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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생님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정보를 하나라도 더 귀농교육 2기생에게 알려 주려고 노력해 주셨습니다.
▲ 제주도농업기술원 2기 귀농교육 담당 장길남 계장님 장선생님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정보를 하나라도 더 귀농교육 2기생에게 알려 주려고 노력해 주셨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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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제주도로 무작정 귀농한답시고 왔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살면서 귤농장을 하는 제주농부와 우연히 연이 닿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귤농장 일을 도우면서 지내는 중에 그분이 제주농업기술원에 귀농교육이 있는데 받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저도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교육을 받아 보는 게 좋을 듯하여 등록을 했습니다.

교육을 받다보니 여러가지 농사 정보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고 귀농 온 분들과 대화하며 제주지역의 지형적 특성, 빈집 정보와 같은 여러가지 사항을 듣고 보며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귤농사에 대해 배우며 귀농교육을 받다보니 6월 11일에 드디어 수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

그동안 교육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 분이 계셨습니다. 처음엔 저 분이 누군가 했는데 알고보니 이번 2기 귀농교육을 담당하시는 장길남 계장님이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쭉 지켜보니 귀농교육생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장길남 계장님을 만나 귀농 2기 수료식을 하는 기분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11일 오후 2시에 수료식과 귀농교육을 하지만 저는 오전에 조금 일찍 나갔습니다. 장길남 계장님과 만나 귀농교육과 귀농인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전 약속 없이 무턱대고 장 계장님을 찾아 갔습니다. 화순에서 중문을 거쳐 중산간 도로로 가다보면 제주농업기술원 건물이 나옵니다. 신서귀포 시청이 있는 곳에서는 좀 더 가깝습니다.

"장선생님과 이야기 좀 나누려고 일찍 왔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찾아갔는데 여전히 업무때문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더욱이나 수료식이 있는 날이라 더욱 바쁜 와중에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다음은 장 계장님과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 지난해 1기 귀농교육과 올해 2기 귀농교육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제주도에는 귀농교육이란 게 없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처음 귀농교육을 시작했지요. 작년엔 42명이 등록하고 수료했어요. 귀농교육은 농림부 지침에 의해 합니다. 올해도 당초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50여 명을 모집해 귀농교육 하려고 했었지요. 제주도에 귀농교육이 있는지 몰라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올해는 인터넷에 교육 일정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작년보다 3배 많은 142명이 등록하고 개강식을 했어요. 인터넷의 힘이 컸지요."

그렇게 해서 시작된 2기 귀농교육은 지난 3월 23일 화요일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50여 명을 예상해서 교재도 만들고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인원수가 많아지면서 예산이 초과되어 아쉬운 대로 교재없이 강의를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귀농교육이 시작된 이후에도 귀농교육을 받아 보겠다고 등록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 현재 등록된 귀농교육생 수는 모두 179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니 교육 일정 잡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인원수가 적당하면 한 가지를 가지고 연구하는 방식으로 귀농교육을 할 수 있겠으나 인원수가 많아지고 밭작물, 원예작물, 과수작물, 특용작물과 같이 여러 분야로 나뉘어 지면서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다시 강의 일정을 짜나갔다고 합니다.

- 하반기에도 귀농교육을 할 것인가요?
"하반기 귀농교육에 대해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더 많은 인원이 귀농교육을 받다 보니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하반기 귀농교육 일정을 보류하고 이번 귀농 2기생 수료 후 관리에 중점을 두고 하반기 귀농사업을 해나가려 합니다. 제주도라는 낯선 곳에 귀농한 초보인데 그냥 내버려 둬선 안되겠다 싶더군요. 귀농수료생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더 도와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작년에 비해 올해 귀농교육 받으려는 분들이 3배나 더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경기가 어려워져 온 건지 아님 농촌생활을 시작하려고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귀농교육생이 많아지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그게 더 걱정스러웠어요."

- 귀농교육 일정 동안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귀농교육 받으러 온 분들이 많아지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어요. 이런 일도 보고 받았어요. 귀농교육생 중에 어떤 분이 더덕 농사 짓는데 2천만 원 투자하면 4천만 원 벌게 해주겠다거나 과수 3천여 평이 있는데 그거 빌리는데 반반씩 나눠 하자며 선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경우 조심해야 합니다."

- 귀농교육 100시간 받고 나면 어떤 여건이 주어지나요?
"귀농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됩니다. 그러나 제가 중점을 두는 사항은 따로 있습니다. 귀농하는 사람에게 기반을 조성해 주고 귀농정착 의지를 다져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선진농장과 귀농인을 연결시켜 주는 멘토링 사업도 중요한 귀농사업 중 하나입니다."

- 장길남 계장님은 어떻게 살아 오셨나요?
"저는 22살 때부터 지금까지 농촌지도사업을 해왔습니다. 30여 년 해왔으니까 천직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입문할 당시엔 식량증식시대라 다수확에 중점을 둔 농촌사업이 대부분을 차지 했지요. 종자 보급 사업으로 참깨, 보리, 콩같은 작물을 많이 보급했었습니다. 80년대 초반부터는 백색혁명이랄 수 있는 비닐하우스 재배법이 널리 보급되었어요. 농가 소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농촌지도사업을 해오면서 보람있는 일과 마음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어떤 농부가 병든 감자를 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병이냐?'고 물어 볼 때 제가 자세하게 알려 드리면 아주 고마워 합니다. 그럴 때 참 기분이 좋고요. 많은 상담을 해야할 땐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를 믿고 찾아 와주니 고맙기도 하고 보람도 있어요. 귀농생 중에 어떤 여성 분이 자신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더덕이라며 한 컵 정도 즙을 짜 오셨더라고요. 그 때도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 농업분야에는 명인 제도가 없었습니다. 농업분야에도 명인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제가 일을 하나 추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운좋게도 작년(2009년)에 그것도 제주도 1호이자 대한민국 1호로 농업명인이 처음 탄생했습니다. 그땐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 우리나라 귀농정책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노동부 쪽에는 전국에 직업을 알선하는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또 육지에는 귀농정책에 대해 잘 보완되어 있습니다만 제주도엔 전문귀농정책부서가 없는 실정입니다. 지원분야와 연계 가능한 기구가 설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귀농인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알선 대책이 없으니 좀 아쉬운 점이 있어요. 게다가 농업이 뭡니까?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 어딜가나 농업은 1차 산업 아닙니까. 이 1차 산업을 알차게 키워야 나라도 부강해지는 겁니다. 도시보다 더 큰 농촌이 되어야 국가도 튼튼한 기반 위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행정이 농촌정책을 좀 홀대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제주 귀농을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농촌으로 귀농해서 잘 정착하려면 우선 100% 가족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가족이 각자 생각이 다르면 농촌 귀농이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나 제주도는 특성상 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제주도로 내려와 함께 고생하며 귀농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귀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귀농인 끼리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연계해 할 수 있는 귀농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힘이 되고 귀농정착을 하는데 큰 도움도 됩니다. 개별로 귀농을 추진하다보면 스스로 지쳐서 얼마 못 가 귀농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 버립니다. 그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농사를 짓다보면 생산보다는 유통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생산보다 판로가 큰 관건입니다."

장 계장님은 끝으로 한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작년 1기 귀농교육을 받으신 분들 중 일부는 다시 도시로 가셨지만 나머지 분들은 아직 시골에서 잘 살고 계시더라고요. 모임도 하면서 말이지요. 2기 귀농교육 수료 하신 분들도 모두 귀농에 잘 정착 하셔서 부농의 꿈을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귀농교육 100시간 받고나면 이렇게 수료증을 줍니다. 이 수료증이 제주 귀농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
▲ 제 귀농교육 2기 수료증 귀농교육 100시간 받고나면 이렇게 수료증을 줍니다. 이 수료증이 제주 귀농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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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그동안 2기 교육생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귀농 담당 기술원 직원 분들께 지면을 통해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 마무리 해 주셨습니다. 수료식은 오후 2시부터 진행되었습니다. 수료식후 나머지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일일이 나누어 주고는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귀농교육 받은 2기생 여러분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모두 귀농정착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제주 귀농, #제주 농부, #제주 밀감, #제주도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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