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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여성 납치·강도 사건 용의자를 공개수배하면서 전단지에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고 표현해 말썽을 빚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1500만 노동자가 잠재적 범죄자냐?"며 "경찰은 공개수배 전단을 모두 수거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진경찰서가 지난 17일 용의자 공개수배 전단지를 배포한 게 발단이 되었다. 경찰은 9일 밤 추돌사고를 당한 여성을 납치하고 금품을 빼앗기까지 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가 강도사건 용의자 공개수배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고 표현해 노동계가 명예훼손이라 반발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가 강도사건 용의자 공개수배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고 표현해 노동계가 명예훼손이라 반발하고 있다.
ⓒ 부산진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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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여대생한테 카드를 빼앗아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 CCTV에 모습이 찍혔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공개수배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용의자에 대해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 표현한 것.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피해 여성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면서, 전단지 설명을 문제 삼았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경찰의 수배전단만 보면 180cm의 마른 남성 노동자가 모두 잠재적 범죄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경찰은 머릿속에 '노동자는 범죄자'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한국 사회의 절대적 다수인 노동자를 폄하하는 사고에 다름 아니다. 경찰이 사용한 '노동자풍'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편견과 전근대적 사고에 찌들어 있는 경찰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경찰도 노동자라는 것이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으니 기분이 좋은가?"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별 생각을 하지 않고 '노동자풍'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더 문제"라며 "노동자 하면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범죄자 취급을 해도 된다는 인식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배전단에 '노동자풍'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란 표현에 대해,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노동자에 대한 왜곡과 폄하, 명예훼손 행위"라 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배포된 공개수배 전단을 즉각 회수하고 다시 제작해서 배포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경찰은 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과 "경찰은 왜곡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동인권에 대한 정기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진경찰서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부산진경찰서는 "사회통념상 '학자풍'이라고 하듯이 '노동자풍'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특정 계층이나 대상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공문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진경찰서, #공개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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