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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아이큐 100 계산 못해 막 주는 집"
"표정들이 왜 그래요 공짜폰 찾으러 큰길까지 나갔다 온 사람들처럼"

번화가에 들어서면 두 집 걸러 한 집씩 있는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에 요란하게 쓰여 있는 홍보 문구들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각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짜폰을 나눠주면서도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몸부림은 처절할 정도이다.

때문에 고객이 휴대폰을 사고 통신사에 가입하는 절차는 너무도 쉽다. 간단한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주는 공짜폰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다. 나머지 절차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밤이 늦은 시간이나 주말이나 어디서든 일사천리로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입한 통신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이처럼 간단할까.

2개월치 사용요금 +위약금 한꺼번에 결제해야

기자는 최근 휴대폰을 해지하기 위해 한 통신사의 판매점을 찾았다가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2개월치 이용요금과 위약금을 그 자리에서 한꺼번에 결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판매점 직원은 "해당 월 이용요금이 익월 말에 결제되기 때문에 아직 요금 납부가 안 된 지난 달 요금까지 한꺼번에 결제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가 결제해야 하는 총 요금은 위약금까지 합쳐 23만 5천원. 기자는 대학생으로 고정된 수입이 없어 그만한 돈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문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한꺼번에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입해지 시 현금만 받아야 한다는 본사 규정은 어디에도 없으나, 대리점들은 임의대로 현금 결제만 요구하고 있다.

판매점의 직원은 "대리점의 핸드폰을 떼어다 파는 판매점 역시 대리점의 방식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해지하는 고객인데, 카드 결제 시 붙는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 결제를 받는 대리점이어도 절차는 번거롭다. 반드시 본인 명의의 카드로 결제를 하거나 본인 명의가 아닐 경우 소유한 카드의 실제 명의자가 동반해야 된다.

가입은 언제든지, 해지는 7시 이후엔 안돼

겨우 현금을 마련해 판매점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해당 통신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해지 신청은 오후 7시까지만 받으니, 그 전에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휴대폰을 팔기 때문에 당연히 해지 서비스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통신사들의 판매점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 두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다. "전산 처리를 위해서 7시 이전에 와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이다. 가입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에 오후 7시가 지나도 신청서를 받아 다음 날 처리 가능한 시간에 개통을 해주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돈 안 되는 해지 처리는 맨 나중에

가입 해지를 위해 판매점을 세 번째로 찾은 필자는 또 한 번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부랴부랴 판매점에 달려가니 오후 6시. 하지만 해지 절차를 마치고 문을 나선 시간은 오후 8시가 조금 지난 후였다. 처리해야 할 전산 처리가 밀려 있어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었다. 오후 7시 이후엔 해지 신청을 받지 않으면서, 처리는 그보다 한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되어 불쾌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는 대리점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것 이외에도 속사정이 따로 있었다. 가입 고객이 많이 밀려 있을 경우, 대리점에서 가입 처리를 우선적으로 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이다. 판매점의 직원은 "대리점들이 가입 고객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해지는 되도록 나중에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돈이 되는 것은 가입 고객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입할 때만 '손님은 왕'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일까.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각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입 고객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고객의 이용요금에서 매 월마다 얼마간의 이익이 그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횡포로부터 각 통신사들 역시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다. 각 점포에 대한 관리에 대한 책임은 통신사에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 '돈이 되는 고객'에만 해당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태그:# 휴대폰, #해지, #가입, #통신사, #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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