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행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알면 알수록 정이 가는 사람이 있고, 모를 땐 몰랐었는데 알면 알수록 '영 아니다' 싶은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함에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많이 쓰이고, 설득력을 보이는 분야는 역시 여행 분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후딱 다녀온 여행은 곧 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녀오긴 다녀왔는데 남는 게 없습니다. 남들은 다 봤다는데 나만 못 본 곳도 있고, 남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보는 만큼 알게 된'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지만 여행지에서 봐야 할 것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어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전 정보나 지식일 겁니다. 

좋은 사진과 내용이 떡고물처럼 켜켜이

두 여행전문가 오주환과 오석규가 쓴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여행>은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을 제대로 음미 할 수 있는 가이드북입니다. 유·무형으로 문화유산에 깃들어 있는 보배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게 해 줄 입체 투시경이 돼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한 차원 향상시켜줄 '지식의 엘리베이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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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여행>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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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왕도가 없다.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 반드시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좋다. 그것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여행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여행의 이치도 다르지 않다." (프롤로그 중에서)

해인사, 종묘, 석굴암과 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고인돌 유적, 경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하회마을과 같은 역사마을을 담고 있는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여행>은 볼거리와 읽을 거리로 조화롭게 편집돼 있습니다.

시루떡에 들어가 있는 떡고물처럼 문화유산마다 켜켜이 들어가 있는 사진들은 전문 사진집에 실린 사진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구도와 화질이어서 현장에서 문화유산들을 보여 주듯이 투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떡고물이라고 한다면 문화유산에 스며있는 무형의 가치를 역사와 유래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은은하면서도 오묘한 맛을 담고 있는 떡과 같습니다.

"보석은 흙 속에 묻혀서도 스스로 빛을 낸다고 한다. 남산은 그런 존재다. 화려한 몸짓으로 유혹하지도 않고, 강렬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제모습을 조용히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그 소리 없는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던 걸음을 돌려 남산으로 향한다." (본문 162쪽)

보이지는 않지만 후각과 미각으로 음미 할 수 있는 향처럼 향기롭고, 맛난 보양식처럼 맛깔스러우면서도 역사와 문화지식을 오동통하게 보양시켜줄 풍부한 내용입니다.

또한 여행지별 가볼 만한 곳과 찾아 가는 길, 주변의 맛집 등이 떡 그릇과 함께 놓인 동치미처럼 수록돼 있어 볼거리 읽을거리가 한 층 더 풍부합니다.

이 책은 문화유산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할 '아는 보따리'가 될 것입니다. 한편 이미 다녀온 적이 있지만 기억과 설명이 흐릿한 사람들에겐 또렷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줄것이며, 예전 여행에서의 궁색했던 대신 똑 부러지는 지식을 다시 입력시켜 줄 것입니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여행>은 읽는 만큼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여행 가이드 북, 보는 만큼 한국의 세계문화 유산을 깊고 널리 알게 해줄 좋은 문화유산 해설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