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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인이 데모하러 나오기는 처음이네."
"이명박 모가지 잡고 와서 보도록 해야 정신 차리겠나."
"농민을 축구 바보로 아는 모양이네."
"이제 다 굶어 죽게 됐는데 농사는 짓도록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
"비가 와서 땅 밑에 물이 찼다는데 그런 억측이 없다."

23일 오후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어귀. 주민 50여 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모였다. 이곳은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주변에서는 모래를 실어 나르는 대형 덤프트럭이 계속 들락거렸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오후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오후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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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23일 오후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강둑에 있는 마을 어귀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23일 오후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강둑에 있는 마을 어귀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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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뿔 난 이유는 낙동강사업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경부터 성산마을 일대 농경지가 침수되기 시작했던 것. 고랑을 팠는데 물이 나와 비닐하우스를 못한 농민이 있는가 하면, 비닐하우스를 설치했지만 작물이 죽거나 성장이 더뎠던 것.

주민들은 수박과 양상추 등을 시설재배해오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 가죽나무도 심어 이른 봄에 수확하기도 한다. 수박은 예년 같으면 설이 지나면 4~5kg 정도 자라 수확하는데 올해는 많이 자랐다고 해봤자 2~3kg 정도다. 수박이 자라지 않아 수정작업을 못하고 있다. 가죽나무는 물이 생겨 뿌리가 죽는 바람에 비닐하우스 안은 황폐화됐다.

주민들은 낙동강사업이 원인이라 보고 있다. 낙동강 둑을 사이에 두고 성산마을 농지 건너편 둔치에서는 모래를 퍼와 높이는 작업이 지난해 말부터 벌어졌던 것. 주민들은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사업 19공구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고 금호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성산마을은 함안보에서 13.5km 상류에 있다. 주민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와 경상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는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낙동강사업 때문에 농경지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농지가 침수되자 검사하기 위해 웅덩이를 파놓았는데 물이 고여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농지가 침수되자 검사하기 위해 웅덩이를 파놓았는데 물이 고여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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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침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침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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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침수 현상은 강우와 시설재배 관개용수 때문"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사업이 원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성산마을 지하수 영향 조사를 벌인 수공은 낙동강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수공은 23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이 거부해 무산됐다.

수공은 "현장 조사와 모델링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조사지역의 지표 침수 현상은 강우와 재배 작물을 위한 관개용수의 배수가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공사 완료 후 고수부지 성토와 함안보 운영에 따른 지하수위는 지표 아래 2.9m에 위치함으로 영농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면 도로인 강둑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침수된 비닐하우스 농지이며 왼쪽은 낙동강이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면 도로인 강둑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침수된 비닐하우스 농지이며 왼쪽은 낙동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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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낙동강 둔치를 높이는 공사를 벌이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낙동강 둔치를 높이는 공사를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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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사람이 조사했는가 보다"

주민들은 수공의 이같은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산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안영식)는 주민설명회를 거부하고 이날 오후 마을 어귀에서 집회를 연 것. 침수 현상은 지난해 10월경부터 벌어졌으며, 주민들은 정밀조사와 대책 등을 요구해왔는데 집회를 열기는 처음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양상추를 재배하는 손영교(54)씨는 "해마다 비닐하우스를 해왔는데 이전에는 물이 차는 일이 없었고, 지난해 여름 내내 고수부지를 높이는 공사를 벌인 뒤부터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그동안 비도 많이 오지 않았는데 무슨 비 때문이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성산주민대책위 안영식 위원장.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성산주민대책위 안영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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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요즘 수박이 귀하다. 비닐하우스를 못하고 작황도 나쁘니까 수박이 없는 거 아니냐"라거나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서 농사가 안된다", "이전 같으면 수박 심은 지 두 달이 지나면 수정작업한다고 바빴는데 지금은 자라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공의 조사 결과에 대해, 주민들은 "눈 감은 사람이 조사했는가 보다. 눈 뜬 사람은 보면 다 안다"고, "피해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가 문제 아니냐", "농민들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함안보피해대책위 조현기 집행위원장은 "징그럽다. 느닷없이 농사 잘 짓고 있는데 농지에 물이 들어온 것이다. 원인은 강에 손을 대고 파헤치고 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책사업이라면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 정부는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아 나가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산들에 물이 차는 것을 본 전문가들은 과도한 준설과 보의 영향이 맞다고 한다.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아니라며 아무 문제 없다고 한다"면서 "인정해야 보완이 되는 거 아니냐. 성산들의 침수에 대해 정부는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줄기차게 싸워야 한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 낙동강을 따라 비슷한 양상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성산들의 침수는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정부는 성산들에 대해 해결 방안이 없으니까 수자원공사는 모른체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설명회는 요식행위다. 얼마 전 대책위에서 찾아 갔더니 수공은 조사 결과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 몸이 아프면 병원 진단서와 같은 게 조사결과자료인데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오후 주민들이 마을 어귀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오후 주민들이 마을 어귀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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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옆에 침수 상황을 살펴보고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옆에 침수 상황을 살펴보고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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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자료 없는 주민설명회 필요없다"

성산주민대책위는 이날 '규탄문'을 통해 "자료 없는 주민설명회 필요없다, 정밀조사 결과부터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주민들은 "형식적인 주민설명회 거부한다", "누구를 위한 정밀조사인가 피해주민에게 공개하라", "성산 주민도 경남도민이다, 경남도지사는 성산 침수피해대책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자원공사의 설명회 개최가 주민 피해에 대한 진심 어린 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요식적인 절차일 뿐임을 주민들에게 자각하게 해주었다"면서 "피해주민들이 침수피해정밀조사 결과를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은 "지난해 하순부터 발생된 침수피해문제로 주민들은 수만평에 달하는 논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포기하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경제적 피해를 보완하기 위하여 남의 동네논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불편함까지 감수하고 있다. 이처럼 기다려온 정밀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밀조사인 것인지 기가 막히고 억울할 뿐"이라고 밝혔다.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농민 손영교씨가 비닐하우스 안에 심어 놓은 가죽나무가 땅 밑에 물이 스며 들면서 말라 죽은 상황을 살펴 보고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농민 손영교씨가 비닐하우스 안에 심어 놓은 가죽나무가 땅 밑에 물이 스며 들면서 말라 죽은 상황을 살펴 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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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농민 손영교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 안에 침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장면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낙동강사업 19공구 공사장 옆에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주민들은 침수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농민 손영교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 안에 침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는 장면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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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동강사업, #한국수자원공사, #의령 성산마을, #농경지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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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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