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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오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4일째 점거농성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지방문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오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4일째 점거농성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지방문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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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세 명의 환경운동가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공사현장. 이 농성을 지원하고 있는 인근 공원에 차려진 상황실에 앉아 있으면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우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더위에 멀리 교각 위의 농성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괴롭습니다.

또 다른 괴로움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쉼 없이 틀어대는 방송을 듣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상황실 길 건너편 공터에 대형스피커를 설치한 차량을 세워두고 주변의 시끄럽던 매미 소리도 묻혀 버릴 만큼 큰 소리로 약 3분 정도의 연설을 무한반복하고 있습니다.

"여주군민이 외지인들께 드리는 호소문"으로 시작하는 이 방송은 "한강 살리기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물러가라"는 격한 구호로 끝을 맺습니다. 상황실 관계자들은 이 호소문의 내용을 모두 외울 정도입니다.

이 소리는 상황실과 약 500여m 떨어진 이포보 위 농성장까지도 들리나 봅니다. 세 명의 농성자 가운데 한 명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를 듣고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역발전'이라는 달콤한 말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는 여주군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지만 강 한가운데 교각에 올라 움직일 수 없는 그는 9일 또 다시 외부와 유일한 소통수단인 무전기를 들었습니다.

염 처장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내는 두 번째 무전기 통신. 이번에는 여주군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연일 욕설을 퍼붓고 폭력으로 맞서며 환경단체를 적대시 하고 있는 주민들이 대화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4대강 사업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네 가지 문제

4대강 찬성 측 주민들이 탄 트랙터가 농성상황실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4대강 찬성 측 주민들이 탄 트랙터가 농성상황실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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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군민들께 드리는 글

우리가 여주 이포댐 상판에 자리잡은 지 18일째입니다. 우리 때문에 여주군이 소란스러워지고,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게 된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강 한가운데 떠 있어 여주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방송차량을 통해 수도 없이 반복되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어 우리의 의견을 밝힙니다. 물론 이 방송이 여주 군민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더라도 "여주군이 생긴 지 1535년 만에 찾아온 여주 발전의 기회를 시기 반대하는 외부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너무나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세 개의 댐(이포, 여주, 강천)과 자전거도로, 습지공원을 건설하는 것이 여주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우리가 있는 이포댐과 주변 사업공사비는 3163억 원이나 들지만 고용 인력은 기껏 50명 남짓이고 그 중 절반은 외국인입니다. 중장비의 기름마저 사업자가 별도로 조달하는 상황이라 방문객들에게 밥을 팔거나 주유하는 정도가 이득의 전부가 아닌가요. 물론 인허가 과정이나 재하청에 관여하는 여주 지역 건설업자의 이익이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여주군민의 전체 이익과 여주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둘째, 댐건설에 따른 피해를 조사하셨습니까? 댐의 피해 중 하나인 안개의 증가는 호흡기 질환, 관절염 그리고 신경계통의 질병을 악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일조량의 감소를 가져와 농작물의 성장과 결실에 악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동안 단 하루도 안개 없이 아침을 맞은 적이 없고 해가 지면 옷이 곧 축축해질 정도입니다. 이는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을 준설하면서 물길을 넓히고 수면적을 확대한 때문입니다.

이포댐이 완성되고 준설이 더 이루어진다면 천서리, 이포리, 양촌리, 금사리, 계신리, 양화뻘 등은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댐의 건설 시 300억~400억 원의 댐 운영 수익으로 매년 10억~20억 원을 지역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댐을 보라고 주장하면서 댐 건설 장기종합계획에도 포함하지 않고 있고 지역지원 근거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포댐과 함께 건설되는 소수력발전소를 통한 수익이 연간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해 주민 지원 여력이 없습니다.

셋째, 습지 공원, 자전거길 등의 4대강 사업이 여주에 무슨 이득이 됩니까. 4대강 사업은 남한강을 한강의 서울 구간처럼 만들겠다는 것인데, 서울에서도 이용이 많지 않은 잔디밭과 체육시설이 뭐가 그리 급합니까.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관광객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무엇보다 4대강 사업으로 이들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유지·관리 비용을 어찌 감당하려 합니까. 참고로 4.7km인 청계천의 1년 유지 비용은 80억 원 가량 입니다.

넷째, 남한강을 준설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남한강에서만 5000만㎥, 남산만한 체적을 준설하겠다는 것인데, 그로 인한 이익이 모호합니다. 지금껏 남한강을 준설하겠다는 계획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만 모두 골재를 판매하여 군의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4대강 사업은 골재를 파 농지를 메우는 것이 주요한 업무입니다. 여주군청조차도 무슨 수익이 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보호는커녕 골재판매의 기회조차 놓치고 있는 이 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농촌 희생시켜 도시의 성장만을 촉진해 왔던 한국 근대화의 폐해"


우리는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조차 내용을 알고 흥정을 합니다. 하물며 여주를 통으로 뒤집어엎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주민들을 얼마나 들었고 어떤 의견을 내셨습니까?

'잘 해 주겠다', '대박이다'고 살랑거리는 장사치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4대강 사업이 여주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익이 될 것인지 자료를 공개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주군이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것은 안타깝습니다. 이는 농촌과 농업을 희생시켜 도시와 대기업의 성장만을 촉진해 왔던 한국 근대화의 폐해입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4대강 사업 같은 졸속 사업을 받아들이고 모든 문제를 환경단체로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농부는 씨앗을 베고 죽을지언정 까먹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강, 여주의 미래를 위해 신중히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힘들더라도 여주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여주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 여주에 대해 무지하고 자료도 없이 쓴 글이라 엉성합니다만 우리의 진정을 이해해 주시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포보 상황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없는 차량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 차량에서는 "외지인은 여주의 발전을 막지 말고 나가라"는 내용의 방송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포보 상황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없는 차량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 차량에서는 "외지인은 여주의 발전을 막지 말고 나가라"는 내용의 방송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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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고공농성, #이포보?점거농성, #4대강 죽이기, #염형철, #여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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