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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신당에 세워진 남자성기를 묘사한 12지신상. 2007년 3월 16일 답사
▲ 12지신상 삼척 해신당에 세워진 남자성기를 묘사한 12지신상. 2007년 3월 16일 답사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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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들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고, 금기로 여기는 것들도 많았다. 지금에야 사람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정초 들어 첫 번째로 드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날에는 어떤 풍속이 있었을까?

상자일(上子日)(1월 28일)

정월에 들어 첫 번째로 맞는 쥐날을 '상자일'이라고 한다. 올해는 1월 28일이 상자일이다. 농촌에서 이 날은 논둑이나 밭둑 등에 불을 놓는다. 쥐가 많으면 질병을 옮기기도 하도, 곡식에 축을 내기 때문에 쥐를 잡기 위해서이다. 이날 밤 부녀자들은 자시에 방아를 찧는데, 이 날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하여 빈 방아를 찧기도 한다.

옛날 상자일에 궁중에서는 나이가 어린 내시들이 방망이에 불을 붙여 "쥐주둥이 지진다. 돼지주둥이 지진다." 라고 고함을 치고 다녔다. 쥐와 돼지에게서 곡식을 보호하기 위한 풍속이라고 한다. 이 상자일에 논둑이나 밭둑에 놓는 불을 '쥐불'이라고 했는데, 요즈음에는 이와는 관계없이 놓는다. '쥐불놀이'도 알고 보면 이 상자일에 행해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삼척 해신당 경내에 조성한 십이지신상 중 쥐상(좌)과 소상(우)
▲ 쥐와 소상 삼척 해신당 경내에 조성한 십이지신상 중 쥐상(좌)과 소상(우)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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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축일(上丑日 )(1월 29일)

정월 들어 첫 번째 맞이하는 소날을 '상축일' 또는 '소달기 날'이라고 부른다. 이 날은 소에게 쇠북을 쑤어 먹일 때 콩이나 보리를 많이 섞어서 잘 먹인다. 농사를 짓는데 있어 소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날에는 농가에서는 도마질을 하지 않는데, 이는 소고기를 요리할 때 도마질을 하면 소가 탈이 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날은 쇠붙이 연장을 다루지 않는다. 이 날 쇠붙이 연장을 다루면 쟁기나 보습이 부러지고, 방아를 찧으면 소가 기침을 한다고 한다. 아마도 소가 연자방아를 끌기 때문에 생겨난 속설로 보인다. 아 날 곡식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데, 곡식을 퍼내면 소에게 재앙이 온다고 한다. 과거 농촌에서는 소가 중요한 노동력을 행하므로 소를 위하는 습속으로 보인다.

상인일(上寅日)(1월 30일)

새해 들어 첫 번째로 맞이하는 호랑이날을 말한다. 이 날을 '상인일' 혹은 '사람날'이라고도 한다. 음양가에서는 하늘은 쥐에게서 열렸고, 땅은 소에게서 열렸으며, 사람은 호랑이에게서 정기를 받았다고 한다.

이 날은 여자들이 바깥출입을 금한다. 이 날 부녀자들이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면, 집안 식구들이 호환을 당한다고 하여 여자들은 아예 문밖출입을 하지 않았다. 지금 보면 참 우스운 풍속이지만, 당시는 호환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전하다보니 아마도 이런 속설이 생겨났는가 보다.

삼척 해신당에 조성한 호랑이상과(좌) 토끼상(우)
▲ 호랑이상과 토끼상 삼척 해신당에 조성한 호랑이상과(좌) 토끼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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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묘일(上卯日)(1월 31일)
첫 번째로 정월에 드는 묘일을 '상묘일' 또는 '토끼날'이라고 한다. 이 날은 남자가 먼저 일찍 일어나 문을 열어야 일 년 동안 집안에 대운이 든다고 한다. 여자가 먼저 문을 열게되면 불길한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하여서, 여자들은 문을 먼저 열지 않는다. 이 토끼날에는 남의 집의 머슴이나 여종들도 일체 문 안에 들이지 않는다.

특히 이 토끼날에는 외부에서 만든 나무그릇이나 쇠그릇 등도 집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토끼날에는 무명실로 옷을 지어서 입으면, 명이 길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부녀자들은 이날 실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 실을 '명사(命絲)' 또는 '상원사(上元絲)', '톳실'이라고 한다. 색색으로 물을 들여 차고 다니기도 했다.

상진일(上辰日)(2월 1일)

새해들어 첫 번째로 맞이하는 용날을 말한다. '상진일'이라고 하는 이 날에는 농가의 부녀자들은 남보다 먼저 일어나 마을의 공동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온다. 이렇게 물을 떠오는 것을 '용알뜨기'라고 했는데, 이날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남보다 먼저 우물물을 길어다가 그 물로 밥을 해먹으며,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제일 먼저 우물에 간 사람은 물을 긷고 나서 짚을 몇 오라기 우물에 띄워놓는다. 이것은 먼저 물을 떠갔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이다.

삼척 해신당 경내에 조성한 십이지신상 중 용상(좌)ㅘ 뱀상(우)
▲ 용상과 뱀상 삼척 해신당 경내에 조성한 십이지신상 중 용상(좌)ㅘ 뱀상(우)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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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일(上巳日)(2월 2일)

정월 들어 첫 번째 맞는 사일을 '상사일' 또는 '뱀날'이라고 한다. 이 날은 머리에 빗질을 하지 않는다. 농촌에서는 이날 빗질을 하면 집안에 뱀이 자주 든다고 한다. 아마도 뱀을 '긴짐승'이라고 표현하는데, 머리카락이 뱀과 같이 길다고 하여 생긴 습속인 듯하다.

이렇게 정월 들어 첫 번째로 맞이하는 날들은, 나름대로 금기하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야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었을 듯도 하다. 정월에는 그저 매사에 조심을 하는 것이 일 년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속설에 얽매일 필요야 없겠지만, 나름 조심해서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십이지신상, #삼척, #해신당, #정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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