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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위해 절차와 명분을 잊은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최근 자율형사립고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28일 그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나민주 충북대 교수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부분적 또는 전면적 선발권을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이 연구가 이렇게 급하게 진행된 이유는 정원 미달 등의 사태로 인해 자율형 사립고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보려는 교과부의 다급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근본적 개선이 될 수 없으므로 이제라도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근본적·전면적 검토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는 시행 2년 차에 이미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2011학년도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서울 시내 학교 26곳 가운데 10곳이 추가모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자사고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는 수요 예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교과부가 무리하게 자사고 숫자를 늘렸고, 그 과정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또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학비가 2~3배 이상 비싼데도 불구하고, 일반고와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수업, 프로그램을 거의 보이지 못한  채,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만 강화했습니다.

 

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각계각층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대통령 공약임을 내세워 자사고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교과부가 이번 보고서를 낸 이유는 자사고에 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해석됩니다. 즉, 자사고 선발권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교과부의 정책 실패를 피해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입니다.

 

자사고에 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학비가 지나치게 높아서 귀족형 학교가 될 우려가 있다든지, 입시 명문고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든지, 자사고 진학 때문에 사교육비가 폭증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비판 속에서 ▲ 지필 고사 금지 ▲ 내신 중심 추첨형 선발 ▲ 사회배려대상자 확대 및 지원 등의 대안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현행 자사고 선발 전형의 틀이 제시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는 사회배려자의 편법 선발 등 갖가지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하면 안 되는 이유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져올 것입니다.

 

첫째, 평준화 체제의 근간이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지금도 자사고에서 상위 50% 이내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일반고는 점점 슬럼화되고 있습니다. 일반고는 우수한 학생들을 특목고와 자사고에 빼앗긴 상태라, 의욕을 상당히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한다면 평준화 체제는 사실상 해체된다고 봐야 합니다.

 

둘째,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는 선발효과에 의한 입시 명문고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욱 있습니다. 이번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그 고교들의 대학입시 경쟁력과 대체로 일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정원이 미달된 학교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몇몇 자사고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유형의 입시 명문고로 이미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후 고교 교육 전반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선발권까지 주게 되면, 선발효과에 따른 입시 명문고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것은 다양한 교육과 창의적인 교육을 자사고를 통해서 실현해보겠다는 애초의 취지를 완전히 뒤엎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70년대 비평준화 시절의 입시 명문고를 양산하게 되는 셈인데, 이는 교육 가치와 철학의 퇴행을 의미합니다.

 

셋째, 자사고 진학 사교육이 증폭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고나 외고에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 수요는 상당합니다. 해당 학년뿐만 아니라 그 이하 학년 학생들도 고입을 위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발권을 가진 학교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게 되고,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목표를 스스로 위배하는 것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넷째, 학교 양극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계층, 사교육비, 성적에 따른 학교 분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교 양극화 현상은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학고는 성골, 외고·자사고는 진골, 일반고는 육두품?

 

그래서 교과부에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자사고의 도입 취지가 근본적으로 무엇인지를 검토하기 바랍니다. 자사고를 입시 명문고로 만드는 것입니까? 아니면 창의성과 다양성이 실현되는 학교로 만드는 것입니까? 전자라면 과감하게 평준화를 깨겠다고 선언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해내기 바랍니다. 후자라면 현재의 자사고 운영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왜 자사고가 외면받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한 교육이 선발효과가 있을 때에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요?

 

둘째, 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 비평준화 지역에 부여하고 있는 자사고의 선발권도 회수해야 합니다. 선발 기능이 있어야지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가치입니다.

 

애초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야지만 의미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까? 그런 학교에 학교 효과라든지 교사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미 지방의 자사고는 상위 30% 이상의 학생들만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신 제한 규정을 완전히 철폐하고, 일반고와 동일한 경쟁을 시키십시오.

 

사이클 경주에서 몇 명만 모터를 달고 나온다면 그것은 전혀 공정한 것이 아니지요. 자사고에는 모터 달린 자전거를 주고, 일반고에는 일반 자전거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과학고는 성골, 외고와 자사고는 진골, 일반고는 육두품, 실업고는 천민입니까? 지금의 고교체제를 신라시대 신분제도로 돌리고 싶습니까?

 

자사고의 경쟁력은 선발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수업, 학교문화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부 혁신학교는 선발권 없이도 주목받는 교육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성적에 따라 학교 수준을 다양화 해 우리 교육의 획일성을 극복해보려는 자사고 정책,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셋째, 자사고의 문턱을 낮추어야 합니다. 자사고는 자율학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공교육의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국가 역시 관리 감독권이 있습니다. 일정한 책무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만큼,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면 자사고 학비를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비극은 막아야 합니다.

 

넷째, 자사고의 숫자를 대폭 줄이고, 관리 감독권을 강화하십시오. 이미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의 일부는 교과부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지침을 위반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들은 과감하게 자사고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아울러, 재단전입금 비율이 낮거나 인사비리 및 부정부패 등의 문제가 발생한 학교라든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자사고의 도입 취지와 철학으로 이해하는 학교들은 솎아 내야 합니다. 옥석을 가려 한국 교육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가진 학교만 자사고로 지정하십시오. 자사고 300개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숫자가 많은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입시 명문고를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일반학교에 의미있는 자극과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괜찮은 학교 3개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보십시오.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안합니다.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수입니다. 그런데 자사고에 관한 내용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운영에 관한 규칙' 수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자사고에 관한 시민사회의 논의가 뜨겁고 수많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시행령과 규칙 개정을 통해 자사고에 관한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자사고를 포함해 체계성이 부족한 고교 체제 개편을 위한 법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동시에 정두언, 김진표, 김춘진, 김영진 국회의원이 외고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요하는 법안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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