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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에서 이번에 시민들에게 분양한 도심주말농장 입니다. 저희가 분양받은 텃밭은 산쪽 가까이에 붙어 있었습니다.
 안산시에서 이번에 시민들에게 분양한 도심주말농장 입니다. 저희가 분양받은 텃밭은 산쪽 가까이에 붙어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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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웬쑤 같은 밭 또 오게 될 줄은 몰랐네!"

무슨 말이냐고요? 지난 14일(토) 분양 받은 텃밭에 모종을 심으러 가면서, 아내가 제게 한  말입니다. 안산시에서 초지동 의료단지 부지를 경작지로 개간한 후 지난 2월 시민에게 다섯평 단위로 이를 분양한 바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신청한 후 추첨을 통해 당첨된 후 도심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주일 전 발생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내는 제가 몰고 있는 자전거 뒤에 엉덩이를 걸친 채 제 허리를 붙잡고 주말농장으로 향하면서, 다시 이곳으로 가게된 것을 새삼스러워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첫 주말농장에서 거름 주는 데, 하늘이 빙빙 돌더라

지난 7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날 저희 부부는 분양받은 텃밭을 구경도 하고, 올 한해 작물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를 살펴보려 이곳을 방문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4월 초 순경에 개장식을 하고 텃밭을 일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4·11총선이 있는 관계로 정식 개장은 오는 21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임시개장은 3일 날에 있습니다.

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텃밭 농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네 한 아주머니께서 말하길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농사 일에 분주하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어 우리도 이날 구경도 할겸 그리고 모종과 씨를 뿌리기 전에 거름을 주기 위해 처음으로 주말농장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안산시가 이번에 분양한 텃밭은 1500여 개 남짓입니다. 지난해 이미 1000여 개의 텃밭을 안산 시민에게 분양한 바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또 다시 부지를 확장해 1500여 명의 시민들에게 추가로 텃밭을 분양했던 것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주말농장에는 벌써부터 많은 도시민의 농사일로 활기찹니다. 우리도 분양받은 번호를 찾아 헤맨 후, 주말농장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 텃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5평 단위로 구분지어 놓은 밭을 경작하게끔 돌을 골라내고, 밭두둑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또 돌을 골라낸 후에는 비료와 함께 퇴비를 뿌려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5평의 텃밭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두둑을 만들고자 쪼그려 앉아서 10분 남짓 일을 하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해지더군요. 어지럼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 이상하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후 일어난 후 잠깐 서 있다 보니 어지럼증이 가시더군요. 괜찮겠지 생각한 후 또 다시 쭈그리고 앉은 채 밭의 돌을 골라내고 있는데, 또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 입니다. 아내에게 자꾸 어지러운데, 가게에 가서 퇴비를 먼저 사오겠다고 말한 후 주말농장 입구에 있는 모종과 퇴비 등을 파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곳 사장은 5평 이지만 그쪽 텃밭은 영양분이 하나도 없으니, 20kg 가 담겨 있는 퇴비 4포대와 비료 약간을 섞어서 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텃밭으로 배달을 해준다고 해서 다시 밭으로 돌아 왔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스쿠터에 퇴비를 싣고 왔더군요. 싣고 온 퇴비를 밭에 내려놓은 후 세 개로 구분해 놓은 텃밭 한 곳에 퇴비와 함께 비료를 뿌린 후 다시 쭈그려 앉았습니다. 손으로 흙과 함께 섞어주는 일을 하는데, 갑자기 땅이 치솟는 느낌이 들면서 하늘이 빙빙 돌더군요.

'어...어.. 이상하다'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아내에게 현기증이 난다고 호소하니, 일단 누워 있으라고 해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 누웠습니다. 하지만 증세는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어지럽고 세상이 온통 캄캄해 지는 게 순간적으로 '아! 이러다 죽는 거구나'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다행히 10여분 남짓 누워 있으니, 조금씩 증상이 호전이 되는 듯해 주말농장 한쪽에 있는 원두막 평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때부터 안절부절 이었습니다. 119를 불러야 하는가 고민하는 데, 그나마 걸을 수 있을 듯 해 아내에게 뿌리다만 퇴비를 뿌려 놓고 가자고 말한 후 저는 계속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내는 퇴비봉지를 뜯어서 대충 뿌린 후 곧바로 저와 함께 근처에 있는 '단원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도 상태는 안좋았습니다. 저는 구토 증세를 느끼고 두어 차례 구토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구토를 하고나니 점점 진정이 되고 어지럼증도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몸에 다른 이상은 없는가해서 응급실로 갔지만, 토요일 오후이고 해서 별 다른 치료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당직 의사는 증세와 경과 과정을 듣더니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된다며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으니 경과를 지켜보라고만 말하더군요. 즉, 쭈그려 앉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혈액 순환이 안 되어서 갑자기 일어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거였습니다. 30여분 남짓 응급실에 누워만 있다가 월요일에 검진을 받아 보겠다고 말한 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요.

퇴비 봉지를 뜯어서 밭에 뿌린 후 흙과 섞는 도중에  증세가 나타났답니다.
 퇴비 봉지를 뜯어서 밭에 뿌린 후 흙과 섞는 도중에 증세가 나타났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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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또 다시 엄습한 어지럼증

문제는 이날 있었던 증상이 그 다음날인 일요일 새벽 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날 새벽에 일어나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3시간쯤 갑작스럽게 어지러우면서 전날과 똑같은 증세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곧 바로 침대에 누워 10여분 남짓 동안 휴식을 취하니, 증세가 가라 앉더군요.

월요일 출근도 미룬채 동네 이빈인후과를 찾아 진료했습니다. 동네병원 의사는 검사장비등이 없는 관계로 귀안쪽을 기구로 들여다 보더니 '이석증'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하더군요. 그러면서 재발하거나 증상의 빈도가 잦아지면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라고 권하더군요.

동네 병원에서 나온 후 아내와 상의해 신경과가 개설되어 있는 '한도병원'에 전화해 예약을 했답니다. 대기인원이 많은 관계로 수요일인 11일 오전에 진료가 예약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선거 날이었지만 한도병원은 오전 진료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병원으로 간 후 의사와 증세 등에 대해 상담을 받자 그가 권한 검사는 'CT촬영'과 '혈액검사' 이었습니다. 이날은 식사하고 온 관계로 CT를 먼저 찍고 다음날 검사 결과 물으러 올 때 혈액검사를 받기로 했답니다.

처음 받아보는 CT촬영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혈관 조영제 투여 관계로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주사를 맞은 후 20여분 후 검사실로 들어가 검사장비 위에 누운게 그 전부였습니다. 기기위에 누워 있으니 곧 바로 조영제를 투여하고 서너 차례 몸을 원형의 통속으로 수평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촬영을 하더군요.

3분여 남짓 그렇게 했을까요. CT촬영을 마치고 그 다음날 금식을 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 검사결과를 물으니 의사는 다행히 정상이라는 것 입니다. CT로 촬영한 뇌 뒷부분은 모든 혈관이 정상이엇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제게 증세가 그렇게 나타 난 것은 감기를 심하게 앓은 뒤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이석'이 일시적으로 흔들렸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말경 부터 4월 7일경 까지 열흘 남짓 동안 감기로 고생을 심하게 했었거든요. 그렇게 몸이 약해 있는 상태에서 요 한달반 동안 지난해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한 사건에 매달리면서 집중취재를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더욱이 전날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야외 활동을 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뇌쪽에 이상이 없다고 하니 안도감이 밀려오더군요. 이어 혈액검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틀후인 지난 14일(토) 병원을 다시 찾아 검사결과를 물으니 모든 게 정상이라는 거였습니다. 즉 간 기능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 등등 십 수 가지에 달하는 검사결과 모든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두 번째 방문, 기분 좋게 상추 모종과 씨앗을 뿌리고

주말농장 입구에 있는 모종상 가게에는 지금 심을 수  있는 각종 채소류 모종이 한 가득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런 모종 앞에서 어떤 것을 심어야 할 것인가를 한참동안을 고민하더군요. 마치 백화점에서 고가의 옷을 고르듯 무척이나 신중했답니다. 1년 농사이니 쉽게 따먹을 수 있고 키우기도 쉬워야 한다나요.....
 주말농장 입구에 있는 모종상 가게에는 지금 심을 수 있는 각종 채소류 모종이 한 가득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런 모종 앞에서 어떤 것을 심어야 할 것인가를 한참동안을 고민하더군요. 마치 백화점에서 고가의 옷을 고르듯 무척이나 신중했답니다. 1년 농사이니 쉽게 따먹을 수 있고 키우기도 쉬워야 한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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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앞머리에 나오는 아내의 푸념은 바로 토요일 오전에 검사결과를 듣고 온 후 오후에 텃밭으로 향하면서 아내가 내뱉었던 행복에 겨운 푸념이었던 겁니다. 내심 자기 딴에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제 큰 아이가 고1 이고 둘째가 중1인데 만약 가장인 제가 덜컥 눕기라도 한다면 경제적으로 아무런 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큰 위기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도심 텃밭 가꾸기 그 첫 걸음은 큰 걱정거리로 시작되었지만 일주일여만에 두 가지의 검사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오니 마음이 무척이나 홀가분 했답니다. 또 의사의 말에 마음속 걱정거리가 모두 사라지니 즐거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온몸에 힘이 불끈 치솟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흥겨운 마음으로 도착 한 후 입구에서 밭에 심을 쌈 채소 모종을 골랐습니다. 아내는 한참을 고르더니 상추와 치커리 그리고 양상추 등의 모종을 골랐습니다. 또 부추씨앗과 강남콩 씨앗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날 두번째 방문에서 세 구역으로 나누어 놓은 텃밭의 한 곳에는 상추 등의 쌈야채를 심었고 또 한 곳에는 부추 씨와 함께 강남 콩을 심었답니다.

세 구역으로 나눈 밭 한곳에는 이렇게 상추 모종과 치커리 모종 그리고 양상추를 심었답니다.
 세 구역으로 나눈 밭 한곳에는 이렇게 상추 모종과 치커리 모종 그리고 양상추를 심었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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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것입니다. 올 1년 텃밭농사 시작부터 험난하게 시작했는데 그 마무리는 어떻게 될련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다보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였습니다. 5평 남짓 텃밭 가꾸는데 돈이 꽤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퇴비 등을 산다고 3만 원 남짓을 지불했고 또 모종 등을 구입하는데 1만 5천원을 지불했으니 벌써 5만 원이 들어간 것입니다.

다음날인 15일(일) 오후에는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서 전날 심어 놓은 상추모종 등이 괜찮은지 살펴보았더니 몇 개는 시들시들하더군요. 해서 물을 떠다 듬뿍 뿌려주면서 싱싱하게 자라나기를 바랐답니다. 그러면서도 얖팍한 셈법이 떠오른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약 5만 원 어치 상추 등을  시장에서 산다면 도대체 그 양이 얼마만큼이나 될련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도대체 이게 남는 것인지 손해인지 그 셈법이 헷갈리는 초보 농사꾼의 순간의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뒤이어 떠오른 생각은 올 1년 동안 이렇게 야외로 나와 텃밭을 일구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 남는 지출이 아닐까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넉넉해 지는 순간이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말농장, #도심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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