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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심마니들의 은어로 '소금'을 이르는 말이다. 그 곰소가 바로 전북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곰소항을 두고 한 말 같다. 항구를 낀 곰소마을 북쪽에는 50여 ha에 달하는 드넓은 염전이 있어 소금생산지로도 유명하고, 근해에서 나는 싱싱한 어패류를 재료로 각종 젓갈을 생산하는 대규모 젓갈단지도 조성돼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젓갈 사러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부안군청에서 남서쪽으로 24㎞ 떨어진 '곰이 있는 연못'. '곰소항'을 찾았다. 항구에는 춘분을 눈앞에 두고 새 단장에 여념이 없는 봄을 시샘하듯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춘삼월 눈길 따라 찾은 곰소항...곰삭은 젓갈들 즐비하게 반겨

곰소항엔 크고 작은 많은 배들과 횟집들이 널려 있다.
▲ 바다위에 웬 집? 곰소항엔 크고 작은 많은 배들과 횟집들이 널려 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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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북지역에서는 군산항 다음으로 커서 파시(어장 주변에 형성되는 시장)가 형성되기도 했던 곰소항. 지금은 누추한 항구로 남아 있지만 전국 최고의 젓갈단지로 자리매김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춘삼월 흰 눈에 뒤덮인 변산반도를 이러저리 뱅뱅 돌아 찾아가 보았더니 실감이 절로 난다.

70년대 초반엔 젓갈 판매업소가 3~4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멸치액젓과 까나리, 새우, 황석어 등 젓갈량이 7905t으로 전국 생산량의 20~3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유명한 젓갈 생산지답게 항구 어귀마다 횟집과 젓갈 판매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젓갈 판매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짭짤하고 구수한 젓갈 냄새가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곰소항에선 매년 가을이면 젓갈축제를 열어 전국의 많은 미식가들을 불러 모아 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이른 봄에 와보니 이곳 사람들에겐 계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멸치액젓을 비롯해 새우젓, 바지락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조기젓, 멸치젓, 고노리젓, 밴댕이젓, 잡젓 등 20여종의 젓갈을 사시사철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에 의하면 3천여드럼의 멸치액젓을 숙성시킬 수 있는 지하탱크를 갖춘 업소들이 많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젓갈 가공업은 부업형태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연간 판매액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 어민들의 주소득원으로 손색이 없다. 물량의 대부분은 곰소젓갈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팔린다. 1992년부터 변산반도 일주 해안관광도로(30번 국도)가 개통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미각 사로잡는 이유는 숨 쉬는 깨끗한 갯벌과 천연소금 때문"

맛깔스러운 젓갈들이 가는 곳마다 널려 있다.
 맛깔스러운 젓갈들이 가는 곳마다 널려 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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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액젓을 비롯해 새우젓, 바지락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조기젓, 멸치젓, 고노리젓, 밴댕이젓, 잡젓 등의 20여종의 젓갈을 사시사철 생산해 낼 수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곰소.
▲ 20여종의 젓갈들 멸치액젓을 비롯해 새우젓, 바지락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조기젓, 멸치젓, 고노리젓, 밴댕이젓, 잡젓 등의 20여종의 젓갈을 사시사철 생산해 낼 수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곰소.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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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젓갈이 미각을 사로잡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곰소만은 주변의 육지가 300여 미터의 산지로 되어있고 큰 강물이 유입되지 않으며 인근에 공장이 없어 갯벌이 아주 깨끗한 편이다. 반대편 새만금 갯벌에선 생명을 점점 잃어가는 바지락, 해방조개, 백합, 죽합등의 조개가 이곳에는 싱싱하게 묻혀있다. 운저리, 쇠빙어, 오징어, 꼴뚜기, 낙지, 쭈꾸미, 전어, 갈치, 밴댕이, 새우, 숭어, 도다리 등도 굳이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잡을 수 있다.

인근에서 잡히는 각종 잡어들은 대부분 곰소항으로 들어와 바로 소금에 절여져 젓갈로 가공된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에서 잡기 때문에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선도가 뛰어난 것이 특징. 게다가 인근 염전에서 나는 양질의 천일염도 미각을 돋우는데 한몫한다. 이곳 상인들은 "생선의 선도도 중요하지만 질 좋은 소금을 얼마만큼 넣고 버무려 어떻게 저장하여 숙성시키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곰소 젓갈시장 입구.
▲ 젓갈시장 전국적으로 유명한 곰소 젓갈시장 입구.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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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곰소항 사람들에겐 깊은 젓갈 맛과 함께 깊은 고민이 있다. 1972년 1종 어항으로 지정됐으나, 80년대 중반 여객선 출발지가 곰소항에서 격포항으로 옮겨지면서 항구기능이 쇠퇴하면서부터다. 연근해의 어족이 줄어들고 곰소만의 수심이 낮아지면서 격포항으로 주요 시설들이 이전해 갔다.

특히 하루 두 차례씩 위도를 오가던 정기 여객선마저 격포항으로 옮겨가면서 곰소항은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는 등 접근성이 좋아졌으나 시설 현대화와 특성화를 위한 원산지 보호대책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곰소항 상인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상인들이 힘을 모아 곰소항 주변 9920㎡ 터에 건평 1980㎡ 규모의 젓갈타운을 조성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일대에 산재한 젓갈 판매업체들은 뜻을 모아 저온숙성시설과 부산물 처리시설등을 갖춘 종합 판매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부안군도 "곰소젓갈을 특성화하기 위해 앞으로 원산지를 입증하는 지리적표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매기 떼 '끼룩 끼루룩',  제철만난 주꾸미들까지 반갑게 맞아

제철 만난 주꾸미들이 수족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주꾸미 제철 만난 주꾸미들이 수족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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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옆에 해삼도 나란히 대기 중.
▲ 해삼 주꾸미 옆에 해삼도 나란히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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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맛이지만 곰소항을 둘러싼 주변 경관 또한 만만치 않다. 곰소항 맞은편은 변산의 '해안쪽 바깥'을 뜻한다 하여 '외변산'으로 부른다. 변산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외변산에는 주로 바닷물에 깎여나간 암석해안과 하얀 모래 위의 푸른 소나무 등 특유의 해안경치가 펼쳐져 있다.

외변산 주변에는 내소사와 5곳의 해수욕장(상록, 격포, 모항, 변산, 고사포), 채석강과 적벽강, 금구원 조각공원, 새만금방조제, 원숭이학교, 부안댐, 하섬, 수성당, 부안영상테마파크 외에 싱싱한 회가 넘쳐나는 격포항,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과 곰소염전 등이 즐비하다.

고소항 주변을 지키는 갈매기떼.
▲ "끼룩" 고소항 주변을 지키는 갈매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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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반갑게 다가서는 갈매기들.
▲ "끼루룩..." 사람들에게 반갑게 다가서는 갈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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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내변산은 변산의 '내륙 안쪽'을 말한다. 부안 줄포만에서부터 바닷가로 쭉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내·외변산의 경치를 잘 볼 수 있다. 내변산이 산이 있어 '운치'가 있다면, 외변산은 바다가 있어 '낭만'이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과 싱싱한 어패류, 맛깔스러운 젓갈 등으로 차려진 곰소의 풍미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더욱 입맛을 돋운다.

끈에 매달린 풀치(갈치의 새끼)들.
▲ 이름이 풀치? 끈에 매달린 풀치(갈치의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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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요기 거리가 또 있다. 끈에 매달린 풀치(갈치의 새끼)들, 그물 위에 촘촘히 널린 박대(서대)들이 사람냄새, 젓갈냄새가 물씬 풍기는 젓갈시장의 운치를 더한다. 게다가 제철 만난 주꾸미들은 곰소젓갈과 함께 미각을 사로잡는다. 또 있다. 곰소항 주변을 걷다보면 한가로이 정박해 있는 선박들과 제방 옆에 막대를 버팀목 삼아 세워진 횟집들, 그 주변을 기웃거리는 갈매기들도 무어라 열심히 소리 지르며 외지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끼룩 끼루룩" 


태그:#곰소, #젓갈, #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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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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