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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시작하려면 준비 운동을 해야 하고, 요리하려면 요리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홍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이번 화는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영국의 홍차'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행스럽게도 서점에는 홍차에 관련된 서적들이 계속해서 늘어가는 추세다. 검색포털,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도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홍차에 대한 로망을 스스로 즐겨보고 싶어하는, 홍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홍차는 대중적인 음료가 아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은 홍차에 대한 정보가 무지하다. 단, 이번 회에서는 홍차에 대한 모든 정보가 아닌, '영국의 홍차'를 제대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정보만 모아보았다. 만일 영국에 직접 가서 홍차를 즐겨본다든가 그것이 아니라면 영국의 홍차에 관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던가 그도 아니고 영국 문화의 또 다른 일면을 알고 싶다면 이번 회의 정보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티 룸(Tea Room), 정확히 무엇일까요?

시골은 한 티 룸. 모든 물품과 가구들은 옛 것 그대로 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듯한 모습이다
▲ 티 룸 시골은 한 티 룸. 모든 물품과 가구들은 옛 것 그대로 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듯한 모습이다
ⓒ 조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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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홍차,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티 룸. 영국 홍차를 이야기하려면 티 룸의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 홍차가 시작된 것은 17세기경, 유럽으로 차라는 음료가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인들을 유혹하여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어 낸 이 붉은빛의 음료는 21세기인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대중적인 음료. 특히나 홍차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국은 '홍차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티 룸의 역사는 홍차의 역사에 비하면 조금 짧다. 무려 2세기나 더 지난 뒤에야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홍차를 마셔볼 수 있었던 공간은, 17세기에 생긴 커피 하우스(Coffee House)라는 곳이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영국의 펍과 카페가 합쳐진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때에도 아직은 홍차보다는 커피와 주류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커피 하우스는 남자들만의 공간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 주의적 성향이 진했던 시대에 여자들의 외출은 상당히 자제되면 편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체로 집안의 응접실이나 정원에 손님들 초대하여 사교 모임을 했다. 티 룸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여성들에게는 커피보다는 홍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티웨어(차를 마시기 위한 다구들)를 준비하고, 맛있는 티푸드(차와 즐기기 위한 간식들)를 만들고, 집안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은 그녀들의 최고의 일거리이자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는 여주인들을 위한 완벽한 티파티 가이드 저서들까지도 나올 정도였다고.

1880년대에 유명했던 티 룸은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우에서 스튜어트 크랜스톤이 세운 티 룸과 그와 비슷한 시기에 런던의 에어레이트 제과점(Aerated Bread Company, 축약하면 재미있게도 ABC가 된다)이 차와 케이크, 빵을 메뉴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티 룸을 열게 된 곳으로, 기록상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티 룸들로 여겨진다. 이들이 성황을 이루게 된 요인으로는 홍차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즐길 수 있는 티 룸. 빼곡히 적혀있는 메뉴들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세트 메뉴와 디저트들은 그 이상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데 식당도 아니고 패스트푸드 점도 아닌데 세트 메뉴라니? 하지만 이 세트 메뉴들이야말로 티 룸을 찾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국 티 룸, 언제 어디서든지 꼭 만날 수 있는 크림 티

홍차, 스콘, 딸기 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어우러진 최고의 메뉴
▲ 크림티 홍차, 스콘, 딸기 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어우러진 최고의 메뉴
ⓒ 조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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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지 영국의 티 룸을 가게 되면 꼭 한 번씩 보게 되는 메뉴 크림 티. 하지만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밀크 티는 들어봤어도 크림 티는 대체 뭘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은 홍차에 크림을 섞어서 마시는 차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크림 티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홍차 세트메뉴이다. 원하는 홍차에, 스콘과 잼, 그리고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여서 먹는 간단하지만, 세트를 이른다. 어떻게 보면 홍차에 어울리는 '최상의 마리아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림 티는 영국 데번셔(Devonshire)에서 11세기에 빵, 쨈 그리고 크림을 곁들어 먹는 것을 시초로 영국 전역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따끈따끈한 스콘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 먹으면, 고소함과 달콤함이 한입 가득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고플 때에는 간단한 요기로도 충분한, 영국에서 살면서 기자가 밥만큼이나 많이 먹어본 메뉴일 것이다.

홍차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의 세팅. 그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 애프터눈 티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의 세팅. 그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 조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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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관해서 알고 있다면, 홍차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애프터눈 티는 그야말로 환상의 세트가 아닐까 싶다. 홍차와 함께 샌드위치, 스콘과 다양한 종류의 빵과 케이크들을 함께 즐기는 화려하고 푸짐한 세트는 티 룸이나 고급 호텔에서 즐길 수 있다. 호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에는 샴페인을 곁들이는 세트도 있다. 화려한 세트만큼이나 가격이 비싼 것이 좀 슬프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에 한 번쯤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잊지 못할 감동을 줄 것이다.

오후에 마시는 홍차라는 뜻을 가진 이 세트는 말 그대로 오후에 차를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1840년대 영국의 안나 마리아라는 7대 베드퍼드 공작부인이 오후 4시에 차와 간식거리를 즐기던 행위를 유행시켰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차는 간식거리와 즐겼지만, 안나 마리아는 이를 다른 사람들과 즐기면서 사교모임, 파티의 메뉴로 유행시켰다.

한 세트에 나오는 음식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천천히 즐기려면 은근히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실제로 호텔에서 한번 즐겨보았던 애프터눈 티는 기본적으로 2시간 정도는 가뿐히 넘어갈 정도였다. 한꺼번에 메뉴가 나올 수도 있지만, 대체로 한 메뉴를 끝내면, 다음 메뉴가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다.

이 훌륭한 메뉴의 단점은 나오는 음식의 수가 많고 대체로 푸짐하기에 전 메뉴를 다 즐겨보려면 적어도 밥 한 끼는 굶고 가야 할 정도이다. 그 많은 메뉴를 딱 한입씩만 먹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태그:#영국문화, #티 룸, #홍차, #정원, #애프터눈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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