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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등으로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익숙한 작가인 이금이, 그녀가 이번에 선보인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는 앞의 작품들과 다르게 가슴을 쓰리게 만든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차마 말하기 어려운,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들을 두루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반에서 아이가 실종된 것으로 시작한다. 엄밀히 말하면 결석이다. '이봄'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하루 결석이 아니다. 며칠 동안 결석하고 있는데 황당한 것은 누구도 연락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혹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것일까? 하마처럼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고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던 봄이는 어쩌면 우리 시대의 왕따가 될 조건을 두루 지닌 아이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인 '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평소에 봄이가 아이들 속에서 활기차게 이야기하던 것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봄이의 엄마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은근히 학교 탓을 하고, 학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선을 그으라고 재촉하는 그때, '나'는 교무실의 책상에서 이상한 '글'을 발견한다. 누가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반 아이들에 관한 글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봄이와 봄이를 바라보던 아이들에 관한 글이다. '나'는 그것을 별생각 없이 읽다가 깜짝 놀란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나쁜' 것을,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의 '나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글 속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 평소에 봄이는 남자친구 자랑을 자주 했다. 뚱뚱하고 못생긴 봄이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믿지 못했다. 더군다나 남자친구가 잘생긴 대학생이며 첫 키스한 장소가 프라하에 있는 다리라는 사실에 아이들은 경악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봄이에게 연애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한다. 봄이가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하는지 보자는 그런 심보였다.

 

그렇게 짓궂은 이유도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봄이의 이야기를 듣고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만날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만 다녀야 하는 아이들로서는 변변한 연애 한번 해본 적이 없다. 또래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황홀한 연애라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본 것밖에 없다. 상상하려야 상상할 것도 없었는데 반 아이 중에 한 명이, 물론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토록 생생하게 멋진 연애담을 들려주니 난리가 난다. 덕분에 아이들은 좀 더 짜릿하고 멋진 상상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봄이에게 이야기를 청하고 계속 듣는다. 물론 그 저변에는 '비웃음'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은 은연중에 봄이의 이야기가 모두 '구라'라며 그녀를 인터넷 소설가라고 부르고 비웃었다. 봄이는 그것도 모른채 신나게 자신의 연애담을 들려줬던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은 봄이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다가 기어코 말을 하고 만다. "이봄, 불쌍해서 얘기해 주는데, 이제 그만 좀 해라"라는 말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너 같은 애를 대학생이 좋아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게 사실이라면 참 독특한 취향이네. 니 남친 혹시 변태 아니냐?"라는 말들을 한 것이다.

 

봄이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던 '나쁜' 것을 마주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봄이는 견디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은 어떨까? 그 진실을 알았을 때 담임 선생님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 아이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고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이들을 혼내야 할까? 그러기에는 반 아이들도 가엽다.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것은, 이 사회의 탓도 크기 때문이다.

 

이금이의 소설은 지친 청소년들의 가슴을 위로해주는 약처럼 한없이 따뜻했다. 하지만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에서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 한없이 적나라하다고 할까? 아찔할 정도다. 그럼에도 그 변화가 반가운 건 왜일까. 청소년들의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러나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는 예외다. 말하려는 것을 보건데 또한 그 적나라함을 보건데 청소년도 좋지만 어른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을 여럿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든 생생함이든 간에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푸른책들(2010)


태그:#이금이, #청소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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