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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이자 음악가, 사회운동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é Antonio Abreu) 박사가 27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평화상을 이철승 서울평화상위원장으로부터 수상했다.

마약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거리의 아이들을 모아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창설하고 음악을 통하여 사회를 개선시킨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노신사에게 값진 상을 수여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전국의 청소년·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유지하고 이 음악단을 통해서 연 120만 명을 교육시켰으며, 37만 명이 전국의 220여 엘 시스테마를 통해서 교육 중에 있다.

이번 방한에 함께한 엘 시스테마 재단의 국제관계 책임자인 로드리고 구에레로(Rodrigo Guerrero)에 의하면, 엘 시스테마 재단은 매년 총 예산의 약 80%인 8천여만 불의 정부지원과 기업, 지방자치단체 기타 모금 등으로 충당하는 20%의 자체 자원을 합하여 매년 약 1억불의 예산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런 재원으로 6000여 명의 음악교사와 200여 명의 직원들이 전국에서 음악을 통한 사회 구제를 하고 있다. 촉망받는 LA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베를린 오케스트라의 에딕손 루이스 등이 엘 시스테마 출신들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반미·반신자유주의의 선봉자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빈민들에게 권력과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 때문에 공부를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한 여러 복지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그러나 아브레우 박사는 차베스정부 이전부터 음악으로 빈민을 구제하는 일을 계속해 왔으며 차베스 정부에 와서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소외계층들이 희망을 품고 행복의 사다리를 오르는 수단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27일 수상에서 "이상은 개인적 영광이지만, 베네수엘라를 대표해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베네수엘라의 청소년을 음악으로 교육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정신을 평가해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소외된 자들이 음악을 배울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네스엘라 사회 전체를 문화공동체로 변화시킨, 기적을 이룬 엘 시스테마는 우리에게도 시사 한 바가 매우 크다.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실현시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아브레우 박사의 수상은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정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평화상 목적에도 부합된다.

한반도의 4배가 넘는 국토에 2800만 인구를 가진 베네수엘라는 세계 다섯 번째의 산유국이며 3위의 석유수출국이다. 그럼에도 그 나라 정치세력들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제도를 확대 실시하여 국민의 과반수를 빈곤층으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사회현실에서 엘 시스테마는 가난한 배경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에 가치를 주었으며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엘 시스테마' 스토리는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와 같다. 가난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내일의 꿈과 기회,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기회를 상실한 소외된 자들이 음악을 통해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어 가는 위대한 힘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수여한 서울평화상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브레우 박사는 청소년들이 합심하여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오케스트라는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어 협력을 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난한 청소년들이 음악을 특권층이 아닌 모두가 배우고 생활화하는 권리를 갖는 것이 엘 시스테마의 가치이며, 가장 큰 성취라고 강조하였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등 도처에서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빈민 구제, 문화예술 전파와 평화를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정부도 "2011년과 12년에 각각 50개씩 총 100개의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만들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아우레우 박사는 한국과 베네수엘라 공동으로 약 100명씩의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운영하자는 내용을 한국정부에 건의한다고 한다.

양국 간의 이러한 합동 오케스트라는 일찍이 전례가 없으며, 이러한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구스타보 두다멜이 공동 지휘자가 될 것이며, 이보다 더 좋은 양국 간의 협력 모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베 협회 오찬의 광경
 한-베 협회 오찬의 광경
ⓒ 박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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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레우 박사는 한국-베네수엘라 협회(회장 남평오)가 27일 마련한 오찬에서 일찍부터 한국정부에서 베네수엘라에 컴퓨터를 기증하여 그들의 교육과 커무니케이션에 많은 도움을 주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한국의 많은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전 세계에서 그들의 역량을 펼치고 있음을 상기시켰으며, 그들 중 일부가 베네수엘라에 들려서 음악 교육을 시켜준 예가 있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한국사회에서 보는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의 좌파 정권의 한 국가로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정부에서 수행하기도 어려운 이런 중요한 사업을 35년씩 해 오고 있는 개인의 박사의 열정과 이에 응해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학부모, 이런 환경을 받아드리는 베네수엘라 사회가 오버랩 된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엘 시스테마와 인생의 거장 아브레우 박사를 주시한다, 그러나 이번의 행사나 엘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한 일련의 계획들이 일시적인 행사용으로 끝나지 말고 실현되길 기대한다.

특히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와 교육, 빈·부의 격차, 실업 문제 등이 중요한 국가 사회 아젠다로 대두되어 이러한 분야에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과 실행이 요구된다. 또한 장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고 계층 간 이동이 사실상 차단된 대한민국의 소외 계층에게, 아우레우 박사의 정신과 성취가,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는 메시지가 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채순 기자는 정치학 박사이자 한국-베네수엘라 협회 부회장입니다.



태그:#서울평화상, #엘 시스테마, #아브레우, #베네수엘라 ,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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