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림책 <커다란 생쥐>와 마주했습니다.

서점엘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고양이 그림 때문에, 집까지 손에 들고 왔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커다란 고양이 표정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익살맞게 생긴 커다란 고양이 얼굴에 장난처럼 연필로 찍찍 그어진 수염, 아이들이 거침없이 색칠한 듯 선명한 크레용 자국. 

 

고양이 눈 안에는 앙증맞은 생쥐 한 마리가 새초롬하게 서 있습니다. 커다란 생쥐? 장난스런 고양이의 표정 위로 새겨진 제목이 궁금증을 마구 자극합니다.

 

첫 장을 펼쳤을 때 나타난, 하나 하나 꼼꼼하게 손으로 쓴 글씨는 마치 어린아이가 벽 위로 쏟아낸 무한 상상의 낙서인 듯했습니다. 꼬불꼬불 고양이 수염은 염색과 파마를 했습니다. 예쁜 옷을 입은 작은 생쥐는 매우 깜찍하구요.

 

 

이야기는 마을 인기 짱! 고양이 고야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멋쟁이 고야는 스카프를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것도 모자라 수염을 염색하기까지 했어요. 야옹~ 야옹~ 고양이 마을 아가씨들은 고야에게 매일 구애를 하죠. 재기발랄한 고양이들의 표정과 섬세한 행동 표현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고야는 작고 귀여운 생쥐 아가씨 '마리'를 좋아합니다.

 

마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고야. 나무 뒤에 숨고, 달 속에 숨고, 새로 변신도 하는 고야의 모습에 아이의 순수한 상상력이 베어 있습니다.    

 

또, 마리를 좋아하는 고야의 예쁜 마음이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져 더욱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커다란 생쥐>의 또 하나 매력은 편지봉투 모양으로 꾸며졌다는 것인데요. 편지 봉투 안에는 순수하고 예쁜 고야의 마음이 담뿍 담긴 편지가 들어있죠.

 

 

고야의 정성에 반한 마리는 고야의 마음을 받아주지만 고양이 마을과 생쥐 마을은 묘서지간(猫鼠之間)을 보여주는 듯, 깃발 들고 반대를 합니다. 
 
결국, 마리의 멋진 생각으로 고야는 무서운 발톱도, 길고 거친 털도 모두 깎아 버립니다. 그리고 생쥐 꼬리가 달린 옷을 입고 '커다란 생쥐' 행세를 하게 되죠.
  
매일 밤 깎은 털이 자라는 바람에 고야는 괴롭습니다. 커다란 고야의 덩치가 왠지 작아보이면서 안쓰럽지만 사랑 앞에 희생하는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하지만 고야는 행복해요. 사랑하는 마리와 마리를 쏙 빼닮은 예쁜 딸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 그림책의 상상력은 마지막에 돋보입니다.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고야와 마리는 어느 날, 딸에게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되지요.
 
과연, 고야를 쓰러지게 한 딸의 고백은 무엇일까요?
 
이 그림책은 마지막에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이야기의 꼬리는 어떻게 이어질까요? 결론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달렸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죠. 전혀 상관 없습니다. 이야기의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유롭고 풍부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정지예'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창작 그림책의 의도가 아닐까요?
 
동화 속에서만 가능할 독특한 상상 이야기를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림을 통해 현실에 옮긴 '행복한 고양이' 이야기가 우리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합니다.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예쁜 그림책 한 권으로 상상력의 힘을 느껴보세요. 

커다란 생쥐

정지예 글.그림, 나미북스(여성신문사)(2010)


태그:#나미북스,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남이섬 작가 정지예, #상상 그림책, #유아4세에서 7세까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