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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의 아침이 밝았다. 1월 23일 새벽 6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평창 오대산으로 향했다. 오대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적멸보궁으로 가기 위해서다. 풍수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모든 기운이 모인다는 이곳을 찾아 새해 다짐도 하고, 그 기운을 조금이라도 받아 보고자 함이다.

 

천년고찰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오대산 월정사에 도착하니 환상적인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길이 미끄러워 차가 오르기엔 무리였지만 사륜구동 오프로드에 강한 자동차 코란도의 힘으로 상원사까지 걷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상원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30분.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산속의 해는 늦게 뜨고 늦게 지는 법. 오래간만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사실 꽤 추웠다) 떠오르는 아침의 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오대산 초입에 위치한 상원사로부터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중대 사자암으로 향했다.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그루가 장엄하게 하늘로 뻗어 있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게 느껴진다. 중대 사자암에서 적멸보궁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은 풍경화로 둘러싸인 듯 낭만과 운치가 있었다. 나무는 앙상하게 말라 있었지만 푸름은 잃지 않았다.

 

 

드디어 적멸보궁에 올랐다. 한반도에서 가장 좋은 곳, 기운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다는 적멸보궁. 체감기온 영하 20도. 날씨가 너무 추웠다. 그 영험한 기운을 느낄 시간도 없이 세찬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날을 기다렸다. 내 소원을 빌어보고자 하는 내 진심이 통했는지 맑은 햇살이 비추고 곧 바람이 멈췄다. 가족과 내 개인적인 일에 대한 기도라고 해야 하나. 난 사실 천주교 신자라서 불교에 대한 믿음은 없다. 하지만 그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다. 가족의 행복을 빌었다.

 

겨울 오대산은 여름과 가을의 풍광과는 사뭇 달랐다. 눈 세상이었다. 산행길은 온통 빙판길이었지만, 오대산을 가기 위해 일주일전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던 아이젠(등산장비)이 있어 걱정 없었다. 적멸보궁을 내려오는 길은 겨울이지만 푸르름이 느껴졌다. 소나무류의 나무들이 사시사철 등산객들을 맞아 준다.

 

적멸보궁에서 상원사로 내려오는 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나무였다. 스치듯 봐도 100년은 됐을 법한 나무들. 천년고찰의 월정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은 역시 이 나무가 아닌가 싶다. 오대산의 주인은 나무였다. 나는 주인을 찾아온 손님이었다.

 

 

월정사로 향했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月精寺八角九層石塔)이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고려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탑으로 8각의 2층 기단(基壇) 위에 9층 탑신(塔身)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탑 뒤에는 적광전(寂光殿)있다. 월정사의 중심법당으로 정면 5칸 측면 4칸의 크기가 눈에 띈다. 팔작지붕에 다포계 양삭을 갖추고 있다. 6.25때 소실됐지만 1964년 주지인 만화스님이 다시 중건했다고 한다.

 

적광전에서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께 설법을 들었다. 정념스님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아바타를 예로 들면서 불교의 이념을 설명했다. 진한 눈썹에서 보이는 강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그의 부드러운 설법이 마음속에 쏙쏙 들려왔다.

 

사찰을 역시 절밥을 먹어야 제맛이다. 최근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68)의 발언으로도 더욱 유명해진 비빔밥을 먹었다. 등산을 하고 난 뒤 배가 고파서 인지 비빔밥의 맛은 꿀맛이었다. 이날 복분자로 담근 막걸리도 일품이었다. 역시 등산에는 술은 빼 놓을 수가 없다.

 


태그:#적멸보궁, #오대산, #월정사, #정념스님, #원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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