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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장맛비가 천하를 뒤흔들고 있는 일요일입니다. 이 바람에 당초 등산을 하기로 했던 작심마저 흐물흐물해지고 두문불출하였습니다. 대신에 기온이 다소 시원하여 책을 읽기엔 매우 안성맞춤이었지요.

그런데 어제 고무된 기분이 오늘까지 연장되어 솔직히 책을 보면서도 책의 내용은 머리에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서울의 딸이 그리움의 보름달로 두둥실 떠올랐지요. 늘 그렇게 비정규직의 박봉이다 보니 먹고 사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에 겨운 나날입니다.

그렇지만 아이(자녀)들 문제에 접근하면 양상이 달라진답니다! 아무리 팔불출이라고 놀릴망정 저 자신이 자식 '농사'에서만큼은 만석꾼 부럽지 않은 거부이니까 말이죠. 어제는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는 지난달에 신청한 딸의 대학원 장학금 신청이 천만다행(!)으로 딸에게 그 수혜의 과실이 돌아간 때문이죠.

사랑하는 딸은 모 대학을 4년 연속 장학생으로 다니다 작년엔 과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엔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하지만 제가 여전히 궁핍한 까닭으로 딸은 지난 1학기엔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등록을 해야만 했지요.

대학이든 대학원 역시도 신입생에게 있어 등록금이란 그 대학(원)의 입학을 위해선 반드시 납부해야만 하는 행정 절차의 하나입니다. 얼마가 됐든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단박에 불합격 처리가 되는, 실로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의 가공할 무기로 돌변하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내년 졸업 때까지 3학기 내내 받게 되는 딸의 장학금은 저와 같은 서민의 입장에선 정말이지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 딸의 장학금은 딸이 재학중인 대학원의 추천을 받아 모 대그룹 산하의 장학재단에서 지급한답니다.

아무튼 가난한 대학(원)생들에게 실로 감사한 장학금을 펑펑 주는 참 '윤리적인 기업'이니 정말 너무도 고맙네요! 다들 아는 상식이겠지만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경제력'이라는 어떤 2중주가가 선행되고 연동되지 않으면 소위 명문대 진학은 언감생심인 세상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런 때문으로라도 여태껏 절대서민, 아니 빈민인 저로서는 제 딸이 정말이지 너무도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인간은 오직 1등에게만 관심을 둔다. 그러나 신은 자기를 극복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둔(준)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 딸의 경우는 이런 범주가 아닐는지요? 하여간 이런 저의 '대단한' 딸이기에 저는 오늘도 온종일 흐뭇한 애드벌룬의 풍선에 두둥실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이었죠. 베를레르는 "인생의 희망은 늘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연초, 딸에게 대학원 등록금 '조차' 만들어 줄 수 없는 가난한 아빠라는 자괴감에 고민의 강이 깊었댔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희망은 정말이지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맞는 듯도 싶어 이제야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내일은 딸에게 맛난 거라도 사 먹으라고 약간이나마 돈을 부쳐 줄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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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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