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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국회선진화법 보도, '몸싸움' 초래한 '날치기'는 언급도 안 해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막판까지 난항이던 국회선진화법은 전체 192명의 의원이 참석해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달 17일 여야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해 24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3일 새누리당이 돌연 수정을 요구하며 합의를 깨, 본회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놓고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이 '말 바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
누리당이 요구한 수정안이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날치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직권상정 제한, 신속처리제, 합법적의사진행지연제도(필리버스터) 등의 요건에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은 '직권상정 제한'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의 수정안이 대부분 반영됐다. 논란이 됐던 신속처리제도는 결국 대상 안건 지정 요건에서 '재적의원 5분의 3이상 요구'부분이 삭제되고 '과반'으로 수정됐다. 이 때문에 당초 안보다 다수당에 더 유리하게 됐다는 평가다.

여야의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는 '날치기'와 '몸싸움' 모두를 방지해 후퇴한 의회민주주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몸싸움'을 불러왔던 사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시작엔 '날치기'가 있었다. 부자감세, 미디어법, 4대강 사업 관련법,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들이 직권상정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밀어붙이기로 처리됐다.

이런 다수당의 횡포 속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소수당이 의견을 피력할 방법은 의장석 점거, 출입구 봉쇄 등 극렬한 저항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마저도 이번 국회선진화 법에 의해 가로막혀 통합진보당이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에 앞서 국회선진화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려면 정치인들 개개인의 각성은 물론, 대화와 공존을 모태로 한 정치문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국회에서 문제된 주요 사안의 핵심은 외면한 채 '몸싸움'만 부각한 언론의 반성도 요구된다. 지난해 11월 22일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만 봐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경호권을 발동하고 기자 출입까지 막으며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했지만, 방송3사는 이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채 18대 국회가 해머와 몸싸움에 이어 최루탄까지 터뜨렸다며 앞 다퉈 비아냥댄 바 있다.

방송3사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관련 보도에서조차 '몸싸움'을 부각했다. 특히 KBS는 끝까지 18대 국회의 몸싸움 장면을 부각하는 보도를 한 꼭지로 다뤘는데, 교묘한 여당 감싸기 행태를 보였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등 야당의원들의 반발하는 화면을 보여주고, 곧바로 "국회 폭력"이라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입장발표를 전달해 마치 한나라당이 피해자처럼 보이게 했다. 충돌의 원인이 된 여당의 날치기 횡포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았다.

MBC 역시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 문제는 지적하지 않은 채 '몸싸움' 방지의 의미만을 언급했다.

SBS 역시도 18대 국회에 대해 비판하면서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는 지적하지 않은 채 싸잡아 비판하는 데 그쳤다.

<국회 선진화법·민생법안 처리>(KBS, 장덕수)
<반면교사 18대 국회>(KBS, 조성원)


KBS는 <국회 선진화법·민생법안 처리>에서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전하면서 "선진화 법안은 지난달 17일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하면서 여야 쟁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리고선 "수정안은 신속처리대상안건의 지정 요건을 지정 요구와 의결로 이원화하고, 본회의 상정 요건을 완화해 여야 간 몸싸움을 방지토록 했다"고 전했는데, 당초 합의했던 원안보다 다수당에 더 유리한 조건이 됐음에도 이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반면교사 18대 국회>에서는 "18대 국회는 해머와 소화기, 최루탄으로 얼룩진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며 "19대 국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가 오명이라며 부각한 장면은 대부분 야당 의원의 모습이었다. 보도는 작년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의 여야 국회 충돌이라며 "해머와 전기톱으로 무장한 야당, 소화기로 반격하는 여당"이라면서도, 장면은 당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모습을 위주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단순 폭력이 아니라 심각한 테러라고 생각한다.(김기현/당시 한나라당 대변인)"는 당시 한나라당 입장 발표를 전해 교묘히 한나라당을 피해자처럼 보이게 했다. "해마다 법정 기한을 넘긴 예산안, 공중부양까지 벌어진 미디어법안, 모두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고 언급했을 뿐 거대여당의 날치기 횡포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국회의 제식구 감싸기라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박희태 의장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인한 불명예 퇴진 등을 전했으나 '한나라당'이라는 표식은 넣지 않았다. 앞서 국회폭력을 언급하며 야당의원에 대해 자막으로 당명을 표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몸싸움 방지법' 본회의 통과>(MBC, 박성준)

MBC는 <'몸싸움 방지법' 본회의 통과>에서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전하며 "몸싸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원 5분의3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신속처리 제도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 등이 신설된다"고 전했다.

직권상정이 문제가 됐던 원인이 '다수당의 날치기'와 직결됐기 때문이라는 점과 이번 법안 처리가 '몸싸움'뿐 아니라 '날치기'를 방지하는 취지가 있다는 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선 "이에 따라 몸싸움은 줄어든 대신 쟁점법안의 경우 처리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몸싸움 방지법' 진통 끝 통과>(SBS, 남승모)

SBS는 <'몸싸움 방지법' 진통 끝 통과>에서 "낙제점 국회가 임기 만료에 임박해 떠밀리듯 숙제를 처리했다"는 앵커멘트로 보도를 시작했다. 보도는 국회선진화법이 "여야 합의로 지난달 상임위까지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하고, "몸싸움의 단골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SBS 역시도 18대 국회에 대해 비판하면서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는 지적하지 않은 채, "임기 시작 이후 89일이나 늦은 지각 개원, 해머와 최루탄 등장, 절반을 간신히 넘긴 의안 처리율 등 적지 않은 오명을 남긴 18대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했습니다.



태그:#KBS, #국회선진화법, #18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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