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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4구로 명명되는 강북 유일의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이 있는 중랑구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2011년 상반기 교육지원 예산배분이 모두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지나 중랑구 관내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허탈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올해 추경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우리학교는 학교교육경비보조금이 한 푼도 지급이 안 된다네요"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서울우유를 학교급식으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교육경비보조금 4700만원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중랑구청은 지난달 교육경비보조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관내 초등학교 3곳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랑구가 지난 2008년 '장학기금 조성 및 관리 조례'를 만들어, 구청장의 역점 사업인 100억 장학사업을 위해 장학금 기부를 받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후원으로 현재까지 30여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관내 최대 기업인 서울우유도 1억원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부터 중랑구청장은 장학금을 모으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우유를 많이 마셔달라"고 교장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중랑구청장의 요청 때문인지 중랑구 초등학교 대부분이 학교급식 우유로 서울우유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학교급식 우유는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시음하고 설문을 조사한 후 업체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랑구 75개 유치원 및 초중고 가운데, 초등학교 3곳이 서울우유가 아닌 타 사업소의 우유를 선정하였다는 이유로 교육경비보조금 지금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중랑구 교육지원과는 공문에서 '관내 업체 미이용 및 정책 협조 저조' 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청의 교육경비보조금을 타서 쓰는 형편인 관내 학교들은 구청장의 눈치를 보느라 제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경비 보조금 지급 심의위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랑교육발전협의회라는 관변단체는 전·현직 교장·교감이 여전히 권한을 누리며 중랑구 현직 교장과 운영위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 단체의 간사를 맡으려고 몸 싸움까지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무리 장학 사업도 좋고 관내업체 발전을 위한 일이라 해도 초등학교 우유선정권한을
침해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고 교육경비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처벌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다니 믿기지 않을 뿐이다. 교육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고 그 수혜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구청에 확인 전화를 해보니 담당자는 너무도 당당하게 "구청장의 정책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경비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기한 것이 무슨 문제냐"며 반문한다. 예산을 무기로 학부모와 학생의 결정권까지 박탈하려는 중랑구청의 횡포가 답답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윤명화 기자는 서울시의회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중랑구청장, #장학사업100억, #서울우유, #교육경비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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