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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 남산제비꽃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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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행 중에 만나는 야생화는 목마를 때 마시는 시원한 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혼자서 산행할 때 마주치는 야생화는 정말 반갑지요. 그런데 산에서 야생화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 흔한 제비꽃조차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지아비를 그리워, 무덤가에 슬퍼 고개 숙여 핀 할미꽃은 더욱 보기 힘듭니다. 할미꽃은 거의 실종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랑제비꽃.
▲ 노랑제비꽃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랑제비꽃.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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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군락지 사이로 핀 노란 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노랑제비꽃입니다. 산을 바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에겐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저에게 만큼은 웃음을 듬뿍 선사하고 있습니다. 나도 답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마음속으로 '김치'라며, 웃으라고 일러주니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환한 웃음으로 변합니다. 같이 놀아준 대가로 웃음을 선물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랑제비꽃.
▲ 노랑제비꽃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랑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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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제비꽃은 50여 종으로 분류되는 '제비꽃속'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제비꽃은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이름과 꽃빛깔을 가진 야생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후손을 잘 번성시켜 나가는 특징을 가진 제비꽃.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제비꽃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제비꽃은 '제비가 봄을 입에 물고 돌아올 때 쯤 핀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때는 '오랑캐꽃'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그것은 제비꽃이 필 무렵 오랑캐가 자주 쳐 들어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수줍은 사랑' '농촌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랑제비꽃을 보며 수줍게나마 사랑을 느껴 봅니다.

제비꽃의 춤사위... 참 매력 있습니다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 남산제비꽃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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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을 한참이나 걷다 또 다른 야생화를 만났습니다. 이번에 만난 꽃도 제비꽃인데, 남산제비꽃입니다. 실바람에 꽃잎이 이리저리 몸을 맡긴 춤사위가 저를 유혹하는 듯. 꽃잎을 뒤로 젖힌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이 부드러운 어깨 곡선을 살짝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살며시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았습니다.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 남산제비꽃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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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진한 향기가 풍겨 옵니다. 사랑을 애원하듯 낮은 자세로 눈 맞춤을 하자 활짝 웃으며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줍니다. '성실' '순진무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남산제비꽃과 한동안 봄바람에 같이 춤추며 놀았습니다.

길쭉한 주머니에 비밀을 담아놨니?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 현호색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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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푸른색을 띤 현호색을 만났습니다. 비탈진 언덕에 군락으로 피어 있습니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면서 춤을 추며 나를 오라 손짓합니다. 현호색은 '현호색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우리나라 전역 산과 들에서 자랍니다. 꽃말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고 하는데, 길쭉하게 생긴 주머니 같은 곳에 보물과 비밀이 가득 쌓여 있는 느낌을 줍니다.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 현호색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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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도 만났습니다. 가지가 3개씩 갈라진다고 이름 붙여진 삼지닥나무. 나무껍질은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꽃향기가 참으로 좋습니다. 가까운 자세로 사진을 찍자 지나가는 등산객이 호기심을 보입니다. 꽃말은 '당신께 부를 드립니다'라고 하는데, 부가 필요한 사람은 이 꽃에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께 부를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삼지닥나무.
▲ 삼지닥나무 '당신께 부를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삼지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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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부를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삼지닥나무.
▲ 삼지닥나무 '당신께 부를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삼지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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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큰 기쁨을 주는 야생화. 이런 야생화를 보면서 안타까운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겠지마는, 내가 사는 거제도 야산에는 풍란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봄이면 바위틈에 실 같은 꽃줄기를 쭉 내밀며,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향기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풍란. 1970년 후반 무렵, 이 풍란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욕심에 눈먼 야생화 채취꾼들은 나락을 담던 노란 큰 포대에 몰래 채취한 풍란을 가득 담아 사라졌습니다.

야생화, 산과 들에 있어야 제 맛이죠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 현호색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진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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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야생 풍란을 지금까지 볼 수가 없습니다. 지구상에 공룡이 사라졌듯, 식물 종류 하나가 멸종된 것입니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식물 종류 하나의 멸종,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풍란 종류 하나 멸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야생화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산과 들로 나들이 하며 만나는 야생화. 향기 맡으며, 사진만 찍고, 그저 꽃과 잠시 대화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야생화가 아름답다고 채취해 집에서 기른다 한들 오래 살지도 못합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야생화는 산과 들에서 자라야만 제 빛깔을 내고, 고운 자태를 뽐내며, 진한 향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뉴스앤거제> 그리고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삼지닥나무, #현호색, #대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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