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원지역 중학교 교복값 거품이 싹 걷혔다. 남학생과 여학생 동복(셔츠(블라우스), 바지(치마), 조끼, 재킷)이 모두 13만2천 원이다. 개별 구매가가 25만 원이 훌쩍 넘는 데 비하면 절반 가까이 싼 셈이다. 어떻게 이렇게 낮은 가격이 가능했을까. 그건 9개 중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수원시중학교 교복공동구매 연대모임'(아래 연대모임)의 활동 덕이다.

18일 연대모임 공동대표인 이철원씨(동성중 학부모)를 만났다. 공동구매를 추진한 까닭을 묻자 거침없이 답했다.

"교복도 교육과정입니다."

이철원씨는 공동구매한 중소기업 교복의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며 이렇게 강조했다. “설령 대형 업체에서 직접 생산하다하더라도 바느질 솜씨가 더 좋을 리 없죠.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장인정신이 더 투철하잖아요.”
▲ "공동구매 교복 품질 좋다" 이철원씨는 공동구매한 중소기업 교복의 품질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며 이렇게 강조했다. “설령 대형 업체에서 직접 생산하다하더라도 바느질 솜씨가 더 좋을 리 없죠.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장인정신이 더 투철하잖아요.”
ⓒ 이민우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무상급식 논쟁 때 '급식도 교육이다'는 얘긴 들었지만, '교복도 교육과정'이란다. 설명을 더 들어보자.

"상급학교를 맞이하는 첫 번째 순서가 교복 준비잖아요. 초등학교와 달리 특히 중학교라는 공동체 문화를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 교복 구매니 무척 중요한 거죠."

이런 생각에 동의한 몇몇 학부모들이 모여 연대모임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5일. "교복값을 절반으로 줄여보자"는 뜻이었다. 활동을 시작하자 여러 학부모들이 참여해 9개 학교로 늘었다.

처음 공동구매를 준비하다 보니 여러 가지 걸림돌에 맞닥뜨렸다. 무엇보다 중학교 입학 배정이 2월 초인 게 문제였다. 20여일 만에 공동구매를 준비하기엔 무리였다. 교복 제작이 한꺼번에 몰려 원단 확보 단가가 높아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 사안은 경기도교육청에 건의해 해결됐다. 수원시의 중학교 배정 시기가 약 1주일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입학 배정이 일찍 이뤄지면 여러 가지로 좋지요. 우선 통학거리 검토도 사전에 할 수 있고요. 해당 학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면, 좀 더 관심 가진 상태에서 입학과 학습 준비도 하게 될 거고요. 교복 문제뿐 아니라 여러 가지 교육 차원의 장점도 있는 겁니다."

교복공동구매에 대한 홍보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청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 대안으로 이 공동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미리 교복공동구매란 걸 학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이 공동구매란 걸 잘 모르거든요. 들어보긴 했더라도 어떻게 하는 건지 막연하고요. 그러니 아이들 학교 배정 소식을 듣고 바로 교복매장에 가서 사주는 겁니다. 뒤늦게 알더라도 어떻게 해 볼 수 없게 되는 거죠."

"대형 메이커 업체가 시장 주도권 장악하지 못하게 해야"

이번 입찰엔 8개 업체가 들어왔다. "가격도 예상 적정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메이커' 업체들은 전혀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메이커 업체들이 담합을 한 상황"이며 "가격도 매장보다 20% 정도 낮은 수준만 제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대형 메이커 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자는 게 공동구매의 취지 중 하나거든요. 대기업이 주도하다 보면 당연히 거품이 쌓이게 마련이죠.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건데, 브랜드 값으로 30% 정도 더 비싼 대기업 교복을 구매하는 건 교육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차원에서 공동구매가 대세로 자리 잡아야 해요. 그럼 대기업도 거품이 제거된 가격으로 입찰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공동구매한 교복의 품질에 대해 물어봤다. 역시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품질은 똑같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형 본사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오이엠(OEM,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만들기 때문이란다.

"설령 대형 업체에서 직접 생산한다 하더라도 바느질 솜씨가 더 좋을 리 없죠.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장인정신이 더 투철하잖아요."

그는 교복뿐 아니라 앞으로 졸업앨범 공동구매도 해 볼 구상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학생 복지와 소비에 관한 사안으로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생산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었잖아요. 앞으론 소비자가 중심을 잡고 가는 게 하나의 흐름이 돼야죠. 교육 소비자 중심으로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고요. 그렇게 노력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복공동구매, #경기도교육청, #이철원, #수원시, #중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