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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부산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국 핵잠수함 미시간호.
 지난달 28일 부산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국 핵잠수함 미시간호.
ⓒ 미국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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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4일, 부산(미시간호)과 필리핀 수비크만(오하이오호) 그리고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플로리다호)에 지난달 28일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세 척이 동시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세 척은 대형 핵잠수함으로, 원래는 전략핵탄두 탑재 미사일 잠수함으로 만들어졌으나 냉전 종식 이후 토마호크 탑재 미사일 잠수함으로 바뀌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형 잠수함 세 척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이 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불안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최근 이들 중 미시간호가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산 해군 작전기지가 구조상 외부 노출에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미 해군이 핵잠수함의 정박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례적인 사진 공개 신경전

7일에는 중국의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해방일보>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달 초 동중국해에서 실시한 군사훈련 중 함정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이 군사훈련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화통신>은 사진과 함께 인민해방군 동해함대 함정 수십 척과 전투기 10대가 실탄훈련을 실시했으며, 미사일을 발사해 가상적함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사진공개 신경전은, 크게는 동북아에서 격화되고 있는 두 강대국의 경쟁의 한 단면이고 작게 보면 천안함 사건의 후속조치로 한국과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서해합동훈련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다.

중국은 한미 합동훈련에서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자신들의 앞마당인 서해로 들어오는 것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인 베이징과 톈진 등 주요 도시와 랴오둥 반도가 작전 범위 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황해는 중국 근해와 너무 가깝다. 이런 곳에서 훈련이 이뤄지는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지난 1일 마샤오톈(馬曉天)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미 항모가 황해로 진입하면 살아 있는 표적이 될 것"(중국군 싱크탱크인 군사과학원의 세계군사연구부 부부장인 뤄위안(羅援) 소장), "한미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국제사회가 암흑가는 아니지만 원수는 언젠가는 서로 보복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잠시 분노를 참겠지만 보복은 시간문제"(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6일자 사설) 등으로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해왔다.

"한국, 망령되게 중국에 압력" 비판... '서해합동훈련 반대' 항의도

<환구시보>는 7일자에도 1면 머리기사로 한국과 미국에 대해 "서해 군사훈련으로 중국에 대한 압력을 망령(妄圖)되이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조치 이후에 한미 서해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며, 중국의 압력 때문에 훈련을 취소하지는 않겠다"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전날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한미서해훈련에 대해 우리 정부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한반도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자제해달라"는 사실상의 항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상황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함으로써, 정세를 긴장시키고 이 지역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미 유관 당국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마찰음은 구체적으로는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이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북한을 천안함 공격자로 규정해 규탄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을 통해 이에 저항하면서 발언권을 높여왔다. 미국은 훈련시점을 계속 늦춰왔고 조지워싱턴호의 훈련 참가 여부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이를 대중 압박의 지렛대로 쓰고 있음을 시사해왔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을 지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존 헌츠먼 중국 주재 미국대사의 지난 6일 발언도 이와 연결돼 주목된다.

동시에 천안함 사건은 미국과 중국에게 동북아에서 영향력 확대와 군비증강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미 미국에게는 천안함 사건이 일본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는 지렛대가 됐다.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등장 문제를, 중국의 서해상 훈련과 항모 건조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국에게는 무엇을 남기느냐는 점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에서는 '한국은 돈은 우리한테 벌고 군사동맹은 미국하고 한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이번 상황을 중국을 견제하고 군비를 확충하는 계기로 삼자는 군산복합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한반도의 긴장만 높아지고, 우리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만 나빠지지 않게 하는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한미 서해합동훈련, #핵잠수함, #중국 인민해방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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