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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한 커피전문점 계산대 모습. '개인 머그잔 할인'을 알리는 문구는 전혀 없다.
 신촌의 한 커피전문점 계산대 모습. '개인 머그잔 할인'을 알리는 문구는 전혀 없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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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커피전문점들에서 1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개인 머그잔 할인제도. 개인 머그잔이나 텀블러 같은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300원을 할인해준다.

일부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에서 300원 할인은 고객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하다. 그러나 시행한 지 1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커피전문점이 이를 적극 홍보하지 않아 고객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커피전문점에서 개인 머그잔 할인제도를 제대로 홍보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신촌 등에 있는 스타벅스 세 곳과 커피빈, 할리스, 엔젤리너스 등 6곳을 찾았다.

확인 결과, 이 제도를 폐지한 엔젤리너스를 제외하고 고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계산대 가까운 곳에 표식을 해둔 곳은 할리스 1곳 뿐이었다. 그러나 할리스도 표식을 매대와 1m 정도 떨어진 곳에 해놓아, 주문하면서 이를 확인하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할리스에서 만난 회사원 3명은 개인 머그잔 할인에 대해 모두 "모른다"고 대답했다. 정진선씨(24, 회사원)는 "지금까지 그런 할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만약 알았다면 집 근처에는 머그잔을 들고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연지씨(24, 회사원)도 "그런 게 있었냐"고 반문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가격표시판 위에 작게 표시해 놓아 그 문구를 찾기 위해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알아보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신촌점 매장 매니저는 "주문을 받는 파트너들이 할인이 있다고 말로 설명을 해주고, 텀블러를 사는 고객들에게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쁜 시간대에 계산대의 파트너들이 주문을 받으면서 "개인 머그잔을 가져오면 할인을 해준다"는 등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매니저는 "구두로 알리기에는 힘든 부분도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 공정무역 커피전문점인 아름다운커피 안국점은 매장 계산대 가까이 개인 머그잔 할인 제도를 표시해두고 있었다. 단국대점도 마찬가지다. 할인금액은 원래 500원이었으나, 최근 300원으로 내렸다.

김도현 아름다운커피 안국점 매니저는 "커피 구매시 머그잔 할인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커피 가격이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할인이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공정무역은 모두 함께 잘 살자는 취지에서 환경운동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커피 안국점 계산대 모니터에 '개인 텀블러 할인'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아름다운 커피 안국점 계산대 모니터에 '개인 텀블러 할인'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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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2008년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컵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이 크게 늘자 2009년 5월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과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을 업체들의 자율에 맡겼다.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들이 협의 하에 내놓은 제도가 바로 개인 머그잔 할인제도였다. 일회용컵을 10개 가져오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제도도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원순환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컵보증금 제도 폐지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이 무려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맹점과 고객수가 가장 많은 만큼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박한조 스타벅스 홍보팀 주임은 "전반적으로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들을 환경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개인 머그잔 할인도 오랫동안 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머그잔 할인을 알리는 표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에는 "크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면 적극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개점 초기부터 10년 가까이 머그잔 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현재 이용 고객 중 개인 머그잔 사용비율은 약 11% 정도다.

엔젤리너스의 경우는 개인 머그잔 할인 제도를 폐지한 후, 일회용컵이나 개인컵을 가져오면 카드에 도장을 찍어줘 10회째에 공짜로 커피를 주는 '그린카드' 제도만 시행하고 있다.

엔젤리너스 홍보실 관계자는 "그린카드나 300원 할인이나 개인컵 사용량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개인컵 할인제도를 폐지했다"며 "그린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개인컵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더 좋겠다 싶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회용컵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머그잔보다 일회용컵을 더 선호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커피전문점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문제"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컵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후 약 1년 동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1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약 20~50% 정도 증가했다. 컵보증금 제도 폐지 이후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각 커피전문점들의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머그잔 할인 등 일회용품을 줄이는 제도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커피전문점들의 자율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다회용기(머그잔, 텀블러 등) 사용으로 드는 인건비, 자동세척기, 소독기 등 관리 때문에 업체에서도 결단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자발적 협약에 의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항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현재는 잘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시민자율모니터링단을 잘 운영하고, 재사용이 가능한데도 1회용품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법 등이 1회용품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안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머그잔, #커피전문점, #커피 할인, #일회용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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