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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박희태(72·6선·경남 양산) 신임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임명하면서 18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완료됐다.

 

박 의장은 총투표자 249명 중 236표를 얻어 득표율 95%로 당선됐다. 전임 김형오 국회의장이 얻은 득표율(92.9%)보다 높게 나왔다. 국회사무처는 "14대 국회 이후 최고 득표율"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이 야당의 별다른 거부감 없이 국회의장석을 차지하게 된 것은 '유머와 친화력'을 장점으로 하는 품성 덕분이다. 스스로 '부드러움'을 최고의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날 국회의장 당선 뒤 첫 인사말도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이었다.

 

4년 3개월 최장수 대변인, 11일 '최단기' 법무부 장관  

 

지난 1988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접고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초선 때부터 민정당 대변인을 맡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까지 4년 3개월간 대변인 생활을 했다.

 

국회사(史)에서 손꼽히는 명대변인 소리를 들었던 박 의장은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집권 여당의 공격수로 활약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을 만들어 집권한 뒤에도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YS는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를 물려줄 정도로 그를 총애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YS 1기 내각에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과 11일 만에 낙마했다. '최단기' 법무부 장관을 지낸 셈이다.

 

그 뒤로도 박 의장은 승승장구를 계속했다. 신한국당 원내총무,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맡아 여당과 야당 원내사령탑을 두루 경험했다. 17대 국회 때는 국회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박 의장은 정계를 떠나야 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표로 복귀한 뒤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 양산에 출마해 어렵사리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7전 8기 끝에 국회의장석에 앉게 된 셈이다.

 

"노마지지, 늙은 말이 나서면 길을 찾는다" 

 

박 의장의 취임으로 국회는 6월 임시회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천안함 특위, 스폰서특검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이 쌓여 있다. 여야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무성-박지원 의원은 물론 박 의장의 '정치력'도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됐다.

 

박 의장은 이날 두 차례 원내총무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원만한 타협점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유능제강'과 함께 내세운 구호는 "노마지지(老馬之智)"다. "길을 잃었을 때도 늙은 말이 나서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늙은 말'의 지혜로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국회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회에 변화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경우, 국가위기 때마다 국민들은 국회의사당에 밤늦게까지 불을 켜진 것을 보고는 안도한다"며 "의원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배지가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의 징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김형오 전 의장과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드러움을 강조한 박 의장이 야당의 격한 반발을 불러온 '직권상정' 카드를 김 전 의장처럼 쉽게 꺼내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박 의장도 한나라당 원내총무 시절 천용택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국회의장실 점거를 주도한 전력이 있다. 필요에 따라 충분히 강온 전략을 구사할 능력이 있는 '노회한 정치인'이라는 얘기다.

 

한편 18대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에는 한나라당 김무성(운영위), 허태열(정무위), 김성조(기재위), 원유철(국방위), 정병국(문방위), 정진석(정보위), 원희룡(외통위), 안경률(행안위), 송광호(국토위), 이주영(예결위), 정갑윤(윤리위), 민주당 우윤근(법사위), 변재일(교과위), 최인기(농림수산위), 김영환(지경위), 김성순(환노위), 최영희(여성위), 자유선진당 이재선(보건복지위)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국회는 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14일부터는 대정부질문이 시작돼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국회의장, #박희태, #18대 국회, #한나라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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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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