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평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옹진반도.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은 연평도의 일부이며 그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북한 옹진반도. 또한 그 사이에 떠 있는 두 개의 섬도 북한땅이다. 즉 그 두개의 섬과 연평도 사이의 그 좁은 바다에 NLL이 존재한다.
 연평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옹진반도.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은 연평도의 일부이며 그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북한 옹진반도. 또한 그 사이에 떠 있는 두 개의 섬도 북한땅이다. 즉 그 두개의 섬과 연평도 사이의 그 좁은 바다에 NLL이 존재한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한반도의 화약고인 서해 5도 일대에서 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돌아가는 경비정을 남한 해군이 '뒤따르며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은 남한이 먼저 북한경비정의 뒤쪽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주장은 북한해군 경비정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서 경고방송을 했는데, 이에 불응하고 남쪽에 조준사격을 하자 대응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으냐에 따라서 이번 충돌의 원인은 크게 달라진다. 남과 북은 반파되었다고 알려진 북한의 경비정을 공동조사 해야 한다. 경비정의 파손 부위를 조사하면 남한이 뒤쪽에서 공격한 것인지, 북한의 선제공격에 남한이 대응한 것인지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니 남북은 공동조사를 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남한의 의도를 주장하는 쪽은 남한이, 북한의 의도를 주장하는 쪽은 북한이, 정전상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서 북미대화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의 의도를 주장하는 쪽은 남한이 오바마 방한과 보스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조선반도정세의 흐름을 제3의 서해교전으로 가로막아보려는 남측 우익보수세력들과 군부 호전집단의 계획적인 모략행위"라고 주장한 것이 그런 시각이다.

남의 계획, 북의 계획? 모두 근거 약해

국방부는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오기 전에 2차례, 넘어온 이후 3차례 경고방송을 하였으나, 북한 경비정이 계속 침범해 경고사격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5차례의 경고방송과 이후 경고사격을 했던 상황은 사실일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4척의 경비정과 2척의 함정에 많은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있지도 않는 사실에 대한 '계획적인 모략'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경비정이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NLL을 넘어온 것은 북이 NLL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와 상관없이 사실로 보인다.

반대로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도발했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별로 없다. 정운찬 총리가 이미 국회에서 '우발적 충돌'이라고 답변하였고,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북한의 의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매하게 북한이 '제한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듯하다. 

사실 북한이 대단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한의  반작용 여부에 따라서 상황은 북한이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해 충돌 이후에 남한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서해 상공을 초계비행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북한군의 해안포대와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확전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비화하는 것은 남북 쌍방의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북한이 남한의 행동까지 통제해서 상황을 북한이 원하는대로 만들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무슨 대단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볼 근거 역시 빈약한 셈이다. 

미국 정부나 언론도 이번 사건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보스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 사건 자체가 북미대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남한이나 북한이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항상 제기되곤 하는 하나의 정치적인 시각일 뿐이다.

포탄 5000 발과 적벽대전

북한의 경비정 한 척이 NLL을 넘었고 경고방송도 무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재량권이 대폭 강화된 현장 지휘관은 발포했다.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풍선처럼 팽팽해진 상황을 고려한다면 '경고방송의 무시'와 '현장의 재량권 강화' 두 가지 모두에서 제한된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충돌사건에서 주목해서 보아야할 것은 5000대 50의 포탄이 교환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포탄 숫자가 향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결과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군 관계자는 12일 "지난 10일 발생한 2분간 교전에서 우리 함정은 40mm 함포 250여 발과 20mm 벌컨포 4700여 발 등 모두 4950여 발을 발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당시 북한 경비정이 14.5mm로 추정되는 함포 50여 발로 공격해온 데 대해 99배로 응사한 셈이다."(<연합뉴스> 2009.11.12)

"2개 고속정 편대 후방에 울산급호위함(FF) 전남호(1800톤)와 초계함 순천함(1200톤)에서도 북 고속정을 향해 수십 발의 함포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총 발사수는 5000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노컷뉴스> 2009.11.12)

'우발'과 '도발'의 중간 정도 수준의 '제한된 의도'를 가지고 북한의 소형 경비정 1척이 NLL을 넘었는데, 우리는 2분 동안 5000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게다가 북한의 14.5mm 포에 비해서 전남호는 76mm 포를 발사했다. 과잉 대응의 논란이 생기는 지점이다.

미국 언론은 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정전체제와 NLL의 불안정성에 대해 보도했다. 남한 해군이 북한 경비정 1척을 향해 2분에 5천발의 포탄을 발사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조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남한의 과잉대응으로 앞으로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을 염려하는 상태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이) 북미대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남북관계에 있어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000발의 포탄에서 연상되는 것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이다. 제갈공명은 오나라와 연합해서 조조와 대항하려고 한다. 그러나 오나라의 주유는 공명에게 '화살이 부족하니 3일 안에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달라'는 무리한 주문을 하여 공명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에 공명은 안개가 자욱한 날에 20여 척의 배에 허수아비와 짚을 싣고 조조의 진영으로 접근하였다. 조조의 군사는 밤새 십수 만개의 화살을 쏘았고, 이 화살들은 공명의 허수아비 배에 쌓였다. 주유는 공명의 신묘한 계책에 감탄하고, 촉나라와 오나라의 동맹은 조조의 군대와 맞서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 장면은 영화 <적벽대전2>에서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공명이 얻은 것이 10만 개의 화살과 오나라와 동맹이라면, 이번 서해 충돌에서 남북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조조는 공명이 보낸 20척의 배를 격퇴(?) 했으나, 이것이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남한은 조조와 달리 북한 경비정을 격퇴시켜서 전술적인 승리를 얻었다.

5000대 50의 의미

북한은 남한이 쏟아 부은 5000발의 포탄을 향후 '통미봉남'에 대한 남한의 귀책사유로 삼을 것이다.  북한에는 공명이 10만 개의 화살을 얻은 것과 비견할만한 것이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서해의 남북군사력을 비교할 때 군사적으로는 '빈말'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직접대화를 강화하면서도 남한과 대화를 피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얻게 되었다. 이후 남북대화를 재개를 북한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통미봉남'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8월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오바마 출범 직전부터 구사했던 대미, 대남 강경책을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잇단 강경책을 구사한 븍한으로서는 미국이 만든 게임규칙에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될 수단(핵능력 강화)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위협능력을 확보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은 북한외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이명박 정부와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대화로 나선 것을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보는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더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한미간의 협력이 굳건했으나, 이는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판단착오를 하는 요인이 되었다.

정세는 변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제재의 효과에 사로잡혀 있었다. 10월 초 원자바오 중국총리와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과 직접대화를 준비하면서 관련국들과 조율에 들어갔다. 지난 11월 9일부터 5일간 북한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자크 랑 대북특사는 "EU와 인권 대화를 중단한 북한 측이 인권 문제에 대해 교류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을 특별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특사조문단을 보낸 이후 이산가족 상봉, 남북 정상회담 제안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마치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했던 북한의 전방위 외교와 비슷하다. 

남북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보스워스는 평양 가고

미국과 EU가 북한과 대화재개를 준비하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결렬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대화국면에서 대화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제재효과론'에 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노력을 알리기 위해 10월 중순에 대남정책의 실세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동정을 북경 공항에서 노출시키기도 했다. 김양건 일행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이명박 정부의 측근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정상회담을 결렬시켰지만, 미국은 보스워스 특별대표를 평양에 보내기로 최종확정했다. 지난 10월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북미 직접대화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후 시작된 북미 간의 조율에서 북한이 제기한 것은 ▲ 북미 적대감정 해소 이후 대화 개시 ▲ 평양에서 북미대화 개최 ▲ 핵보유국 지위 요구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화의 장소로서 평양을 받고 대신에 대미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과 면담을 요구하였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여 보스워스 - 강석주 평양회담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제 기술적으로 회담시기를 조율하는 것만 남아 있다.       

오바마 정부는 북미대화에서 남북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부시 정부와 달리 동맹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태는 북미대화의 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5000발의 포탄은 북한이 남북대화 단절의 귀책사유를 남한에 돌리기에 유용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상되는 강석주의 파격행보

북한은 보스워스가 평양을 방문하면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도 북미대화를 지속시키려고 애를 쓸 것이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북한이 수용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포괄적 패키지'를 통해서 '북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라는 최종목표를 타결하고자 한다. 미국이 회담 초기에 최종목표를 타결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이 핵폐기로 가는 과정을 잘게 나누어서 핵폐기의 최종목표를 모호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포괄적 패키지를 수용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조야의 의혹을 해소하여 북미대화의 동력을 만들 것이다. 보스워스 방북과정에서 몇가지 이벤트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후 본격적인 북핵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여 협상수단은 잃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어쨌든 보스워스 특별대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강석주 제1부상과 만나면 북미대화는 앞으로 과정은 험난하더라도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바겐'과 오바마 정부의 '포괄적 패키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조율될 것이다. 두 방안은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포괄적 패키지'는 실현되고 '그랜드바겐'은 시련을 겪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화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에 쏟아진 5000발의 포탄은 해군 장병들의 전술적인 승리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외교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남북대화 무시전략과 결합하면서 엉뚱한 결과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창수 기자는 통일맞이 정책실장, 민화협 정책실장, 청와대 NSC 행정관을 역임했고 지금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수중이다.



태그:#서해교전, #통미봉남, #그랜드 바겐, #보스워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