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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부터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가 열리고 있다. 전인대는 건국 이후 혼란스러웠던 과도기를 거쳐 1954년 사회주의헌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최고의 국가권력기관이며, 입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밑에 지방 행정단위별로 지방인민대표대회가 있다.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전인대 대표의 임기는 5년이다.

중국 최고 국가권력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 성격이나 지위는 헌법의 개정과 함께 변화해왔다. 1954년 헌법은 전인대를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이자 '국가의 입법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규정했지만(제21조, 제22조), 문화대혁명기인 1975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전인대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하에 있는 국가권력의 최고기관'으로 지위가 격하되었다.

1978년에 다시 개정된 헌법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하'라는 문구를 삭제했지만, '유일한 입법기관'이라는 1954년 헌법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1978년부터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되면서 1982년에 헌법이 대폭 개정되었는데, 개정 헌법은 전인대가 '최고 국가권력기관'이며 국가의 입법권은 전인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행사한다고 규정했다(제57조, 제58조).

전인대 대표(의원) 수는 당초에는 1200명 내외였지만 1963년에 시작된 제3기부터 3000명 전후로 대폭 늘어났으며, 규정상 연 1회 열리며 회기도 2~3주밖에 되지 않아 매우 짧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중대사나 법률을 충분히 심의할 수 없어 만들어진 것이 전인대 상무위원회다. 상무위원회는 전인대에서 호선되는 100~200명(1954년부터 1962년까지는 100명이 채 되지 않음) 전후의 상무위원들로 구성되며 두 달에 한 번꼴로 5~7일간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 수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심의가 어려워 상무위원회가 그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상무위원회의 결정만으로 공포 시행된 법률도 많다. 또한 전인대가 제대로 기능하기 않기 때문에 그 대신 중국·공산당 중앙국무원 연합 통달이라는 것이 최고의 법적 구속력을 갖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당이 결정하고 행정부격인 국무원이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와 부자들의 살롱으로 전락한 전인대

전인대 대표는 기본적으로 행정단위별로 인구비례로 할당되지만 도시와 농촌 사이에 대표권의 격차가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또한 전체 대표의 10% 정도가 중앙에 의해 사실상 임명되어 왔는데, 소수민족과 인민해방군에 할당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는 겸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표가 된다하더라도 사임할 필요가 없어 직업도 매우 다양하다. 대표의 직업은 2003년에야 처음으로 직업이 공표되었는데, 당과 정부 등의 간부가 40%, 기업가나 법률가, 의사, 예술가 등 전문가가 40% 정도를 차지해 전인대는 사실상 엘리트들의 살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대표와 상무위원회 위원의 3분의 2가 공산당 당원이라는 점이다. 또한 최근 대표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이나 전문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의 엘리트들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제11기 제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전인대 대표 약 3천 명의 자산 상위 2% 70명의 2011년도 자산총액은 5658억 위안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자산이 많은 대표는 중국 최고 부자로 알려진 와하하(蛙哈合) 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다. 그의 자산총액은 660억 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조 원이 넘으며, 자산 상위 2%인 70명의 평균자산은 81억 위안으로 미국 연방의원 상위 2%의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한다. 전인대와 동시에 개최되고 있는 국정자문기관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에는 유명 인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 가운데 일부는 값비싼 외국의 고급 브랜드로 치장을 하고 인민대회당을 출입하고 있다고 한다.

3월 8일 열린 제5차 회의 제2차 전체회의에서는 '전인대 대표 정원과 선거문제 결정초안'을 통해 2013년 3월에 시작되는 제12기 전인대 대표는 도시와 농촌에서 각각 인구 67만 명 당 1명씩 동등하게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엘리트와 부자들의 살롱으로 전락한 전인대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누구나 가난했던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매년 확대되고 있는 빈부 격차, 소득의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태그:#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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