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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입국한 압둘러웁(왼쪽) 부인 고히누르러웁(오른쪽)이 성형외과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염산테러로 화상 입은 부위를 수술할 예정이다.
 지난 5월 1일 입국한 압둘러웁(왼쪽) 부인 고히누르러웁(오른쪽)이 성형외과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염산테러로 화상 입은 부위를 수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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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올 수 있어서 너무 너무 행복하고 고마워요. 열심히 일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이 은혜를 갚을 겁니다."

방글라데시 출신 고히누르러웁이 한국에 입국한 소감을 물었을 때 남긴 일성이다. 그녀는 힘든 과정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오고 간 메일과 전화만 해도 50여 통은 될 듯하다. 지난 5월 1일 입국해 5월 6일에 강남에 위치한 성형외과 '영클리닉(원장 조영신)'에서 진단을 받았고 곧 수술에 들어간다.

그녀는 염산테러로 얼굴 중요부위의 색깔이 검게 변하고 목·가슴·팔의 피부가 쪼그라진 상태다. 병원에서는 검게 색깔이 변한 얼굴 부위는 10여 차례의 레이저 시술로, 목·가슴·팔의 쪼그라진 피부는 수술로 최대한 원상태로 되돌릴 계획이다. 조영신 원장의 무료 수술에 대한 설명이다.

염산테러로 화상 입은 부위를 진단하는 '영 클리닉' 조영신 원장.
 염산테러로 화상 입은 부위를 진단하는 '영 클리닉' 조영신 원장.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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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생활을 할 때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고민해 왔어요.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잖아요. 항상 남에게 베풀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왔네요. 일반인들이 생각하길 의사가 돈에 치중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어요."

고히누르러웁에 대한 사연은 <오마이뉴스 > '사는이야기'(2011.02.23) 부문에 "염산테러로 화상 입은 아내 성형수술이 꿈이에요"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당시 많은 누리꾼들이 관심을 보여 준 뉴스는 강남에 소재한 '영클리닉' 원장의 무료수술 제안과 구미의 대둔사 주지인 '진오'스님으로부터 왕복비행기 티켓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로 결실이 맺어졌다.

입국한 지 5개월째인 그녀 남편 압둘러웁은 여수 돌산의 수산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압둘러웁은 방글라데시에서 가난과 빈곤 퇴치, 마약과 강간 등의 불법 행동근절, 무상의료혜택을 주장하던 시민단체의 상임이사였다. 사건 당시(2004.10.03) 압둘러웁은 가난으로 도움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었다.

그날 밤 불리한 위치에 처한 괴한들이 보복 테러로 염산을 뿌렸지만 허리를 다쳐 약간 뒤쳐져 따르던 압둘러웁은 무사했고 앞서 가던 부인이 염산을 뒤집어썼다. 아내의 화상치료 수술 경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서 5년간 돈 벌어 수술해 주려던 꿈은 따뜻한 한국인들로 인해 훨씬 더 빨리 이뤄졌다.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도 타고 한국에 와 무료 수술을 받게 된 그녀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사해 하고 있다.

뇌 반쪽 '토안'을 위해 실천 수행하는 '진오'스님

베트남 출신 토안(27)은 2007년 산업근로자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 오기 위해 2년의 기간이 걸렸고, 2억여 만 동 이상(한화 약 2천만 원)이 들었다. 2010년 7월 7일 칠곡군에 위치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퇴근 후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자 한 명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던 중 불법 유턴한 차 때문에 사고가 나 머리를 크게 다쳤다.

교통사고로 뇌가 반쪽이 되어 치료 중이던 토안
 교통사고로 뇌가 반쪽이 되어 치료 중이던 토안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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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스님의 '108울트라 마라톤'을 통해 모인 성금 500만 원을 토안에게 전달(5월 2일)하는 '꿈을 이루는 사람들'. 왼쪽부터 죽향쉼터시설장 이정순, 토안아버지 반레, 토안, 진오스님, 구미 마하이주민센터장 박재수
 진오스님의 '108울트라 마라톤'을 통해 모인 성금 500만 원을 토안에게 전달(5월 2일)하는 '꿈을 이루는 사람들'. 왼쪽부터 죽향쉼터시설장 이정순, 토안아버지 반레, 토안, 진오스님, 구미 마하이주민센터장 박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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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순천향구미병원에 긴급 이송 되었고 두 차례 수술을 했다. 머리에 고인 피를 다 뺀 후 염증 반응이 있어 다른 사람보다 복원수술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표현 능력과 기억력이 많이 돌아왔지만 100% 돌아올지는 의사도 확실히 대답하지 않는 상태다.

토안에게 왼쪽 뇌를 잘라 낸 슬픔과 희망을 복원하고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억울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대표: 경북 구미 대둔사 주지 진오스님)이 그들이다. 비영리민간단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2000년부터 국내 이주민의 인권보호와 인식개선 캠페인, 한국문화체험, 따뜻한 겨울나기 일일나눔과 송년행사 등 지역사회복지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산하시설로 구미 마하이주민센터와 마하이주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진오스님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를 계획했다. 1㎞마다 100원의 후원금으로 108㎞ 완주하면 10,800원 후원금을 모금하고, 108명의 후원자를 모아서 총 116만 6400원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또한 1인 1구슬 10,800원 후원으로 108염주 완성하기를 계획해 실천에 옮겼다.

108울트라마라톤을 마치고 골인하는 '진오스님'
 108울트라마라톤을 마치고 골인하는 '진오스님'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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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 스님은 지난 4월 23일 서울 조계사를 출발해 토안과 피해 이주노동자를 돕기 위해 108km 울트라 마라톤을 뛰었고 총 842만 2010원을 모았다. 모금액 중 500만 원은 지난 2일 토안에게 전달해 치료비에 사용토록 했고, 120만 원은 고히누르러웁에게 전달했다. 진오 스님이 말하는 장래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야간에 오토바이로 이동을 하다 보면 각종 사고를 당합니다. 앞으로 토안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헬멧 1만개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 위해 오는 9월 22일 강화도를 출발해 강릉까지 총 308km 마라톤에 도전하겠습니다."

5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남의 불행에 무관심하지 않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전남교육'' 및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인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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