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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 여러 곳을 방문하다 보면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고, 즐겁고 슬펐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동네의 개울에서 친구들과 물장구 치며 놀던 기억, 황금들녘서 깡통을 치며 참새를 쫓던 여러 가지 기억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련한 추억과 향수(鄕愁)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장소와 공간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켜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다. 고객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문화적 감성을 끌어올려 구매의욕을 상승 시키는 역할을 한다.

농촌관광에도 이제는 이것을 적용하여 마음을 움직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새로운 문화마케팅 기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시의 부모와 자녀는 세대적 차이가 넓기 때문에, 농촌의 좋은 추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온 가족이 휴가나 명절에 고향을 찾아 부모들이 나고 자란 농촌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작은 것부터 접근하면 문화적 간격은 조금씩 좁혀질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거창한 마케팅 이론이 아니라, 바로 농촌체험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 마을을 방문한 도시민에게 마을의 역사와 유래, 전해오는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들려준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필자는 강진을 소재로 단편이야기를 출간하여 많은 사람들 에게 보급한 적이 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유배생활, 고려시대 청자도공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작품화 하여 스토리텔링을 실천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문학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역량(力量)이 부족하여, 수련을 쌓으며 준비 중이다.

올 여름휴가 때 논개의 충절혼이 서린 진주의 촉석루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문화 해설사의 설명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임진왜란으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실감이 났다. 문학작품을 쓰는 필자는 촉석루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왜장(倭將) 게야무라 로구스케를 끌어 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살신성인(殺身成仁)한 논개 열사의 모습을 그려봤다. 

스토리텔링의 특징은 그곳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야 즐거움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인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시설과 경관만을 보고 도시민들이 찾아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체험마을보다는 따듯한 이야기와 농촌의 훈훈한 정을 느끼길 원한다. 각박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찾아온 농촌마을에서 온 가족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경험을 한다면 다음해에 다시 그 마을을 찾게 될 것이다.

잊혀져 가는 농촌의 문화와 이야기 거리를 지금 우리가 발굴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이것을 문학작품과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하여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문화의 전파속도는 참으로 빠르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한류문화가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외국인들의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이라는 말이 있듯이, 농촌이 가지고 있는 향토적 자원을 개발하고 연구하여 세계인들과 감동을 함께 나누는 농촌문화 스토리텔링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태그:#농촌관광, #스토리텔링, #농촌사랑,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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