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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의 시경(詩經)에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라는 구절이 나온다. 형제가 담장 안에서는 서로 싸우다가도 외부로부터의 업신여김이나 공격을 받으면 싸우던 형제들이 힘을 합쳐 이 공격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우리는 실제로 위와 같은 모습을 쉽게 접해 왔다. 아무리 형과 동생이 사이가 나빠도 동생이 밖에서 누구에게 맞고 들어오면 형이 달려나가 그 응징(?)을 해 주곤 했다. 아무리 직장 동료가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회사 직원들이 내 동료 직원을 무시하면 내 일처럼 화가 나고 내 동료를 보호해 주었다. 그건 상호간의 생각과 가치관이 설사 차이가 있다 해도 한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가족, 동지라는 지향점의 시선이 동일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온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충격과 분노를 준 지가 바로 엊그였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해병대 장병들과 민간인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오프라인을 넘어 아직까지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소위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정치인들의 일련의 행동은 북한의 방사포만큼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북한의 도발이 퍼주기만 남발한 햇볕정책 탓이라며 야권과 지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여당, 거기에 대해 이게 다 강경 일변도로 일관한 대통령과 여당 탓이라며 응수하는 야당, 무상급식 문제로 이제 국회를 넘어 시의회까지 서로 싸우고 시장은 휴가 떠나는 상황, 한미FTA 타결과 내년도 예산 처리로 또 으르렁거리는 국회.

일심동체(一心同體)로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대동단결(大同團結)을 해야 할 때가 지금이건만, 여야는 이게 모두 너때문이라며 볼썽사나운 '남 탓'을 연발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여야가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과 노선, 사회 현상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이 서로 남 탓을 하며 서로에게 삿대질 할 때인지, 그런 수준 낮은 방법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인지 정치권에 묻는다.

특히 대북 문제에 관해서는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로 북한을 대할 순 없다. 당근과 채찍(the carrot and the stick)을 적절히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대북 기조이어야 하며, 그것은 어느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자산을 위협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성성(衆心成城)이 간절한 이 때에 여야의 당리당략의 치졸한 분파적 모습이 우리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의 의미가 가르쳐주고 있는 단결의 의미는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이 아닌가.


태그:#형제혁장외어기모, #정치권, #햇볕정책, #연평도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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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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