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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카드 발급을 위해 작성한 동의서로 인해 당신의 모든 정보가 그들의 제휴사로 제공될 수 있다.
 농협카드 발급을 위해 작성한 동의서로 인해 당신의 모든 정보가 그들의 제휴사로 제공될 수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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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고객님이시죠? 저는 농협생명 박아무개입니다. 고객님께 농협생명 보험가입 안내를 위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난 8일, 휴대폰을 통해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 말을 듣고 내가 "안내를 받기 전에 제가 몇 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외에 (나의) 주민등록번호와 집주소도 아시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상담원은 "저희는 농협생명입니다. 선생님께서 농협 고객님 아니신가요?"라고 되묻는다.

"(제가) 확인해 보겠지만, 나는 농협에 계좌개설 또는 카드발급을 위해 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는지 몰라도 내 정보를 이용해 보험을 판매하는 데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갑자기 걸려온 보험가입 요청 전화

농협생명이란 회사는 뭐고, 대체 그들(농협생명)이 어떻게 내 개인정보를 알 수 있었을까! '혹시 농협중앙회에서 신상품을 개발해 가입을 권유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농협생명 사이트를 통해 확인해 봤는데,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와 다른 법인회사였다.

1544-4000번.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농협생명 사이트에 표시된 콜 센터로 전화를 걸었으나 ▲ 시외요금이 적용됩니다 ▲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우물정자를 누르세요 ▲ 맞으면 1번 틀리면 2번 ▲ 각종 상품 안내 ▲ 상담원 연결은 1번...이란 장황한 안내 멘트가 나온다. 본인 확인에서 상담원 연결까지 족히 몇 분은 소요된 듯하다.

"제가 확인했는데, 농협생명과 농협중앙회는 분명히 다른 법인인데, 어떻게 내 정보를 거기서(농협생명) 그렇게 정확히 알 수 있는지 해명 좀 해 주십시오."

내 말에 농협생명 담당자는 "나는 (당신의 정보가 어떻게 우리에게 왔는지) 모르는 일입니다. 농협중앙회에 알아 보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타 보험회사와는 달리 시외전화요금을 내야 상품 관련 정보 등을 알수 있다.
▲ NH농협생명 사이트 타 보험회사와는 달리 시외전화요금을 내야 상품 관련 정보 등을 알수 있다.
ⓒ 농협생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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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을 위해 농협중앙회 콜센터에 전화를 연결했다. (시외요금이 적용되지 않는 건지,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시외요금 관련 내용이나 불필요한 상품 안내 멘트는 없었다. 기자의 같은 질문에 대해 농협중앙회 여신 정책부 관계자는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 계열 회사다. 그리고 이미 (고객들의 개인정보 이전에 대한 내용을)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알려줬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신용카드를 만들 때 동의한 내용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그건 이쪽(농협중앙회 여신정책부)에서는 알 수 없고, 고객님께서 카드발급 신청을 하셨던 농협중앙회 화천군지부 군청 출장소에 문의해 보시지요."

농협중앙회 여신정책부 관계자의 말처럼 농협생명이 계열사에 해당하는지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자사 계열사 현황에는 남해화학, 농민신문사 등 28개사가 등록되어 있지만, 농업생명은 보이지 않는다. 또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에는 농협생명 신설에 따른 개인정보 이전 안내에 대한 팝업창이나 게시글도 없다. 고객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만으로(본인은 받지 못했음) 개인정보 이전 사실을 알렸다는 말이다. 동의서 한 장을 근거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제휴사로 넘긴 셈이다.

28개사의 계열사 목록 중에 농협생명은 없다
▲ 농협중앙회 계열사 28개사의 계열사 목록 중에 농협생명은 없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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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OO농협중앙회 OO군지부에서 <개인신용정보 제공·활용 동의서>를 건네받았다. 2007년 3월 23일에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동의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계약과 관련하여 본인은 농협 또는 비씨카드(주)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의 규정에 따라 본인이 신청한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제휴서비스 및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아래에 명시된 내용의 신용정보 제공·이용에 동의합니다.

▶ 제공정보의 범위
   ○ 개인 식별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
   ○ 신용카드 거래 관련정보(카드번호, 거래일시, 금액, 한도, 제휴 포인트 등)

▶ 제공기관의 범위
   ○ 특정 제휴카드의 경우 : 해당카드 제휴업체(항공·정유·자동차·통신·지자체·동문회 등)
   ○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우 : 보험서비스 관련 제휴 손해 및 생명보험사, 주유할인서비스 관련 정유사,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제휴업체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

농협카드 신설을 위해 동의한 개인정보 규모 및 내용
 농협카드 신설을 위해 동의한 개인정보 규모 및 내용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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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제공기관의 범위' 내용을 보면 농협은 고객들에게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우 제휴업체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토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농협생명의 보험가입 권유가 고객을 위한 부가서비스란 말인가! 또 주소와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신용카드 신청시 작성한 모든 정보가 '제휴업체의 부가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또 있다. 동의서 및 신용카드 회원입회 신청서 작성 시기는 2007년. 신청서에 적힌 휴대폰 번호는 지금의 번호와 다른 번호(2010년 전화번호 변경)이다. 휴대폰 번호 변경에 따라 <개인 신용정보 제공·활용 동의서>를 갱신한 적도 없다. 과연 변경된 개인 휴대전화 번호 정보까지 제공 한 것이 '최소한의 범위'일까? 아리송한 것은 또 있다. 동의서에 보면 등(等)이란 말이 세군데 등장한다. '등'의 용어 정의는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 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등'이란 용어에 근거해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일까.

지난 3월 2일 한 인터넷 뉴스는 <농협, 51년 만에 구조 개편 '한국판 썬키스트 이룬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역 농협은 전국 1165개로, 영업점은 4449개, 거래고객은 2800여 만 명으로 추산된다. 1, 2금융권을 모두 합친 농협 전체 점포 수는 5621개, 관련 고객수는 4700여 만 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4700여만 명에 이르는 개인정보가 이미 농협생명사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들(농협)의 정보제공 기관 범위 등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제휴업체에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넘겼는지 모를 일이다.

농협은 지난해 전산시스템 장애로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
 농협은 지난해 전산시스템 장애로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
ⓒ 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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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제휴사의 개인정보 전산시스템은 안전할까?

"○○○님 이시죠? 여기는 농협중앙회 △△지점입니다. 어느 분께서 귀하의 통장에서 예금 인출 시도에 따라 우리점에서 신병확보를 했습니다. 이미 신고를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잠시 후에 해당 경찰서에서 전화가 갈 겁니다."

지난해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 내용이다. '사기전화 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신전화 번호를 확인을 했는데, 정확히 농협 △△지점과 일치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이었다. 이 또한 농협에서 개인정보가 누출된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농협은 지난해 4월, 사상 초유의 전산장애를 일으켜 국민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 자체적으로도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고객의 개인 정보를 '고객이 동의했다'는 이유로 제휴회사에 넘긴다. 그렇다면 그들(농협)의 제휴회사는 자사(농협)보다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에 철저할까?


태그:#농협중앙회, #농협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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