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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겉그림
 <너도 하늘말나리야> 겉그림
ⓒ 푸른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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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등장하는 13살 미르는 이혼한 엄마를 따라서 시골로 내려가면서, 부모님이 헤어진 게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르는 엄마를 미워하고 남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산다. 얼마 후 같은 나이의 소희와 바우를 만나게 된다.

미르와 소희와 바우가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 대단히 색다르다. 남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소희는 미르의 '혼자만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일기장이 두 권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한 권은 학교에서 검사 받기 위한 일기장이고, 한 권은 자신을 위해 만든 비밀 일기장으로 남에게 보이는 얼굴과 혼자만의 얼굴을 가진 채 지낸다.

소희는 남에게 보이는 얼굴을 가면이라고 말했다. 그 가면을 벗고 난 그녀의 순수한 모습은 참 슬프다. 부모님이 아닌 할머니랑 함께 살면서 예의바르고 이웃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바르게 성장하지만 언제나 쓸쓸하고 엄마, 아빠가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한다.

바우는 하얀 스케치북에 점 하나를 찍어도 '아, 멋진 새가 하늘을 나는구나. 우리 아들 멋지다'라고 칭찬해주는 엄마를 잃은 뒤 세상과 통하는 문이 막혀있음을 느낀다. 그 후로 친구들과 아빠와 선생님을 배척하며 입을 닫지만, 주변 사람들은 바우가 스스로 그 문의 빗장을 풀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미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떨어져 있는 아빠에게만 매달리며 제대로 된 상호작용을 거부한다. 학교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미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희는 보건소 소장인 미르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뭐가 죄송해. 미르가 그러는 건 너희들 때문이 아니라 엄마한테 화가 나서 그러는 거야. 지켜 봐 주면 스스로 마음을 세울 줄 알았는데 그게 영 오래 가는구나. 마음 주고받을 친구를 사귀면 휠씬 덜 힘들 텐데...."(본문 100쪽)

그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건 딱 두 가지다. 첫째, 스스로 마음을 세울 때까지 기다려줄 것. 둘째, 마음을 주고받을 친구를 만들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왜 그러니?" 또는 "도대체 뭐가 문제야"하면서 그 문제에 달려들어 팔 걷어붙이고 손을 뻗어 상대방의 가슴 속에 푹 집어넣어 휘젓는다. 관여하고 해결하려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 엄마와 여기에 나오는 바우 아버지, 친구들은 그냥 지켜본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며 스스로 마음을 세울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상대방이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다가가 잡아 줄 마음의 자세만 유지한다. 말 걸면 와락 달려들어 다정하게 이야기 해줄 준비만 하면서 견딘다. 참 대단하다. 자신을 치유할 힘은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작가는 바우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늘말나리는 소희 누나 같아요. 주변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알차게 자기 자신을 꾸려 나가는 소희 누나 같은 꽃이에요." (본문 160쪽)

마지막에 미르가 아빠를 아빠이기 전에 한 남성, 한 인간으로 엄마를 엄마이기 저에 한 여성, 한 인간으로 생각하면서 모든 마음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하늘말나리가 된다.

모두가 하늘말나리같은 꽃이 될 필요는 없지만 하늘말나리처럼 사는 꽃은 어디를 가나 행복하다. 남을 향한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가다듬는 사람은 언제나 잘 산다. 난 무슨 꽃일까?

얼마 전 서울에서 내려온 조카를 중학교에 3학년에 전학시켰다. 오죽했으면 사촌 오빠가 나한테 보냈을까를 생각하면서 단번에 승낙을 했지만 같이 지낸 지 3일 만에 곧 후회하고 말았다. 텔레비전 앞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구는 아이를 보면서 짜증이 난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소희처럼 나리꽃을 활짝 피울 수 있을까? 꼭 피우길 바란다. 아니 열심히 단련해서 소희보다 더 큰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가 되려나.


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푸른책들(2007)


태그:#이금이, #너도하늘말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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