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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열린 부산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저지 상인대회
▲ 이마트 도매진출 반대 지난 7월 26일 열린 부산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저지 상인대회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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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대전 중소기업청 14층 대회의실에서는 이마트 직영점의 트레이더스(창고형 마트) 전환이 도매업 진출이냐 아니냐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바로 사업조정 심의회의였다. 정윤모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 소상공인정책국장 주재로 열린 제8차 사업조정심의회에서 7명의 심의위원들은 대구 이마트 비산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에 대해 도매업 진출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또 정 국장을 비롯해 심의위원들은 '(트레이더스가) 추후 도매업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사업조정 신청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통보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사업조정제도의 의미를 그나마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기자가 최근 입수한 이날 회의 발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부 위원을 제외한 대다수가 사업조정제도의 현실적 한계성과 상생법 관련 조문(제31조~제40조)의 해석, 또 트레이더스 전환사업 반려 시 따르게 될 법적 리스크, 법 테두를 벗어난 확대 해석 불가 등의 이유로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 차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의위원회 간사인 임병재 중기청 서기관은 이마트의 트레이더스가 도매업 진출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회의 중간 중간에 내비쳤다.

다음은 임병재 서기관의 발언내용이다.

"사업자등록에는 도·소매로 되어 있으므로 이마트가 주장하는 소규모의 도매까지 규제하기는 곤란하다."
"이전 도·소매업 했던 사람에게 소매만 하고, 도매하지 말라 할 수 없다. 현행 상생법으로는…."
"주차장이나 매장면적을 넓히는 것, 이런 게 법률상 확장이나 이마트는 기존 면적과 같으므로 확장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임 서기관의 발언 내용에 따르면 중기청의 설립 취지나 존재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강진영 참여연대 간사는 지난 11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마트가 도·소매로 업종 신고를 했기 때문에 트레이더스 전환을 도매 진출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 다소 한계가 따르지만 사업조정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대구 이마트 비산점과 관련된 회의 내용을 검토했을 때 중기청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 간사는 또 이렇게 소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상생법의 주요 취지인 사업조정제도가 왜 있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리적 해석도 중요하지만 대중소 상생 차원에서 여야가 합의해 만든 상생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이하 전유연) 실장도 같은 날 통화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체제 구축, 중소기업 육성 및 창업활성화,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지원 등 중기청의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 내용은 대기업인 이마트의 손을 들어준 처사"라며 "사업조정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심의위원회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실장은 "올 중기청 국감에서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이마트 부산 서면점의 트레이더스 전환과 관련해 지역의 도소매 상인들의 피해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중기청이 지난 10월 이마트 서면점 인근 상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번 실태 조사가 상인들의 거센 반말만 산채 형식적인 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의 '이상한' 피해실태 조사

지난 7월 26일 열린 부산 서면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저지 상인대회
▲ 이마트 도매진출 반대 지난 7월 26일 열린 부산 서면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저지 상인대회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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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사업조종신청이 접수된 대구 비산점보다 약 두 달 늦게 신청된 부산 서면점의 경우 조경태 의원의 요청에 따라 중기청이 직접 감정평가법인을 통한 피해실태 파악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실태 조사가 이마트의 도매 진출 차단보다는 사업조정제도의 연장선 상에서 트레이더스 전환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중기청의 요식 행위라는 게 지역 상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중기청이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은 지난 10월 12일 사업조정신청에 참가한 서면점 인근 66명 상인들에게 세무자료 요청 공문을 일괄 발송했으며, 이틀 뒤인 14일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일보> 10월 20일자 <중소기업청의 이상한 실태조사> 기사에 따르면 감정평가법인이 지난 8월 30일 개점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조사한다면서 2010년도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포함해 2011년 1~9월 매출 및 매입 장부 사본, 2011년 부가세 예정 신고 서류 사본, 기타 매출 및 매입과 관련된 자료 사본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기사는 또 중소기업청이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에 대한 부산 지역 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대해 '수상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며 상인들은 조사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상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업조정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경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월 15일 "<부산일보> 보도 직후 중기청 관계자가 의원실로 직접 찾아와 피해실태 조사에 대해 지역 상인들의 협조가 미온적이라면서 적극 독려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조사방법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피해 실태를 조사해야 되는데, 부산 서면점이 트레이더스로 재오픈한 8월 30일 이후 약 2개월 동안의 매출 변화만 조사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또 이번 조사 방법의 문제점을 전달하는 한편 이미 영업 중인 전국 4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대한 지금까지의 매출 현황 자료를 이날 방문한 중기청 관계자에게 요청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서 트레이더스 4개 점포의 매출 변화 추이가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청은 이번 지역 피해실태 조사를 토대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도매업 진출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임병재 중기청 서기관은 "부산 지역의 중소상인 피해실태 조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빠르면 12월 초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중기청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이 지역 상인에게 피해를 초래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최종 사업조정 심의회의에서 이마트의 트레이더스 전환 사업을 반려시킬 뿐만 아니라 대구 비산점에도 소급 적용해 재심의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용승인 반려 행정소송, 이마트 승소 가능성 높아

이번 피해실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제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구 비산점의 경우 트레이더스 전환이 도매 진출로 볼 수 없다는 중기청의 최종 판단이 있었지만, 해당 지자체인 서구청은 여론의 힘에 떠밀려 이마트의 사용승인을 반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마트는 대구 서구청을 상대로 사용승인 반려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이마트의 사용승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시인한 서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오는 11월 23일 1차 변론을 해야 하지만 비산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패소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 이마트가 승소할 경우 임병재 서기관이 언급한 대구 비산점에 대한 사업조정 재심의 발언은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특히 부산 서면점은 지난 8월 18일 접수된 사업조정신청과 피해실태 조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레이더스로 재오픈, 현재까지 성업 중이다. 설령 이번 '이상한' 피해실태 조사가 중소상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해도 이마트 입장에선 트레이더스 전환 사업을 접은 채 예전처럼 영업만 하면 그만이다. 이래저래 지역 중소상인만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태그:#이마트 트레이더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마트도매진출, #사업조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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