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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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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돈을 주는 것만이 기부가 아닙니다. 자신의 재능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같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기부일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시기를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꼽은 행복의 비결은 나눔이었다. 박 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해지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갖고 사회적인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분배가 크게 약화된 1980년대 이후 미국식 시장자본주의의 이면을 설명하며 "기술의 발달로 사회의 부는 늘어났지만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욕망을 제어하고 가치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와 CJ 도너스캠프는 이날 박 원장의 강의를 시작으로 나눔의 사회적 의미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나눔특강'을 오는 7월과 9월, 11월에 거쳐 세 차례 더 가질 예정이다. 

부는 늘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박 원장은 1930년대 대공황시대에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썼던 칼럼 내용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케인즈는 문제의 칼럼에서 '우리는 금세기 안에 4~8배 정도 더 잘 살게 되고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예언하며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케인즈의 말대로 1990년대 말 우리의 경제 가치는 대공황 때보다 대략 8배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케인즈는 이런 발전이 우리에게 축복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의 틀에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의 말은 정확히 맞았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과연 이전시대 사람들보다 행복할까요?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부가 늘었음에도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박 원장은 사회 전체적으로 이전 시대보다 열악해진 부의 분배 구조를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부가 늘었지만 모두에게 분배되지 못하고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었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고용을 통한 분배가 멈춰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미국은 일자리도 임금도 늘어나지 않았지만 GDP는 11조 달러에서 13조 달러로 약 2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10년 사이 증가한 약 20%의 부는 사회적으로 분배되지 않았고 고스란히 기업이 가져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업의 이익은 정확히 노동비용과 반비례 한다"며 "미국인들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알려진 1980년대에는 노동비용이 증가했고 기업의 이익이 낮았다"고 말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경기침체가 왔다고 해도 고용감소는 거의 없고 회복되고 고용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순환이 이뤄졌습니다. 1990년대부터는 경기 침체기부터 고용이 감소하더니 5분기가 지나서야 회복이 되었습니다. 2000년, 2001년 때는 2년이 지나야 고용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2009년의 고용은 2배나 나빠졌고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습니다."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참석자들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참석자들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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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벌어진 이런 현상은 지난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진행된 노동 유연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박 원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중국 시장에 일자리를 더 많이 뺏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 중국 대졸자는 한 해 100만 명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대졸자가 100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학력 산업예비군들이 한 해에 1000만이 나오고 있어요. 이제 국내에 있는 LCD, 반도체 공장 다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의 노동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는 환경이 중국과 인도에 만들어진 겁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중국에 블루칼라 일자리를 흡수당했다면, 향후 20년 동안은 화이트칼라 일자리도 중국에 흡수당하게 될 겁니다."

박 원장은 "고용이 없는 성장 구조는 기업으로 하여금 '소비자'라는 자기 기반을 잠식하게 하는 치명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며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 기업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이 없으니 소비자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기업은 물건을 팔지 못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대적 욕망 조절해야 행복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부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구조만 개선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박 원장은 "먹고 사는 것이 불분명하던 20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누구나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행하다"며 말을 이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욕망으로 나눈 것. 이게 행복 아닙니까. 우리가 지난 200년간 집중했던 것은 행복의 분자(가진 것)를 늘리는 것이었어요. 그 결과, 분자는 140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하지 않아요. 이유는 분모에 있는 욕망이 함께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진 게 넉넉하면서도 가진 게 없다고 말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케인즈가 지적한 '바꿔야 할 사고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 하고, 못 가진 사람은 최소한의 가질 것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 박 원장은 이런 상황을 "나눔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절대적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모자란 부를 나눠주고 자기 욕망을 줄이면 둘 다 행복해 질 것"이라며 "이런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생존과 관련된 절대적 욕망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만 상대적 욕망은 사회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욕망에 제동을 걸면 걸수록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투자방법 배우는 경제 캠프에 애들 보내는 엄마들에게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8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도너스캠프 나눔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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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 원장은 "시장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이렇게 욕망을 부추기고 효율을 강조하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러워졌다"며 "시장자본주의가 우리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절대 선으로 여기면서 단점들을 비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을 들은 100여 명의 청중들은 강연 참가비로 CJ 도너스캠프에 1만 원 이상씩 실제로 기부를 한 사람들이었다. 박 원장은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라고 해서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왔다"며 자신이 강연을 많이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제가 미친 듯이 강연을 다니는 이유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기부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줘야지만 진짜 기부가 아닙니다. 저는 지방이나 시골의 학생들에게 가서 '희망을 가져라.',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기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박 원장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가능한 형태의 기부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눠달라"고 말했다.


태그:#박경철, #시골의사, #오마이뉴스, #CJ 도너스캠프,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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