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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하면서 수백 번 집회 신고를 냈을 거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집회허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아, 딱 한 번 있다. 4차 희망버스 때 경찰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쐈던 한진중공업 본사 앞. 그곳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집회허가가 난 장소다. 그런데도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해산명령을 했다."

지난 6월 '1차 희망버스'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5차 희망버스'까지, 희망버스 기획단에서 활동한 김혜진씨는 경찰에 쌓인 게 많은 듯했다. 중복집회를 이유로 집회금지 통보, 차벽 설치와 채증, 불심검문과 통행제한, 과도한 해산명령 경고방송으로 참고자들 위협, 참가자들 대량 연행,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이용한 강제해산, 출석요구서 남발. 지난 5차 희망버스에서 나타난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다. 경찰의 이러한 대응은 이전 희망버스에서도 나타났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 더는 묵과할 수 없다"

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5차 희망버스 인권침해감시단 보고서 발표와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최은아 인권단체 연석회의 활동가가 5차 희망버스에서 나타난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5차 희망버스 인권침해감시단 보고서 발표와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최은아 인권단체 연석회의 활동가가 5차 희망버스에서 나타난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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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희망버스 기획단과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5차 희망버스 인권침해감시단 보고서'를 발표하고,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희망버스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많은 경찰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더니 계속 같은 행위가 반복됐다"며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지난 10월 8일 5차 희망버스 당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오후 3시 부산진역에서 예정된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부산진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톨게이트(대동톨게이트)에서 경찰이 "차량 내부 검문을 하겠다"고 차를 세웠다. 참가자들의 거부에도 경찰은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일어나면서 20~30분간 차량은 통행할 수 없었다. 결국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최은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5차 희망버스에서 경찰은 차량 검문, 승객 불심검문, 이동제한을 과도하게 진행했다"면서 "경찰은 희망버스로 추정되는 버스를 정지시켜, 차량을 수색하거나, 버스를 쫓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주민 변호사는 "차량 검문은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고, 경찰이 차량 검문을 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서도 논란이 있다"면서 "동의를 얻지 않고 통보만 한 채 차량을 붙잡고 이동시키지 않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인권침해 사례는 지난달 8일 영화인들이 해운대 노보텔호텔 앞에서 희망버스 지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버스와 봉고 등 3대의 차량으로 영도조선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에 따르면, 경찰은 부산대교를 넘어 봉래동 로터리로 가려는 영화인들의 차량을 세우고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갈 수 없다"면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변호사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가는 영화인들이 소수에 불과했고, 이미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집회의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불법이나 폭력적인 집회를 할 거라는 단순한 우려 때문에 이동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10월 8일 저녁 7시경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막아 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10월 8일 저녁 7시경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막아 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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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부산역 근처에서 버스에서 하차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집회가 예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것 역시 집회로 보고 해산명령을 내리고 연행을 시도했었다. 다음은 '무지개 버스'에 탑승했던 '나영'씨의 진술이다.

"10월 8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역 인근 대명동 사거리에서 승객들이 하차했으나 하차 후 3분도 되지 않아 경찰들이 버스 주변과 인도를 가로막고 승객들을 완전히 포위하였다. 승객들은 하차 후 어떠한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각자의 짐을 들고 개별적으로 인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승객들이 이에 항의하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자, 경찰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고 명령했다. 승객 중 일부는 경찰의 저지에 항의하며 포위한 경찰들 사이를 뚫고 나갔으나 경찰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하지 않은 이들을 연행하였다.

사방이 경찰과 벽으로 막혀 어느 곳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인도 위에서 경찰은 계속 '해산하라'고 요구하였으며, '불법적인 인도 통행방해를 중단하고 통행을 보장하라'는 승객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경찰의 집회 사전 통제... 지나치게 과도하다"

10월 8일 늦은 오후,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 광장에서 남포동 사거리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근접거리에서 캡싸이신을 쏘면서 '토끼몰이'식으로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10월 8~9일 연행된 59명 가운데 대다수는 이곳에서 연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중 한 사람은 호흡곤란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이러한 경찰의 공격적인 공권력 행사는 사법부의 판결은 물론이고, 인권의 원칙이나 가치는 아랑곳 하지 않고 희망버스를 불온하고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왜곡된 인식에 따른 것"이라면서 "사전에 집회를 통제하고, 심지어 거리에 사람들이 못 모이게 하는 경찰의 집회 관리는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변호사는 "법원은 국가의 폭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사인 간의 다툼보다 더 엄격한 증거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면서 "2008년 촛불집회 당시에도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는 전후 사정을 증명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가격당하는 사진이 없느냐'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태그:#희망버스, #5차 희망버스,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침해, #국가배상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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