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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의 하류쪽 모습, 새 모양 조형물이 눈에 띈다.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의 하류쪽 모습, 새 모양 조형물이 눈에 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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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한가운데 성이 서있다. 강폭이 200미터가 넘는데 이를 가로막은 거대한 성. 너무 커서 한 눈에 담기 어렵고 카메라 렌즈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다. 강물은 그 성이 허락한 틈새로 세차게 흐른다.

추석연휴 첫날인 지난 10일 전국 4대강 사업 구간의 16개 보가 일반에 일시 개방됐다. 대부분의 보가 99%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는 가운데,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가족들에게 4대강 사업으로 변한 강의 모습을 처음 소개한 것.

11일 오전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여주군의 3개보를 찾았다. 남한강에 세워진 이포보와 여주보, 강천보에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궂은 날씨에도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정돈된 잔디밭에 새로 심은 나무들... 버드나무 군락지는 피크닉장으로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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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남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4대강사업 대형보 16개 중 가장 먼저 이포보를 만나게 된다. 경기도 여주군 천서리에 위치한 이포보는 지난해 여름 환경단체의 고공농성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됐다. 지난 5월에는 보의 구조물 일부분이 봄비에 무너져 부실설계와 무리한 속도전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포보 또한 거의 완공직전에 있다. 이날 본 이포보의 모습 또한 조감도에 나온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포보는 대로 변에서 바로 보이고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사각형의 비슷한 모양인 낙동강의 보들에 비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보 위로는 걸어서만 건널 수 있는 공도교가 있고 보 전면에 커다란 새 모양의 구조물이 웅장함을 더한다. 건설사 측은 '백조'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한복판에 서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강의 보 위쪽과 아래쪽을 단절 시킨 성벽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포보는 6개의 수문 가운데 2개문을 열고 강물을 흘려보냈고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강물들이 세차게 떨어지면 물보라가 일었다.

보 주변 풍경은 아주 정리가 잘 돼 있었다. 곳곳에 잔디밭이 있고 아직은 가지가 앙상한 새로 심은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붉은색 자전거 도로가 멀리 강 상류까지 뻗었다. 비가 흩뿌렸지만 드문드문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포보 인근 자전거 도로에서 방문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포보 인근 자전거 도로에서 방문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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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곳은 습지가 발단한 곳으로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이 있었다. 건설업체는 수변공안 바깥쪽에 하중도를 조성해 일부 지역을 남겨 놓았지만 버드나무들이 인공 수로 주변에 위태롭게 약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도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공적으로 조성한 '피크닉장이 있다.

다른 보들의 모습도 비슷하다.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생가 등이 인근에 위치한 여주군 왕대리에 여주보는 이포보에 비해 접근이 쉽지 않았다. 여주보는 이포보보다는 투박하지만 더욱 웅장한 모습으로 강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여주보는 공도교가 개방돼 강을 건너갈 수 있었다. 500여 미터를 걸어 반대편에 이르자 아직 정비 되지 않은 공사현장이 넓게 펼쳐졌다. 강 한 가운데 까지 나간 굴삭기는 공사를 위해 설치한 가물막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펼치며 연신 머리를 물속에 담갔다.

여주군 연양리에 위치한 강천보는 대로에서 바로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다. 마을 사이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강천보는 세 개 보 가운데 가장 미완의 모습이다. 보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강천보는 개방을 하고 난 10일 오후 늦게까지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42번 국도가 남한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보면 강천보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데 보 수문 사이로 떨어지는 강물이 떨어지는 모습은 댐의 모습과 흡사했다.

"멋있다" 하지만 "관리는 누가 하냐?"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인근 수변공간에 마련된 야외 캠핑장.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인근 수변공간에 마련된 야외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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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설에는 방문객이 많지는 않지만 끊이지 않고 계속 있었다. 교통이 편한 이포보가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많았고 상류 쪽 보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거의 모든 방문객은 가족단위로 추석을 고향에서 보내려 내려온 가족들이 함께했다. 이들 대부분은 조성된 시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으나 일부는 이후 관리나 활용의 문제점을 걱정했다.

원주가 고향이고 서울에서 귀향길에 이포보에 들렸다는 김정호(남, 42)씨는 "아주 아름답게 잘 조성돼 있는 듯하다"며 "아주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보의 모습이 웅장하고 멋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빗속에서도 자전거를 타던 2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휴식공간이 마련된 것은 보기 좋다"라며 "앞으로 관리를 잘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포보 건설업체 관계자 또한 "비가 와서 찾아오는 분들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고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라며 "보와 수변공간이 92.9% 공사가 진행됐고 다음달 22일에 완공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주보 인근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주보 인근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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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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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과 강변에 들어선 보와 공원 등의 시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방문객도 있었다. 30대 남성 박아무개씨는 평소 서울에 거주하는데 명절을 맞아 고향집을 찾았다.

여주보에서 만난 그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고향에 올 때마다 화가 났다"라며 "자연 상태의 강변을 다 인공적으로 바꿔 놨는데 이게 지금 서울의 고수부지와 뭐가 다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솔직히 여기까지 이런 풍경을 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나? 1년에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 며칠인데, 그럴 때마다 아무 소용없는 시설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을 돈을 쏟아 붓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씨의 말대로 4대강에 세워지는 보와 수변공간에 들어선 시설의 완공 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와 강변 공원시설 모두가 관리에는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여주군에 조성된 4대강 보와 주변 공원 시설의 관리를 어디서 하느냐가 문제"라며 "여주군은 재정자립도가 35%밖에 안 돼서 예산이 적은 자치단체인데 그 넓은 공원 관리까지 하게 되면 금방 거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고수부지에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잔디밭과 나무들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엄청난 인력이 필요함은 물론 비료나 약품 등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들이 비료를 써서 강물을 더럽힌다고 하면서 강변에 저런 시설은 조성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환경은 망치고 예산은 축내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4대강,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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