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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인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해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40대의 한국인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고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자 여성·이주민인권단체들이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는 상업적인 결혼중개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편인 김아무개(47)씨는 지난 8일 아침 부산광역시 사하구 신평동 집에서 아내인 탓티황옥(20, Thach Thi Hoang Ngoc)씨와 말다툼을 하다 때린 뒤 흉기로 복부를 찔러 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베트남에서 결혼했으며, 김씨는 정신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서특필되면서 '반한감정'이 일어나고 있다. 숨진 탓티황옥씨의 시신은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에 안치되어 있는데, 어머니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14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유가족들은 딸의 시신을 화장해 베트남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이주여성인권연대,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부산여성단체연합, (사)이주민과함께 등 20여 개 단체는 14일 오전 부산 사하경찰서 앞에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사망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한국인 남편의 손에 살해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의 사망사건에 대한 부산시와 한국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미온적"이라며 "지난해 발생했던 일본인 관광객 사격장 화재사건과 달리 빈소마저 마련되지 못한 탓티황옥씨의 죽음은 쓸쓸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여성·이주민인권단체 "부산시는 빈소를 마련하라"

탓티황옥씨의 사연을 소개한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할 줄 아는 한국어는 남편을 지칭하는 '오빠!'라는 말 뿐이었다는 이 여성이 느꼈을 절망감과 두려움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그의 참담한 죽음과 가족들의 슬픔 앞에 지금 우리는 이 땅의 이주여성의 현실과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가해자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의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시아 출신 여성은 가사도우미, 우울증에 걸린 아들을 돌보고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돌보게 할 간병인, 장애인의 활동보조원, 섹트파트너, 아이를 돌봐줄 보모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며 "이들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에서 좀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들은 "부산시는 탓티황옥씨의 추모빈소를 마련할 것"과 "경찰과 사법당국은 탓티황옥씨와 그 가족에게 한 점 의혹이 없게 조사할 것",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는 상업적인 결혼중개업은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20세 탓티황옥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가족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부산시는 추모빈소를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며 "'선례가 없다'는 말만 하지 말고 애도의 마음으로 좋은 선례를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제시했다.

또 이들은 "경찰과 사법당국은 가해자인 한국인 남편과 결혼알선업체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베트남과 한국의 우호적인 관계만을 생각해서 얼렁뚱땅 이 사건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혼알선업체는 '돈을 주고 사온 여성'이 도망가면 책임진다는 광고를 내기도 하는데, '도망가면 책임지고 재알선', '전액후불제'라는 공고 문구 자체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또 다른 폭력을 부르기도 한다"며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들의 신분증(여권, 외국인등록증)을 압류하고, 자국 출신과 자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외출을 금지하고,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이주여성을 상품화하는 결혼중개업이 성행하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결혼중개업은 불법"이라며 "대부분의 중개업자들은 현지에서 관료적 절차에 금품 수수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현지사회의 부정부패에 일조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을 논하는 이 시점에 이러한 국제결혼관행을 묵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이주민인권단체, #베트남 여성,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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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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