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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운 <국민일보> 노동조합 위원장
 조상운 <국민일보>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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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일.

국민일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파업을 시작한 지 꼬박 100일이 지났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이 파업에 들어간 목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 반대'는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월 노조가 조민제 <국민일보> 전 사장의 신문법 위반 사례를 찾아냈다.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은 언론사의 대표이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조민제 전 사장의 국적은 미국. 노조는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문화관광체육부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라 판단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발행 정지나 등록 취소를 할 수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민일보> 파업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유일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은 3월 13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조민제 전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을 사장에 선임했다.

결국, '아무 것도 좋아진 것이 없는' 상황. 하지만 아직도 1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은 꿋꿋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국민일보>를 공정한 언론으로 바로세우는 길'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5년이 넘게 노조위원장의 자리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조상운 위원장은 파업 100일을 지나가는 소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용자 측이 파업 초기에서 진일보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지 않고 있죠. 그러니 노조도 파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파업 100일'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100일이 되도록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사용자 측이나 조용기 회장 등 적격성이 떨어지는 경영진, 이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의 행태에 대해선 상당한 실망감을 갖고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 일가, <국민일보> 구성원을 가병처럼 썼다"

3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감독 이창동, 작가 공지영 등은 성명을 통해 <국민일보> 노조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3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감독 이창동, 작가 공지영 등은 성명을 통해 <국민일보> 노조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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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운 위원장을 만난 날.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은 조합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두 명의 기자들이 새로 시작하는 수익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한창이다. '나는 특가다'(http://cafe.naver.com/kmstrike)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노조가 1+등급 횡성한우를 구입해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기획으로 판매 수익 전액은 노조 기금과 조합원 생계 비용으로 쓰인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3월까지만 해도 노조의 여유 재정으로 일정 부분은 무이자 대출이 가능했지만, 파업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까요. 파업의 슬로건으로도 내세웠지만, <국민일보>가 바로 서야 한국 교회가 바로 선다고 생각합니다. 그 밑바닥에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화 반대'라는 목표가 있는 거고요. 이걸 단기에 이뤄낼 순 없죠. 주변에서 지난한 싸움이라고 걱정을 해주시니까…. 그런 걱정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싸워서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겁니다."

이러한 수익사업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국민일보>'의 시험판이라 할 수 있는 웹진 '온국민일보'도 선보인다. 조 위원장은 "일단은 그동안 침묵했던 '한기총 사태'등 교계의 부조리에 대해 취재해 그동안의 <국민일보>와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는 것을 시도하려 한다"며 "또 앞으로는 정치·경제·사회 부문으로도 (취재를) 확대해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무대에 오른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탁현민 교수, 시사평론가 김용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공지영 작가, 조상운 국민일보 노동조합위원장, 고재열 기자.
▲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3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무대에 오른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탁현민 교수, 시사평론가 김용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공지영 작가, 조상운 국민일보 노동조합위원장, 고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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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편집권 침해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시각을 제약받지 않는 상황에서 취재·보도해보자고 시작한 거죠. 조용기 목사 일가의 비리나 부조리에 대해서도 취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공개할 겁니다. 또 그동안 공정치 못하게 기사를 쓴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자기고백을 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조용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 구성원을 가병처럼 썼다'고 털어놨다. 그는 "1988년 12월 창간된 이후 85%가 넘는 기간 동안 조용기 목사 일가의 친인척이 <국민일보> 사장을 맡아 왔고, 그 외의 기간에도 조용기 목사 일가의 측근이 사장직에 있었다"며 "그동안 사실상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신문처럼 기능해 왔다"고 말했다.

"교계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면 기자들을 동원해 경찰의 수사 방향에 관여토록 했고, 기자들이 조 목사 일가와 관련된 추문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을 만나 협상하게 했습니다. 또 조용기 목사와 관련된 (부정적) 내용을 다룬 책이 발간되자 <국민일보> 판매국과 편집국을 동원해 수거한 적도 있습니다. 김성혜 한세대 총장(조용기 목사의 부인)이 공항 출입기자에게 민원을 넣어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있고요. '사회의 공기'라는 신문사를 조용기 목사 일가의 가병처럼 이용한 겁니다."

'철벽'에 계란 던지기... 하지만, '희망'이 생겼다

3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서 박유리 기자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3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서 박유리 기자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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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운 위원장은 "<국민일보>의 파업은 절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상대로 한 싸움은 아니다"며 "교회와 조용기 목사 일가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이들의 파업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언론 사유화가 한국 사회와 기독교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 특히 기독교계에서 '조용기 목사'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은 계란으로 바위를, 아니 '철벽'을 치는 싸움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들은 편하게 살 수도 있었다.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타협하며 안온하게 일상을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답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묵묵히 이를 계속하고 있다.

"'편하게 살자'고만 생각하면 무엇하러 사람들이 불합리한 일들에 목소리를 높이고, '강정마을'과 '정권심판'을 이야기하겠습니까.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회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고. 언론은 사회를 비판·견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 기능을 없애고 살면 그건 언론이, 기자가 아니고 노조가 아니지요. 모든 것에는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고, 그대로 사는 게 옳다고 봅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서 참석한 관중들이 공연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 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서 참석한 관중들이 공연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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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운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0월 해고됐다. 해직언론인으로서, 그리고 파업 중인 조합원으로서 살아가며 "말로는 '응원한다'면서 밥벌이의 고단함 하나만으로 양심과 담을 쌓은 것처럼 지내는, 10여 년을 같이 일했던 옛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면서도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파업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며 '인간이 이렇게 따뜻한 존재구나'라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희망이 생겼다. 그의 말처럼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을 응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13일에는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가 열렸다. 자발적으로 이들을 지지하는 번개 모임도 있었다.

3월 30일에는 영화감독 이창동, 작가 공지영, 방송인 김미화·김제동, 뮤지컬 배우 최정원 등 각계 인사가 '힘내라 <국민일보>, 그리고 끝끝내 승리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민일보>가 바로 서야 한국 교회가 바로 선다'는 파업 슬로건은 한국 기독교계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씨앗"이라며 "우리는 파업 100일을 맞아 목이 쉬고 지친 국민일보 기자들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조직하고자 한다"는 말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1만 명의 시민에게 한 달 구독료에 해당하는 금액인 1만5000원씩을 모아 파업을 이어가자는 '온국민응원단' 모집 운동도 시작키로 했다.

3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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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하나님 믿어야지 '조용기' 믿는 것 올바른 신앙 아냐"

노조 트위터(@kukminstrike)와 조상운 위원장 트위터(@nojo1sangwoon)에도 점점 많은 이들이 모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렇게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시간이 날 때마다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는데, 트위터를 통해 번개 모임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소중함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말 <국민일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분들이, 언론 개혁이나 불합리한 <국민일보> 사유화 시도에 맞서는 조합원들에게 힘을 보내 주시는 거잖아요.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50만 팔로어를 만드는 겁니다. 조용기 목사가 자신이 설교하면 몇 만이 '아멘'을 말한다 하는데, 거기 맞서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앞으로도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의 파업을 홍보하면서 공감과 응원을 받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상운 위원장은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조급증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등 생활에 타격을 입은 조합원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시작한 싸움을 성과 없이 끝내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지금이라도 조용기 목사 일가가 양심과 도리에 따라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시발점도 조용기 목사 일가였고. 해결도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12월, 국민문화재단이 출범할 때 조용기 목사가 '한국 교회와 사회에 <국민일보>를 봉헌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그리고 조용기 목사의 일가들, 자격 없는 경영진들은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그래야 조용기 목사의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국민일보> 구성원과 여의도순복음의 성도들에게, 신앙이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용기라는 사람의 실체에 대해 똑바로 아셔야 합니다. 신앙은 예수님이나 하나님을 믿는 것이지, 개인 조용기를 믿는 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니라는 걸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태그:#국민일보, #파업, #조상운, #온국민일보, #횡성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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