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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기습 도발을 당한 연평도는 지금 6·25 전쟁 당시의 피란길을 방불케하고 있다. 마을 곳곳은 시커멓게 타고 산산이 부서진 가옥들로 한순간에 아수라장의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런 가운데 언제 또 북한군의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연평도 주민들은 남부여대하고 오래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 줄지어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연평도 섬 전체가 자칫 민간인이 살지 않는 군인들만이 거주하는 폐허같은 공간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남북간에 또 다시 재연된 비극적 상황과 관련해 우리사회 합리적 보수 논객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가 26일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이번에 애석하게 전사한 장병도 나왔다. 그러나 일단 우리 연평도 현지의 장병들은 최선을 다 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군 지휘부는 사태 파악이 잘 안 된 상태에서 말을 너무 자주 바꾼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좀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고 또 정확하게 발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교전 초기 말 바꾸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 정권 들어서 보기에 딱할 정도로 4대강 개발 같은 강 파헤치는 공사, 그리고 또 신문사에 종편 주는 이런 등등의 문제에만 정권이 관심이 많으니까 안보같은 데에 대해서 관심이 줄어든 것 아니냐"고 꼬집으며 "특히 하천 파헤치는 공사에 2년간 30조원을 퍼붓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고 평양에서도 그런 것을 보고 웃지 않았겠는가"하고  4대강, 종편에 올인하는 현 정부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한 이 교수는 병역면제 정권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는 현 정권의 구조적 문제점이 이번 사태와 관련되어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권 상층부가 현 정권처럼 온통 병역면제라서 심지어 병역면제 정권, 군 면제 정권 이런 말 듣는 경우가 참 없지 않나?"라며 "이런 정권이 일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고 우리나라 국군 장교단도 아마도 정권에 대한 불신이 클 거다. 이런 것이 참 문제다"라고 말했다.

 

국민과 군으로부터 신뢰를 못 얻는 안보무능정권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연평도발 사태 책임을 물어 김태영 국방장관과 청와대 국방 비서를 경질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교수는 "책임회피용, 면피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읍참마속이란 말은 어떤 군기를 다잡기 위해서 아끼던 부하 장수를 참수한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김태영 장관의 경질을 보면 그렇게 보긴 어렵고 어떻게 보면 문제는 대통령과 정권 자체에 있는데 일종의 책임질 사람, 즉 쉽게 얘기해서 속죄양이 필요하니까 사퇴를 받아낸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 갖고는 상황이 수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때에도 김태영 장관이 국회에서 발언할 때 VIP 메모를 받고 답변을 바꾸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군인 출신이니까 정치적인 감각이 부족한 것은 군인으로서 자연스러운 거다"라며 "문제는 군의 고급지휘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이런 정치적 수행 태도가 조금 부족했다는 이유로, 정권의 책임 회피용으로 경질한 것은 어찌보면 불행한 상황이라고 본다. 군이 참 어렵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상돈 교수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이번 연평도 사태를 현재의 불법사찰 재수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할 경우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흥미롭게 봐야할 것은 1998년 8월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미국 외교관 등 많은 사람이 죽었다. 당시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클린턴 대통령이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 분자들의 기지에 미사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그것 많은 언론 등에서 저게 자신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고 해외 사례를 들었다.

 

이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보니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공격해서 수단의 경우에는 멀쩡한 제약회사공장을 파괴했고, 민간인 죽게 했고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파키스탄의 정보부가 탈레반에 정보를 흘려서 다 도망가고 낙타가 몇 마리 죽는 데에 그쳤다고 해서 아주 망신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그래서 오사마 빈라덴과 탈레반 수장인 오마르가 미국을 우습게 보고 9·11 테러를 계획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것을 우리가 굉장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더 큰 일을 겪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태그:#르윈스키 스캔들, #북한의 연평도발, #읍참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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