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상적으로 사실이 어떠한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것을 일컬어 우리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비밀이 아닐 만큼 잘 알려진 것이지만 공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면서도 그것이 공식적으로 공개될 때면 늘 '충격' 운운하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의 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호기심 많고 참을성이 많지 않은 인간에게 있어 혼자만 아는 비밀을 끝까지 간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공공연한 비밀은 그래서 생겨나는 것이죠. 하나 둘 입소문을 타고 비밀이 퍼져나갑니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비밀, 그 중에서도 비리와 관계된 것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기대심리를 갖게 합니다. 바로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터질 것인가?' 하는 것이죠.

 

연예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연예인과 접대 문제는 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반인들에게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라는 비율이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장자연 사건이 터지고 연예인의 성접대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 '충격' 운운하며 비난여론이 형성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검사 스폰서' 사건도 동일한 과정을 따르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합니다. 이미 '떡검'이란 신조어에 잘 나타나 있듯이 검사에 대한 접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비밀이란 말을 붙일 염치마저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다 알고있는 사실이 공식적인 증거를 통해 공론화된 지금, 언제 폭로될까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또 다시 '아하!' 하는 '충격'을 던져주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주요 강들은 주인 허락 없이 파헤쳐지고 있고, 그에 속한 생명들은 속절없이 죽어나갑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현저하게 침해되고 있고, 국민의 기본권조차 파괴되는 실정이죠.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사람은 죄다 좌파로 매도되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행동까지 통제받는 상황입니다. 최근엔 유사한 상황의 죽음까지도 편을 갈라 어떤 국민은 과도하게 추모되고 어떤 국민은 거의 무시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선진국의 목전에 선 민주국가에서 '독재', '파시즘' 같은 무시무시한 말이 회자되고,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경제는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양산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합리성이 무시되고 법질서가 왜곡된 사회는 바야흐로 사람들의 가슴에 하나의 거대한 공공연한 비밀을 만들어가게 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거짓이 일상화되고, 형평 잃은 법이 난무하고, 제멋대로의 권력이 춤추는 사회라는 것.

 

그 공공연한 비밀은 다시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대심리를 갖게 할 것입니다. 과연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폭로되어 개혁의 시동이 걸릴 것인가? 이제 그것은 기대심리를 넘어 간절히 갈구하고 기다리는 상황, 누군가 속히 터뜨려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요?


태그:#연예인성접대, #천안함, #검사스폰서, #4대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