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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전국에서 가장 긴 자전거 터널인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진해-창원 성산구 방향 편도 구간이 부분 개통됐습니다. 그러나 소음과 매연으로 정상적인 이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창원시는 추가로 60억 원 가량을 들여 지붕을 씌우는 공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시민 세금 60억 원을 쏟아붓는 안민터널 자전거도로에 추가 지붕(캐노피) 공사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붕 공사 60억 원 대신 할 수 있는 것들

 

안민터널 자전거도로는 창원시가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 도시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100억 원 중에서 40억 원을 투자해 시작됐습니다. 성산구와 진해구를 연결하는 안민터널 왕복 3.6km 구간에 국내에서 가장 긴 자전거 터널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안민터널 임시개통 후 한 지역신문 기자는 누비자(창원시 공영자전거)를 타고 직접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를 왕복한 후 기사를 썼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 터널 내부의 소음과 먼지, 그리고 매연이 심각해 끝내 구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기자는 "터널에 20m 정도 들어가자 차량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으며, 미세먼지가 얼굴에 달라붙는 느낌도 들었다"고 합니다. 또, 터널 벽에는 먼지와 매연이 잔뜩 묻어 있었고 귀가 울릴 정도로 소음이 심각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매연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 신문은 몇 차례 이어지는 기사를 통해 "공사 시작부터 매연 차단 대책이 없어 시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 했습니다. 아울러 예산 60억 원을 아끼려고 지붕식 캐노피를 설치 않은 창원시를 향해 "시민을 위험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의 잇따른 지적에 창원시는 임시 개통된 자전거 도로에 '마스크와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하라'는 안내판을 설치해놓았습니다. 또 오염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자전거도로의 환경오염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측정결과 오염기준치 이상이면 60억 원의 추가예산을 투입해 지붕형 캐노피를 설치하겠다고 합니다.

 

40억 들인 터널 자전거도로 직접 달려보니

 

자전거 터널 개통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하루 이용자가 고작 30여 명에 불과한데 추가로 60억 원의 세금을 쏟아 부어 자전거 터널에 지붕을 만들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주 직접 자전거를 타고 안민터널을 통과했습니다.

 

터널 내부에 매연이 심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매연을 적게 마시게 하기 위해 입구에서 충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고른 후 출발했습니다.

 

터널 내부에는 약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앞서 인용한 보도처럼 소음, 매연, 먼지가 심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를 쓴 기자처럼 터널을 통과한 후에 구토를 참지 못할 만큼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안내문에 쓰인 마스크와 보안경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평소에 착용하던 안경을 그대로 끼고 얇은 수건 한 장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최근 경상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매연과 소음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는데, 과학적인 환경조사를 실시하면 분명 이 터널 내부의 소음과 매연은 기준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소음과 매연 때문에 지붕이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는 도저히 터널을 지나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창원시가 이미 소음과 매연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였으니 60억 원을 들여 지붕형 캐노피 공사를 추가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통행량입니다. 김해경전철이나 마창대교처럼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민자사업은 아니지만 통행량이 적은 터널내부 자전거도로에 예산을 100억 원이나 투입한다면 역시 예산낭비일 것입니다.

 

60억 짜리 지붕공사... 과연 필요할까

 

비록 임시 개통이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고작 하루 자전거 30대가 다니는 터널에 자전거 도로를 만든 것부터 예산낭비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공사이전부터 뻔히 알고 있었던 매연과 소음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이제 와서 또 다시 60억 원을 들여 추가공사를 하겠다는 것 역시 예산낭비입니다.

 

하루 3천 대가 지나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자전거 30여 대가 다닐 뿐이며, 통행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하루 100대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정도라면 터널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매연방지 마스크나 보안경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창원시는 매연방지 마스크와 보안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면 좋겠더군요).

 

아울러 현재 임시 개통된 터널의 왕복 구간 공사가 끝나고 정상 개통 후에 지속적으로 통행량을 측정해 본 후에 지붕공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에 추가 공사비 60억 원을 투입하는 문제는 터널내부에 매연과 소음이 심각한지 아닌지만 따져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하루 자전거 30대가 통행하는 자전거 도로의 매연과 소음을 차단하는데 6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창원시내에 현재 운행 중인 전국 최고 수준의 공영자전거 누비자는 4000여 대 입니다. 아민터널 자전거도로 지붕 캐노피 공사 예산 60억 원이면 창원시내에 누비자 1만 대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실로 엄청난 예산입니다.

 

안민터널 자전거도로에 60억 원을 들여 지붕을 씌우는 것보다 누비자 보급을 늘리는 것이 어떨까요.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후에 누비자 터미널을 확대해다라는 민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원시 당국자들이 제발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안민터널자전거도로 추가공사 여부를 판단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민터널, #자전거도로, #캐노피,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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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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