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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지방 정부, 해당 주민들, 국민 여론, 정부 여당 내부, 정당 간 등 나라가 들썩거린다.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정책으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판결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정책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이 정책을 대폭 수정하려고 한다. 이러면서 시끄러워졌다.  

 

나는 세종시 정책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현 대통령은 행복도시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가 안 될 거라고 하는데 자신은 '꼭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공식 석상에서 약 열다섯 차례의 세종시 공약 이행 발언을 해 왔음에도 최근 말을 뒤집었다. 그리고 행동대장으로 정운찬 신임 총리를 내세우고 뒤에 숨어 있다. 더불어 작년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때도 느꼈지만, 역시 이번에도 해당 정부기관에서는 정책변경에 대한 근거 자료를 확 바꿨다. 

 

현 정부 들어와 세종시 공약만 수정, 폐기된 것은 아니다. 대학 등록금 반값, 통신비 인하, 신혼부부 아파트 공급, 저소득층 복지예산 감소 등 하나둘이 아니다. 더불어 경제성장률 7%, 임기 내 국민소득 4만 달러와 7대 강국 진입, 주가 5000포인트, 300만 명 일자리 창출도 결과적으로 헛공약 남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미국에서 느닷없이 서울-평양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쇼도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렇게 공약 폐기와 헛공약 남발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는 '나들섬 프로젝트' 또한 올해 슬그머니 간판을 내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강화도 북서쪽 한강하구에 약 900만 평(여의도의 10배) 크기로 복토하여 인구 20만 명 규모의 국제 비즈니스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동북아 물류거점 확보와 남북경제협력의 터전으로 만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확대·발전을 경계하였다. 그러나 통일부의 2008년 계획에도 존재했던 나들섬 구상이 2009년에는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현인택 현 통일부장관이 나들섬 구상의 핵심 인물이었음에도 말이다.

 

열흘 전에 강화도 평화전망대를 다녀왔다. 한강하구를 건너 정면으로 북한 황해남도 당두포가 자리하고, 북서쪽으로는 정부가 구상했던 나들섬이 보였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섬 가운데가 잘려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이는 서해 바닷물로 인한 조수 간만의 차와 한강하구 유역의 물살 흐름이 유동적인 것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기존 섬에 엄청난 토사를 쏟아 부어 900만 평의 섬으로 만든다 해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의도적으로 개성공단 2단계 발전을 축소하고, 현 남북관계의 냉랭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정책이었기에 폐기되었다고 보인다.

 

이렇게 '빛 좋은 개살구' 대북정책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9월, 미국에서 '그랜드 바겐' 정책을 제시했다. 결국 북핵 폐기와 북한 체제 보장을 동시에 일괄적으로 타결하자는 정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 비현실적이거나 정치적 위장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조차 정운찬 총리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랜드 바겐 정책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을 정도로 다듬어진 정책이 아니다. 

 

남한 정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적 태도를, 엄격한 상호주의를 펼친 대북정책의 치적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남북 교류협력사업 진행에 대한 승인을 불허하면서 기다림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그랜드 바겐 정책을 '비현실적이며 얼빠진 제안'이라고 부정적으로 일축하였다. 결국 행동 대 행동 원칙 해법이 아닌 그랜드 바겐이라는 '한 방 해법'은 지난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내놓겠다는 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한미 간에 아프간 파병, 그랜드 바겐, FTA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그랜드 바겐이 미국 대북정책과 유사성을 갖추고 있다고 수사적 발언으로 대국민 홍보를 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다음 달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의 평양 방문으로 개최되는 북미회담의 결과는 그랜드 바겐 원칙과는 멀어 보인다. 일괄 타결이 아니라 행동 대 행동 원칙 속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 일본 하토야마 총리도 곧 방북하겠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결국 북핵해결에 있어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one shot deal'이라는 그랜드 바겐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남북관계를 조금씩 진전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북이 주도해가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남북이 미국, 중국, 일본 등과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결국 그랜드 바겐 정책으로는 더 이상 한국이 설 자리가 없다.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쇼는 멈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현정씨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시, #이명박, #그랜드 바겐, #나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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