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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 단일화 대가로 곽노현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단일화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한 것"이며 "이런 입장을 검찰조사에서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박 교수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밝힌 것으로 '박 교수가 대가성을 자백했다'던 그동안의 검찰 발 언론보도를 뒤집는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후보사퇴를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 약속 자체가 없었다"며 "실무자들 선에서 나온 이야기도 후보사퇴 대가가 아니라 선거비용 보전 문제였다"고 전했다. 또 곽 교육감은 '선거비용 보전 문제'를 약속한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어 박 교수가 찾아갔을 때 '그 약속을 모르고 있었고 내가 책임질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곽 교육감에게 받은 2억원도 "선거비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여럿이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박 교수가 자신이 검찰과 유착된 것처럼 자꾸 왜곡보도가 나온다며 억울해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8월 26일 곽노현 교육감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검찰은 구속된 박 교수의 진술이라며 곽 교육감이 건넨 2억 원을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몰아가는 등 각종 의혹을 언론에 흘렸다. 급기야 30일 시민단체들은 "마구잡이식 의혹 부풀리기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이후에도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와 이를 받아쓰며 의혹을 부풀리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계속됐다.

 

방송도 다를 바 없었는데, 방송3사는 8월 26일부터 9월 8일까지 '곽노현 의혹' 관련 보도를 KBS 23건, MBC 27건, SBS 25건 내놓으며 주요하게 다뤘다. 보도 내용도 '곽 교육감 측이 선거비 7억 보전을 먼저 제안했다', '곽 교육감이 뒷거래 약속을 안지키고 박 교수가 천거한 인물을 인선하지 않아 갈등이 심화됐다', '박 교수가 곽 교육감이 돈을 줬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중차용증을 만들었다'는 등 갖가지 추측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곽노현 의혹'의 출처로 지목받아 왔던 박 교수가 변호인을 통해 이를 뒤집고 나섰지만, 그동안 '곽노현 의혹'을 쏟아냈던 방송3사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는 이율배반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MBC와 SBS는 박 교수의 발언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MBC와 SBS는 곽 교육감 구속영장 심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만 보도했다. KBS는 박 교수의 주장을 전하긴 했지만 이 보도 역시 제대로 다뤘다고 보기 힘들다. 보도는 주로 영장심사에 대한 곽 교육감의 대비 상황,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 등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박 교수 측의 주장은 보도 중간에 짧게 언급됐는데, 그나마도 검찰 측의 반박을 함께 나열하며 '논란'으로 다뤄졌다.

 

<내일 영장 심사…공방전>(KBS, 조태흠)

<영장심사 앞두고 신경전>(MBC, 지영은)

<구속 여부 내일 결정>(SBS, 정혜진)

 

KBS <내일 영장 심사…공방전>(조태흠 기자)은 영장심사와 관련해 영장심사에 대비하는 곽 교육감의 모습, 곽 교육감 구속 여부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주장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교수의 주장은 "변호인은 박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곽 교육감에게 받은 2억 원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선의'였다는 곽 교육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이라고 짧게 전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 "박 교수가 선거비용을 보전받기로 합의하고, 돈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고, 따라서 2억 원을 건넨 건 그 자체로 대가성 있는 범죄행위"라는 검찰 관계자의 반박을 나열하며 '공방'으로 다뤄졌다.

 

MBC <영장심사 앞두고 신경전>(지영은 기자)과 SBS <구속여부 내일 결정>(정혜진 기자)은 아예 구속영장 실질심사 문제만 다루며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 측의 반발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박명기, #곽노현, #방송, #피의사실공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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