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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이폰 4에 충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제 <중앙일보>를 보니까 아이폰4와 갤럭시S를 나란히 비교하고 있다. 참 나는 이런 것이 우스워 보인다. 물론 LG나 삼성이 휴대폰 생산에 세계 2, 3위가 되다 보니까 애플에 뒤통수 맞는 느낌은 이해한다. 하지만...

스마트 폰이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어디까지나, 폰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게 폰이라기보다는 초소형 최첨단 유비쿼터스 컴퓨터로 보인다. 그동안 아이폰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내가(왜냐하면 잘 터지지 않는 AT&T와 2년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폰으로 바꿔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사실 더 좋은 전화기를 갖겠다기 보다도 언제나 들고 다니고, 주머니에 쏙 넣을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로서 아이폰이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화보다도 이메일과 웹서치가 일상생활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해기 때문이다. 한 번 켜려면 거의 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노트북의 대책없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보자. 사실 요즘의 전화기는 그 자체로 많이 진화했다. 게임도 들어 있고 사진촬영은 물론 동영상 촬영도 된다. 거기다가 한국에서는 FM라디오도 되고 DMB를 통해 TV시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드웨어적 기능의 구현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컴퓨터란 전용기기가 아닌 범용기기 즉 어떤 소프트웨어를 깔면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그릇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최근까지 22만5천개가 등록되어있다. 하드웨어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앱개발에서 소비까지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어낸 천재적인 발상에는 당해내기가 힘들다.
▲ 애플의 앱스토어 최근까지 22만5천개가 등록되어있다. 하드웨어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앱개발에서 소비까지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어낸 천재적인 발상에는 당해내기가 힘들다.
ⓒ 이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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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애플의 앱스토어는 혁신적이다.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초소형 컴퓨터에 아무 앱이나 깔면 그 앱이 가진 기능을 멋지게 구현해 낸다. 악기도 되고, 게임기도 되고, 업무용 툴도 되며 심지어는 최적의 수면 패턴을 찾아주는 유사의료기구도 되는 것이다.

더구나 앱스토어에는 우리 생활과 관련해 필요한 별의별 자질구레한 프로그램들이 공짜 혹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쉐어웨어 값조차도 되지 않는다) 가격으로 제공된다. 호기심이 많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거의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6월 7일 스티브 잡스의 발표에 의하면 아이폰용 앱이 22만5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스마트 폰에서 '스마트'를 보려 하지 않고 '폰'을 보려 한다. 폰은 통화를 하는 하드웨어이고 스마트는 어떤 앱을 다운 받았느냐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말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삼성이나 중국의 폭스콘 같은 데서 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위에서 쪼아대고 가진 돈으로 박사들 입도선매해서 연구실에 집어놓고 기한주고, 생산하라고 하면 갤럭시 정도는 나오겠지만 뭐 그게 최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21세기는 제조업이 이끄는 세기가 아니다. 적어도 꿈과 비전, 상상력, 창의력, 인간을 먼저 고려하는 인문적 착상 뭐 이런 게 배고픔과 물질적 소유의 가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인류가 지향해 나가는 방향이다.

테크놀로지와 인문학(liberal arts)를 결합한다는 기치를 내건 애플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엑손모빌 다음의 두 번째 기업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얼마 안 있어 1등 기업으로 등극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박수 쳐야 할 땐 박수치자(배아파 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고).


태그:#애플, #아이폰, #스마트폰,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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