첫 평가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행보에 대해 울산지역 수백 개 단위노조들의 분위기는 싸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각 노조는 8시간 노동 기준의 월 임금에서 1%를 조합비로 내고 있는 데, 조합원 수가 적은 노조의 경우 이 조합비만으로는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노조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한 단위노조 간부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같이 임금이 높고 조합원이 많은 경우 조합비는 매달 수억 원이 걷히지만 우리는 불과 몇 백만 원"이라며 "이 돈으로는 전임자 임금조차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전임자의 역할은 임단협 활동이 주요한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반납하는 등 사실상 노조로서 할 일이 줄어드니 조직을 축소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현대차노조원인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노조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회사와 성실히 교섭하고 조합원 복지 실태나 근무 환경을 조사하는 등 전임자의 역할이 크다"면서 "전임자 임금 금지는 사실상 노조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임자 임금 금지,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자동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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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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