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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던 스물 세 살의 여성 노동자 박지연씨가 숨졌다. 박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3때인 지난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검수 업무를 맡았다. 반도체 본체를 핀셋으로 고열로 가열된 납 용액과 화학약품에 넣었다 꺼내 엑스레이 기계로 제품을 검사하는 일이다. 박씨는 지난 2007년 7월 속이 울렁거려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문제를 다뤄온 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과 온양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 조혈계 암에 걸린 노동자는 20명이며 이 중 9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3사의 공장 6곳을 조사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벤젠이 호흡기와 피부로도 흡수되는 심각한 발암물질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젊고 건강한 삼성전자의 여성노동자들이 백혈병에 잇따라 걸리고 있으며, 삼성기흥공장 생산직 노동자 수와 백혈병 사망자수를 비교하면 한국 평균 백혈병 사망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밀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3사는 '삼성 백혈병'을 외면해 왔다. 박지연씨의 죽음과 박씨 죽음 이후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백혈병 문제 등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 방송3사가 6일 일제히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사실을 적극 보도하고 나섰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의문의 죽음에는 침묵하면서 그 회사의 '돈벌이'에만 관심을 보인 셈이다.

KBS <삼성 반도체의 힘>(이주형 기자)은 삼성전자가 "전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세운 사상 최고치를 6개월 만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상 최대 실적의 원동력은 반도체", "최근 PC수요가 급증하고 모바일, 태블릿PC 등 신생 IT기기 출현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격을 끌어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D램 반도체 시장규모는 올 한해 7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난 반도체 시장이 90년 중반과 같은 장기호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라고 전했다.

MBC는 단신 <사상최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6배가 넘은 사상 최대로, 반도체 가격의 급등에 따른 반도체 부문의 선전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SBS도 <사상 최대 실적>(강선우 기자)에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며 "2분기 영업이익은 5조 원을 웃돌 것"이며 "연간으로는 150조 원대의 매출과 16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아직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극히 낮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와 TV 등 완제품 분야에서 경쟁력 제고는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영업이익,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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