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폭등을 놓고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폭등을 놓고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도대체 그동안 뭐했는가. 무슨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면, 제 잘못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가폭등과 심각한 가계 부채 등에 대해 김중수 총재가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질타하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가폭등과 심각한 가계 부채 등에 대해 김중수 총재가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질타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여야가 따로 없었다. 오히려 여당의원들의 비판이 훨씬 매서웠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장. 의원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실패가 물가폭등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임 이후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지적을 받아온 김중수 총재의 책임론도 떠 올랐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물가를 비롯해 가계 부채 등 심각한 상황인데, 이는 한국은행의 존립목적"이라며 "이들은 그동안 몇년 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던 것인데, 한은이 이를 무시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 의원은 또 "가계부채 놓고,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을 탓하고 한은은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도대체 누굴 봐야 하는가"라며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김중수 총재보고 '사표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김중수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 부처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5번의 금리를 올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총재가 특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금리를 정상화하고 있다고 하자, 의원들의 반박도 거세게 이어졌다.

"전형적인 뒷북 총재, 한국은행 수장 자격 있는지 의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면서 "이를 비교해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김 총재의 발언 등을 들이대면서, "김 총재의 물가안정에 대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면서 "특히 물가는 선제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김 총재는 전형적인 뒷북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별도 자료에서 "작년 4월 수입물가지수부터 5월 생산자 물가지수 등 물가상승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럼에도 작년 7월 단 한차례 0.25% 포인트 금리를 올렸을 뿐이며, 11월에서야 뒤늦게 뒷북으로 금리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가안정'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한은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김 총재는 지난 6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고, 전례없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물가안정과 상충하는 고용안정에 정책공조하기로 합의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의 독립성을 스스로 정부에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같은당 강길부 의원도 "한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증대와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에 적기에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이미 8월까지 평균 물가 상승률이 4.5%에 달해서, 연간 4% 물가안정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김 총재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인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달 기준금리 결정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올해 물가목표치 4%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간에는 '물가만 생각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언론에서는 이를 정책실기, 물가목표 포기 등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가 과연 물가를 잡을 의지가 분명한지 의심스럽다"고 그는 우려했다.

같은당 이강래 의원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사실상 올해 말까지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조정이라는 정책수단을 놓쳐버린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김 총재는 "경제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공석 놓고 "정권 바뀌지만 상공인은 영원"

이강래 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와 함께 이날 한은 국감에선, 작년 4월 이후 자리가 비워져 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 임명 여부를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재계 몫으로 금통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이 직접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추궁을 받기도 했다.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 등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4년 임기로, 한은 총재와 부총재 외, 한은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은행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작년 4월 박봉흠 전 위원이 물러난 이후, 17개월 동안 금통위원 한 명이 비어있는 상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 회장에게 "금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손 회장은 "작년 3월 16일 한은으로부터 추천 요청을 받았는데, 임명권자인 정부쪽의 의견을 듣지 못해서 (추천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법에선 상의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청와대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청와대의 의견을 받아서 추천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묻자, 손 회장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이 "이는 현행법의 절차를 완전히 거꾸로, 무시하는 절차로 심각한 문제다"고 재차 말하자, 손 회장이 "여태까지 관행처럼 그렇게 해 왔다"고 답해, 국감장 곳곳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배숙 민주당 의원도 "이는 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운영했다면 청와대도, 상의도 잘못이며, 향후 법을 바꿔서라도 대한상의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은 손경식 회장의 발언에 대해 "320만 상공인이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상공회의소 회장이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은 한마디로 직무유기"라며 "정권을 바뀌지만, 상공인은 영원하다, 상공회의소 회장은 누굴 위해서 일해야 하는가"라고 따졌다. 이 의원은 이어 김중수 총재를 향해서도, "(한은)총재는 17개월 동안 금통위원이 한 명 없어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손경식 회장은 뒤늦게 "저의 불찰로, 금통위원 추천이 늦어져 송구하다"고 사과한 후, "빨리 추천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태그:#김중수 총재, #물가폭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