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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 첫 아침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맞이했다. 5시 50분부터 7시까지 호텔주변을 산책했다. 폭주족들이 엔진소리가 큰 스포츠카로 활주하고 시민들이 새벽까지 새해맞이를 즐기던 곳이지만 길거리가 깨끗하다. 주거가 일정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더니 유럽이나 일본보다 공원에 노숙자가 적다.
 

 

어느 세상이나 아침을 맞는 모습은 비슷하다. 오히려 이방인이 이른 시간에 기웃거리는 게 신기하다. 천천히 걸으며 신호등, 시내버스, 우체통, 전철역, 아파트 등을 관찰했다. 정원이 널찍한 시드니 산돌 장로교회, 자그마한 생생마트ㆍ정육점은 한글간판이라 반가웠다. 발걸음과 노약자 등 그림이 그려진 횡단보도 안내판이 특이했다. 국토가 큰 나라라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적을 수밖에 없는 자연조건이다.

 

 

아침을 먹고 시드니 시내로 향한다. '계속 밀려들어 오는 모래를 외국으로 수출한다. 신체구조가 도심지는 날씬하고, 휴양지는 뚱뚱하다. 질병발생요인 많지만 정부에서 미리 의료복지에 힘쓰고 있어 평균수명이 길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길거리의 풍경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수수하고 검소하게 산다는 것을 알게 한다.

 

차가 '미시즈 매쿼리스 포인트'에 도착했다. 식민지 시대, 매쿼리 총독의 부인이 의자에 앉아 항해 나간 남편을 기다렸대서 매쿼리 부인의 의자로 불리는 곳이다. 바다 건너편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며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실감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는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의 서쪽에 있어 오후에는 역광이다.

 

 

시내방향으로 가면 등기소, 성마리아대성당, 하이드파크가 있다. 영국인들이 만든 나라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체 인구의 85%가 백인으로 종교분포는 구교, 성공회, 신교, 이슬람교 순이다. 성마리아대성당(세인트메리스성당)은 구교의 본당으로 호주에서 제일 오래되었고 두 번째로 큰 성당이다. 성탄절 점등식과 결혼식 장소로 유명하다. 웅장하고 화려한 고딕양식의 건물과 밖에 있는 말구유를 구경했다.

 

시드니의 시내 중앙에서 수영복차림에 일광욕을 즐기고, 정장차림에 길바닥에 앉아 음식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블록마다 있는 공원은 빌딩으로 숲을 이룬 비즈니스 타운과 달리 도심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공간이다. 성마리아대성당 길 건너편에 도심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하이드파크가 있다. 하이드파크는 군사훈련장과 경마장으로 사용되다 매쿼리 총독에 의해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다. 시드니타워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경치와 전쟁으로부터 평화를 찾자는 의미로 만든 아치볼드 분수가 아름답다. 융단처럼 푹신한 잔디밭은 새해맞이 행사에 참여했던 젊은 연인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다.

 

 

어젯밤 이곳에서 열렸던 새해맞이 행사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1월 1일은 시드니 시내의 교통량이 적어 여행하기에는 좋다. 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바로 내 눈앞에 있다. 이번 여행을 같이하는 일행들이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잘 지은 건축물 하나가 열 개의 유적지보다 낫다'는 말을 이곳에서 실감한다. 호주 시드니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단연 '오페라하우스'다. '호주=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등식이 랜드마크의 원조다. 어쩌면 세계 처음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라놓은 오렌지 조각에서 디자인이 유래하고, 14년간의 공사를 거쳐 1973년 완성된 시드니항의 오페라하우스. 38세의 무명작가로 공모전에 당선해 전차의 종착역으로 컨테이너나 쌓았던 곳에 세계문화유산을 세운 덴마크의 건축가 욘 우츤이 존경스럽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배울 것들이 많다. 레고처럼 조립해 관리비가 적고 수리작업이 없으며, 105만개의 타일이 염분과 뜨거운 태양열을 견디게 한다. 콘서트홀에 있는 18000개의 파이프 오르간은 건물을 처음 건축할 때부터 10년간에 걸쳐 완성했다. 가로와 세로가 187m, 112m로 공중에서 보면 둥근 원모양으로 바다에 떠있는 배의 돛이 순풍에 부풀어 오르거나 항공기 한 대가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모습이란다. 삼면을 바다로 둘러싸고 있어 방향에 따라 색다른 맛을 풍긴다. 550개의 파이프를 박아 매립한 뒤편의모습도 아름답다.

 

시드니항의 상징 하버브리지는 싱글아치 다리 중 세계에서 두 번째 긴 다리로 오페라하우스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버브리지는 중심상업지구와 북쪽해변 사이의 시드니항을 가로질러 철도, 차량, 자전거와 보행자가 통행하는 높이 약 59m의 대형 다리가 옷걸이 모양을 하고 있어 낡은 옷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캡틴쿡 시드니2000 크루즈'에 승선해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선상에서 시드니항을 관람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선상에서 다양한 메뉴의 뷔페식으로 식사를 하며 크루즈의 낭만을 만끽한다. 작은 백사장이 있는 바닷가의 가정집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던 낙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봤음직한 풍경이지만 에메랄드 바닷물 때문에 이곳의 풍경이 더 아름답다. 좋은 경치 구경하며 사는 바닷가 사람들 환경세 등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의무다.

 

 

공연 중이라 오페라하우스 내부를 멀리서만 바라본 대신 시내중심가에 위치한 시티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새해 첫날, 시티타워 전망대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가이드 얘기로는 해마다 줄이 길어지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아름다운 시드니 시내와 S자의 시드니항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시드니항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섬들이 태풍이나 쓰나미를 막아준다는 항구의 조건도 한눈에 들어온다.

 

 

유학과는 관련도 없는 어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시드니대학을 구경했다. 이게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의 맹점이자 묘미다. 입구의 교정에서 왔다갔다는 걸 증명하는 인증샷을 남겼다. 옛날 최고의 번화가 거리 글리브는 시드니대학 맞은편에 위치해 학생들이 많이 살고, 오래된 영국식 건물이 이어진다.

 

 

차로 왓슨베이, 갭팍, 본다이비치를 둘러봤다. 시내에서 오페라하우스의 뒤편 고개를 넘으면 죄수 유배지와 분리하기 위해 생긴 동부지역이다. 시드니항의 입구인 왓슨베이는 멋진 해변과 해안산책로가 있는 휴양지로 바다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조용한 어촌에서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바닷가 언덕에 오르면 잔디가 한없이 펼쳐진 전망대 더들리페이지가 있고, 절벽틈새로 바라보이는 바다경치가 아름다운 갭팍이 바다 건너편에 있다. 언덕위에 있는 등대와 공동묘지를 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 아래로 내려가면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본다이비치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원주민 언어로 바위에 부서지는 흰 파도가 본다이다. 해수욕장 규모가 크고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파도가 서핑을 즐기기에 좋다. 작년 연초 40도까지 올라가는 기상이변에 상어가 본다이 해안에서 서핑하는 사람을 공격했다. 피부가 사포같이 꺼칠꺼칠한 상어는 바다에서 가장 오래 살은 동물로 상대주위를 대여섯 바퀴 돌며 관찰하다 움직임 없으면 공격하는데 이때 산소통 같이 단단한 것으로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시드니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서 김밥을 먹은 후 8시에 이륙하는 제트스타를 타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비행거리가 짧지만 아줌마 스튜어디스에게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내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하며 가이드에게 들었던 내용들을 정리했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에버리진이 원주민이다. 국가기관 중 관광청의 예산이 3번째로 많다. 성범죄자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만큼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 20여분 타면 5만여 원을 내야 할 만큼 택시비가 비싸다. 생활의 여유 때문인지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다. 부부가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나 스포츠를 즐긴다. 백화점은 1년에 딱 한번 12월 26일부터 1월초에 정품을 70-80% 할인하여 판매한다.

 

11시경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2시간이 더해져 새벽 1시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보다 4시간 더 빠른 생활을 경험한다. 나이도 이렇게 먹는다면 억울할 거란 생각을 했다.

 

수속 밟고 공항과 가까운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푸니 새벽 2시 20분이다. 한국에서는 초저녁인 오후 8시 20분일 텐데... 아내는 누룽지를 먹고 바로 잤지만 나는 컵라면에 소주를 마시고 3시가 넘어 잠에 들었다.

 

비싼 돈 내고 멀리 왔지만 피곤해 귀찮으면 '우리는 알라고 안한 게 그만 떠들어' 소리만 나올 것이다. 장거리 이동에 일정이 빡빡한 해외여행은 몸이 따라줘 아무 곳에서 자고 대충 먹어도 괜찮을 만큼 젊고 건강할 때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스트레일리아,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시드니대학, #본다이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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