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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무덥다. 그런데 날씨가 덥다고 방에만 있으면 더 덥다.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었다. 그렇다고 무더위가 그냥 지나갈 리 있나? 창문을 통해 타들어 갈듯 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드라이브만 하는데도 배가 고팠다. 때마침 닭요리 집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고 예슬이도 좋아하는 메뉴다. 백숙집으로 들어갔다. 야외 정자에 앉았다. 나무가 많아서 그늘이 드리워졌다. 바람도 시원했다.

 

백숙 한 마리를 주문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대나무가 바스락거렸다. 그 소리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연못에는 피라미와 자라가 같이 살고 있었다. 한참 놀고 있으니 백숙이 나왔다. 군침이 절로 돌았다.

 

나와 예슬이는 다리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런데 뼈다귀만 쏘-옥 빠져버렸다. 그만큼 푹∼ 삶아진 것 같았다. 예슬이는 껍질을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 땐 그랬는데…. 닭고기를 맛있게 먹는데,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어렸을 때다. 아마 초등학교 2∼3학년쯤 됐을 때다. 나비축제에 가서 가축몰이를 하고 병아리 몇 마리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날아갈 듯이 기쁜 마음으로 병아리를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런데 키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우리는 그 병아리를 베란다에 내놓았다. 상자에 가둬놓기가 미안해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신문지를 깔아 주었다. 그런데 병아리도 조류였다. 비교적 높은 공간을 뛰어넘었다. 잠을 잘 때는 삐약삐약!!!

 

병아리를 키운다는 것이 힘들었다. 맘껏 돌아다니지 못하는 병아리도 불쌍해 보였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 댁에 가져다 드렸다. 병아리를 잘 키워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께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할머니 댁에 자주 찾아갔다. 할머니 댁이 가깝기도 했지만, 병아리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갈 때마다 병아리가 부쩍부쩍 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난 무지 뿌듯했다.

 

병아리들도 주인을 알아본 것 같았다. 내가 가면 병아리들이 나한테 달려들었다.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것처럼!!?! 그렇게 병아리들은 나날이 성장했다. 어느 덧 병아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닭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삿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병아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께 여쭤 보았더니 "먹이를 주려는데 갑자기 닭들이 나와서 도망을 가버렸다"고 하셨다. 닭들이 걱정됐다. 누가 데려가 버리면 어떡하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다가 자동차에 깔려 죽을 수도 있을텐데???

 

집 나간 닭을 걱정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저녁을 먹으라고 하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우리 가족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닭고기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다 하고 난 다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도망갔던 닭이 방금 네 뱃속으로 다 들어갔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 엄청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가 두렵기도 했다. 내가 아끼던 병아리들을 그렇게 가차 없이 죽여서 상에 올리시다니…. 순수했던 나는 정말 닭들이 도망간 줄로만 알았었다.

 

나는 그 닭고기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오늘도 닭고기를 먹었다. 치킨도 무지 좋아한다. 가끔 통닭이나 닭고기를 먹을 때, 또 어디선가 닭을 보면 어릴 적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어차피 죽은 닭, 맛있게 먹고 보내줘야지!!! 그때를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하고, 귀여웠던 내 어릴 적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닭고기를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나는 중학교 3학년. 아직도 어리지만 지금보다도 훨씬 어렸던 옛날 순수하기만 했던 때를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태그:#닭고기, #백숙, #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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