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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방송되었던 100분토론을 보고 제가 그 자리 시민 논객으로 나가지 못한 게 한이 되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어제 한나라당 의원 한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나라의 교직원과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무상급식 지원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리가 없다"고요. 또한 본인 입으로도 자신의 동생이 학교에 수업료를 내지 못해 선생님한테 두들겨 맞고 왔었다는 과거의 아픔을 들먹이시면서요. 그렇다면 지금 교사들의 마인드는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제부터 제 얘기를 짧게 들려 드릴게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급작스럽게 큰 병을 얻으시게 되면서 집안 형편이 기울어져,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터 급식비 보조를 받게 되었습니다.

 

무상급식 학생을 선별하는 과정도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의 빚이나 당시 살고 있던 월세방 계약서, 몇 평이고 방이 몇 개인지, 월 수입은 얼마인지에 대한 서류 일체를 담임 선생님이나 여타 다른 선생님이 확인하셨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께서 저의 가정형편을 알고 있다는 수치심에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같은 반에 급식비 지원을 받는 아이가 저 말고 2명이 더 있었는데요. 조회나 종례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죠.

 

"박아무개, 이아무개, 김아무개 교무실로 와서 식권 받아가라."

 

또는 아예 식권을 들고 오셔서 모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나눠 주셨습니다. 저는 사춘기를 겪는 여고생이었고, 20대의 남자 담임 선생님이 그런식으로 저희 셋을 대했다는  것에 아직도 분노합니다. 당시 저는 학급반장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어려운 저의 가정 형편이 불편했는지, 학급 일에 있어서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의 비참함과 짓뭉개진 자존심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수근대는 거,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의 아픈 기억은 대학을 졸업한 지금까지도 쓰라립니다.

 

저는 2007년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받았던 상처때문인지, 아이들이 겪었던 이런저런 어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직도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낙인이 찍힌 채 많은 수치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방학 때 아이들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식사지원을 받지 않고 차라리 굶는 이유도 누가 복지관에 들어가는 거 볼까봐, 혹은 다른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라고 하네요. 다들 학교와 집이 근처이니 철없는 아이들이 소문을 내는 모양입니다.

 

저는 100분 토론을 보다가 갑자기 학창시절 생각이 나 눈물이 벌컥 났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내가 겪었던 상처와 같은 상황에 처한 학생이 분명히 있을텐데, 그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납니다. 부자들에게는 무상급식 필요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질좋은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 다 좋은 말씀들이지요. 하지만 제 눈에 너무나 선하고 예쁜 아이들이 그로 인해 겪는 고통과 눈물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하신다면 어떠한 것이 우선순위인지 쉽게 답이 나올거 같습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저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태그:#무상급식, #저소득, #급식지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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